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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의 진가를 재확인하고 믿음을 더해준 '커튼콜'

1인 2역 오가며 다채로운 색깔의 연기로 시선 고정시켜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KBS2 월화극 ‘커튼콜’(극본 조성걸, 연출 윤상호)이 걸출한 배우 군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고두심, 성동일 등 설명이 필요 없는 중견 배우부터 최대훈, 배해선 등 명품 조연들까지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반가운 얼굴이 있다. 바로 하지원이다. ‘커튼콜’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하지원은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굴지의 호텔 체인 호텔낙원을 설립한 자금순(고두심)의 젊은 시절과 지금의 호텔낙원 총지배인 박세연을 1인 2역 하며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자금순이 될 때는 북한 사투리를 쓰고, 가족과 생이별한 애잔한 여인의 마음을 애틋한 눈빛으로 표현하며 남다른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박세연이 되면 호텔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일하는 당찬 커리어우먼이 되어 특유의 건강한 매력을 발산한다.

박세연일 때도 상황에 따라서 사람이 휙휙 바뀌는 입체적인 인물을 그린다. 동생(강하늘)이 생겼다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누나의 모습을 보일 때는 한없이 해맑은 소녀가 되었다가도 전 약혼자(권상우)에게는 매몰찬 팜므파탈로 돌변하는 것이다.

워낙 다이내믹한 캐릭터와 극본이 많은 요즘이라 ‘커튼콜’에서 하지원이 보여주는 연기가 특별하다 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안정적이고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편안하고 흐뭇한 마음이 들면서 건강한 이미지로 사랑받던 이 얼굴을 어떻게 한동안 잊고 있었을까 싶다. 그 정도로 하지원은 안방팬들에게 늘 친숙하고 믿음직스러운 얼굴이었다.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배우 하지원’ 하면 시대를 풍미한 주연작들이 수두룩하다. 누군가는 ‘시크릿가든’(2010)을 떠올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모’(2003)라고 답할 것이다. 여운이 강하기로는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을 빼놓을 수 없고, ‘황진이’(2006)나 ‘기황후’(2013)가 하지원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준 걸 보면 그 두 드라마의 인기도 대단했다.

하지원은 명실공히 안방극장 퀸이었다. 함께 출연하는 남주들에게는 기꺼이 킹메이커가 되어 주었다. 배우들 간 기싸움 같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흔히 들리는 잡음은 하지원과는 무관했다. 그렇게 하지원은 팬들도, 동료배우들도, 관계자도 모두 사랑하는 여배우로 입지를 단단히 했다. 

그런 하지원이 최근 몇 년간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작품도 드물었고 내놓아도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드라마들 속에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그렇기에 ‘커튼콜’로 다시 만난 하지원이 반갑기 그지없다. 그의 드라마 복귀만으로도 설레고 좋은데, 여전한 존재감까지 확인하게 되니 배우 하지원을 잊고 있었다는 충격의 여파가 더 커진다. 또한, 그를 잊지 않고 기용한 제작진에게도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가 주축이 돼 활약했던 전작들과 비교해 그의 비중이 한참 작아진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커튼콜’은 시한부 할머니(고두심)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한 전대미문의 특명을 받은 한 남자(강하늘)의 지상 최대 사기극을 표방한다. 무명 연극배우 유재헌 역의 강하늘이 할머니 앞에 북에서 온 손자라고 나타나 한 편의 연극을 펼치는 만큼 연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커튼콜은 강하늘의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하지원의 몫을 새삼 따지게 되는 것이다.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그럼에도 16부작 ‘커튼콜’이 14일 5회를 방영하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하는 만큼 하지원의 활약도 앞으로가 더욱더 지켜볼 만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하지원을 지금처럼 잔잔하게 쓰고 말기에는 활용도가 너무 크고 다양한 배우라는 사실을 제작진도 모를 리 없기에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코끝이 시려오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드라마의 포문을 연 ‘흥남 철수작전’ 같은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훅 파고들 계절이다. ‘커튼콜’이 이 겨울에 딱 어울리겠구나 싶다.

고두심과 강하늘이라는 인간미 넘치는 조합만으로도 ‘커튼콜’의 엔딩이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라고 짐작하기 충분하다. 여기에 하지원이라는 견인차까지 있으니 ‘커튼콜’이 선사하는 감동의 물결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다만 하지원을 칼로 쓸지, 방패로 쓸지 아직 베일이 다 벗겨지지 않은 만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지원이 3년 가까운 공백 끝에 나선 만큼 칼이라면 날을 제대로 갈고 나왔을 것이고, 방패라면 견고하게 다지고 나왔을 것이다. 칼이 됐든 방패가 됐든 '하지원이 하지원할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커튼콜’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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