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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조성경(칼럼니스트)
  • 입력 2022.11.29 14:23
  • 수정 2022.11.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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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가 또 그 어려운 미션을 성공시킵니다!

판타지 회귀물 '재벌집 막내아들'로 또다시 신드롬 조성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송중기가 독기를 품었다.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소년 같은 얼굴의 송중기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저승사자 같은 무게로 압도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 연출 정대윤) 속 송중기는 해말간 얼굴을 하고 의뭉스러운 속내를 도통 보여주지 않는 인물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에 사무치는 불덩이를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눈길을 뗄 수가 없다. 갑옷만 안 입었을 뿐이지 전쟁터에 나가는 비장하고 결연한 장수가 따로 없다. 전작인 tvN ‘빈센조’에서도 잔인한 냉혈한이었지만 이번처럼 악에 받쳤다는 느낌은 아니었던 기억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은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인 순양그룹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눈을 떠보니 뜻밖에도 1987년 순양가의 막내 손주 진도준으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살게 된 판타지 드라마다.

순양가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머슴처럼 해오던 윤현우는 주위 동료나 후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를 악물고 일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실직과 노조 활동으로 인해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서글픔 때문이었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그러나 순양에 헌신했던 결과는 참혹했다. 순양가의 장손인 진성준(김남희)이 준 미션으로 비자금을 찾으러 갔다가 뜻밖에도 순양 누군가의 지시로 피살되고 말았다. 그렇기에 진도준으로 눈을 다시 떠서는 재벌 3세로 호의호식만 해도 됐을 것을, 굳이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비밀스럽게 순양가에 맞설 자신만의 힘을 길렀다.

윤현우로 살면서 겪었던 격동의 대한민국 정치경제사를 기억하는 덕분에 각종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투자의 귀재가 된 진도준은 마치 자신이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양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다. 겉모습은 애송이인데 속은 시커먼 능구렁이가 있는 듯하다. 

더욱이 순양그룹을 저격하는 마음을 엿보일 때는 살벌하기까지 하다. 슬쩍 마음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섬뜩하게 하기 충분하다. 알고 보면 순양을 잡아먹으려는 무시무시한 저승사자다. 28일 방송한 6회 엔딩에서는 드디어 할아버지 진양철(이성민)을 향해 든 칼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송중기가 뿜어내는 극강의 비장함이 몰입감을 극에 달하게 했다. 노련한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성민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수려한 마스크가 시선을 먼저 강탈한다 쳐도, 금세 그가 뿜어내는 내공에 흠칫 놀라게 된다. 내공의 깊이가 새삼 송중기 안의 심연을 느끼게 한다.

돌이켜 보면 송중기는 늘 얼굴에 많이 가려졌을 뿐 남다른 존재감으로 자신을 보여줬다. 송중기의 데뷔 초 시절 다른 배우나 업계 관계자들은 무심코 말하지만, 송중기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의식하는 듯했다. 실제로 몇 차례 인터뷰로 만나고, 그 이후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다 보면 일찍 철든 것일 수도 있고 워낙에 철두철미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배우이기도 했다. 

마른 체구가 체급을 얕잡아보게 하지만 금세 상대의 허를 찌르고 제압하고 말기 때문이다. 이는 작품 안팎에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당장 이번 진도준 역으로도 부드러운 미소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킨 뒤 마침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나.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그럼에도 송중기가 이토록 비장하고 장엄할 줄이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후하면서도 아집이 느껴졌던 윤현우로나 유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농락하고 기어이 진양철을 밟고 올라서겠다고 나선 진도준에게서 송중기의 무서운 힘이 느껴진다.

얼마나 담금질한 것일까 궁금해지고 그 배경에는 더더욱 갸웃하게 된다. 향후 드라마에서 윤현우를 죽이라고 지시한 배후가 누구일지 베일이 벗겨질 것처럼 송중기의 연기 자양분이 과연 무엇인지 알게 될 날이 올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앞으로의 이야기다. 금토일 주3회 방송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앞으로 어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내놓을지, 송중기는 어떤 대활약을 펼칠지 기대감이 솟구친다.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선사할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독기 품은 송중기의 연기가 끝날 그날이 벌써부터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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