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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2.12.06 13:36
  • 수정 2022.12.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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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박지현의 시선집중

사진제공=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사진제공=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어디서 이런 또라이가 나왔나 싶은 얼굴이네요?"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모현민(박지현)의 톡 쏘는 말처럼 그는 당시 여성상의 기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여자다. 진성준(김남희)과 우연한 만남을 빌어 그를 유혹하라는 집안의 미션이 내려진 상황에서, 그는 진성준에게 자신의 패를 다 드러내 보인다. 진성준은 그런 모현민에게 "그럼 게임이 재미가 없는데"라며 대놓고 내리깔지만, 현민은 그의 대학교 성적을 언급하며 "독해력이 떨어진다"며 그에게 관심이 없다고 받아친다. 

솔직함을 넘어 무례하게도 보이는 현민의 모습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신문사 외동딸로 호의호식하며 자랐을 그는, 온실 속 화초와는 거리가 멀다.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자신의 욕망의 발판으로 삼고는, 뛰어난 지략으로 원하는 것은 손에 넣는다. 그 과정에서 미모나 애교 따위의 성적 매력을 구태여 어필하지도 않는다. 마냥 순종적이고 보호받기보다 원하는 것은 행동으로 실천해 얻어내는 여자. 모현민은 그동안 한국 시대물에서 봐온 여자 캐릭터들 사이의 희귀종 같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남자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다. 주연인 송중기와 이성민을 중점으로 김남희, 박혁권, 윤제문, 조한철 등으로 세력 싸움을 펼쳐낸다. 이성민 일가(순양가)를 향한 송중기의 복수극이라는 설정. 때문에 대사도 중요 장면도 남성 캐릭터들의 지분이 상당한 작품이다. 그러나 지금 '재벌집 막내아들'의 반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는 5화부터 등장한 박지현이다. 총 8회가 공개된 상황에서 결혼식 장면이 있는 8회를 제외하곤 5화부터 7화까지 1, 2 장면에만 등장하던 게 그의 몫이다.

사진제공=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사진제공=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모현민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강한 여성상이라는 특성을 제외하고도 이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이끌어낸 공로는 이를 연기한 박지현의 힘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짧은 분량에도 순간적 집중을 탁월하게 이끌어내는, 눈빛부터 모현민에 완벽하게 녹아든 박지현의 전력투구다. 진성준을 바라보는 눈빛의 오만함, 진도준을 유혹하는 눈빛의 당당함, 그리고 때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 드러내는 눈빛의 불안함. 모현민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할 수 있던 건 이런 박지현의 다단한 눈빛 덕분이 컸다. 8회 결혼식 장면에서 마냥 당당해 보이던 여자가 남편이 될 남자의 소름 돋는 반전에 몸서리 치던 그 얼굴은 또 어땠나. 

하지만 모현민은 금세 유약함을 거두고 망아지처럼 날뛰려던 남편 진성준의 앞날을 위해 더욱 큰 단담함으로 무장한다. 때문에 모두에게 욕망이 허락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박지현이 드러내는 욕망은 솔직함과 탁월한 기지로 점철된 단단함만큼 남성 캐릭터들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산한다. 욕망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만큼 똑똑하고 강한, 박지현은 조금이라도 톤 조절을 잘못했다간 애매하게 보일 수 있는 모현민의 강한 설정들을 그 이상으로 뛰어넘으며 캐릭터의 욕망과 그 무게를 극 안에 구체화시킨다.

그리고 이것은 박지현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공표한 새로운 발견이다. 차갑고 단단하게, 가끔은 이성적인 매력도 품으면서. 박지현이 실제 명문대를 나온 배경을 차치하더라도, 그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 속 모습은 충분히 그것을 뛰어넘는다. 그러니 당장은 1~2신에만 만족해야하는 조연일지라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게 만든다. '재벌집 막내아들' 이후 그는 반드시 더 크게 비상할 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을 철저하게 갖춘 모현민의 정상을 향한 야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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