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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여름(칼럼니스트)
  • 입력 2022.11.03 14:00
  • 수정 2022.11.03 14:59
  • 댓글 0

BTS 진, 이토록 로맨틱한 ‘굿바이 송’이라니

방탄소년단 진,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진,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이 ‘휴식기’라는 이름으로 7인 활동을 잠정 중단할 것을 알린 이후, 제2막의 선포와도 같은 솔로 활동의 첫 주자는 제이홉이었다. 총 10개의 트랙을 눌러 담은 정규 앨범 'Jack In The Box'로 롤라팔루자(LOLLAPALOOZA) 페스티벌 등 해외 무대를 누비며 멋진 성과들을 거둔 탓에 두 번째 솔로 멤버에 더 큰 관심이 쏠린 것은 사실.

방탄소년단의 곡 작업의 주축이 되는 RM이나 슈가를 다음 주자로 쉽사리 예상한 이들이 꽤 많았겠으나 그 주인공이 진이라는 소식은 꽤 흥미로웠다. 그것도 본인이 평소에 팬임을 밝혔던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이라니.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솔로곡들을 꾸준히 선보여온 진이지만 일곱 멤버 중 첫 피지컬 앨범을 선보인 일은 깜짝 선물처럼 다가온다. 지난 28일 발매한 ‘우주 비행사’라는 뜻의 ‘The Astronaut(디 애스트로넛)’. 마치 겨울날의 로맨틱한 고백 같기도 한 이 곡은, 단지 깜짝 선물 그 이상이다. 가장 단단하고 강인한 진의 어떤 면모들을 고스란히 품었기에 특별하다. 
  
진은 곧 입대를 앞두고 있다. 병역특례 관련 이슈로 이래저래 떠들썩한 상황에서 홀로 고요히 준비해온 ‘The Astronaut’은 콜드플레이의 보컬이자 프론트맨인 크리스 마틴과 공동작사곡한 팝 록 장르의 곡. 어쿠스틱 기타와 콜드플레이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진 특유의 부드럽고 fhr킹한 보컬과 어우러져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안긴다. 방탄소년단의 10여 년의 활동 기간 동안 힙합과 댄스, 팝과 록발라드 등 여러 장르를 두루 소화해온 진이지만 ‘Awake’ ‘Epiphany’ ‘Moon’ 등의 솔로곡처럼 섬세하면서도 록킹한 음색을 요구하는 곡에서 강점을 보여왔는데, 이 곡에서는 장기가 십분 발휘된다. 더군다나 시원한 고음이 장점인 데 비해 이 곡에서는 도입부의 음역대를 과감하게 낮췄다. 저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솔함은 감정 전달을 증폭시켰다. 그의 색다른 보컬리스트적 면모 또한 느낄 수 있는 순간.  

방탄소년단 진,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진, 사진제공=빅히트뮤직

그러나 그간 그의 노래들이 리스너의 마음을 강력히 흔들어온 큰 요소는 메시지적인 부분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직후의 그리움과 상실감을 담은 ‘이 밤’, 팬들과의 조건 없는 공생 관계를 달과 지구의 관계에 비유한 ‘Moon’,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관해 노래한 ‘Epiphany’, 번아웃의 심정을 노래한 ‘Abyss’, 혹은 심지어 취미인 낚시를 즐기며 가볍게 만들었지만 챌린지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슈퍼참치’까지 진은 자신이 전하고픈 메시지들을 반드시 곡에 녹여왔다. 아주 강력한 무기인 ‘진심’ 말이다. ‘The Astronaut’ 역시 얼마간의 공백 뒤로 남겨질 이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크리스 마틴은 공연 중 “약 6개월 전 멤버 중 하나가 ‘저는 12월에 입대하기에 2년 간 그룹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라고 전화했다. 그곳의 법칙이라고. 잠시의 헤어짐을 모두에게 알리고,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노래를 원한다고 했다”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별 편지인가. “다른 행성에서 온 남자가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지구에 불시착해 남기로 결심했다”라는 가삿말처럼, 배우를 꿈꾸던 자신에게는 어쩌면 미지의 땅과도 같은 아이돌 그룹에 합류하고, 마치 소행성처럼 막막한 우주를 유영하던 때 빛을 내어준 ‘은하수’들에게 바치는, 말그대로 ‘우주’만큼의 진심이 엿보인다. 

첫 가창 무대 또한 특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리버르플라테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월드투어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에서 함께 공연에 서게 된 것. 멤버들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그의 애티튜트는 낯설면서도 감동적이었다. 크리스 마틴의 소개와 함께 느슨한 청바지와 니트, 점퍼 차림으로 등장해 ‘The Astronaut’를 부르며 마치 우주를 비행하듯 무대를 맘껏 누비는 눈빛과 표정은 분명 팬들에게 어떤 안도감을 선사했을 듯하다. 입대와 솔로 활동을 포함한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여러 이슈들을 뒤로한 채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팬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잠깐의 공백 또한 즐겁고 의연하게 지나갈 것이라는 단단한 마인드를 짐작케 할 만큼 즐기는 듯 보였으니까. 더군다나 선물 같은 곡을 선사한 크리스 마틴을 향해 무대를 가로지르고 달려가 포옹하는 광경은 마치 영화 '스타 이즈 본'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진,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진,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이 모습에 울컥하는 팬들이 공연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지만 그는 눈물의 인사를 원하지는 않은 듯하다. 공연 이후 진행된 위버스 개인 라이브 방송이 끝날 무렵, 그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군 문제를 스스럼없이 꺼내놓았다. 아르헨티나 공연 후 한국에 들어가면 며칠 내 군대 관련 서류(입영 연기 취소)를 쓸 것 같다는 얘기와 함께, 사실 지난 5, 6월쯤 입대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공연으로 미뤄졌다는 점 말이다. “추운 게 너무 힘들어서 봄이나 여름, 최대한 늦더라도 가을에는 입대하면 좋겠다고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멤버들이 이번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공연 같으니 이것까지 진행을 해주면 좋겠고, 한국에서 함성 있는 공연을 하지 못했는데,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 이것까지는 하고 가야 팬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고 설득했어요.” 준비를 다 끝마친 자신을 두고 세상이 왈가왈부하는 동안에도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던 것. 이유는 단지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공연인 부산에서) 눈물 공연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연 이후까지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그는 그저 노래로서 안부 편지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The Astronaut’은 어쩌면 그간 진이 노래를 통해 드러내 온 마음 중에서도 가장 진심이 아닐까 싶다. 평소 꿈에 그리던 음악적 이상향과의 만남과 10년 활동에 대한 소회와 깨달음, 소중한 이들 옆에 영원히 청춘으로서 남겠다는 다짐, 그리고 지금 그가 건네어야 하는 인사까지 섞였다. 또한 웃는 얼굴로도 든든하게,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임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증표에 가깝다. 방탄소년단 맏형으로서나, 솔로 가수 그 어떤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매력, 소위 말하는 ‘멋’보다 중요한 진심으로 노래하는 진의 음악 세계는 그래서 사랑받는다. 그만의 ‘로맨스’는 The Astronaut’에 집약돼있다. 그는 어쩌면 진심이 아니면 노래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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