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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신윤재(칼럼니스트)
  • 입력 2022.10.06 13:00
  • 수정 2022.10.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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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치얼업' 28년 지나도 여전히 심장 뛰는 청춘

시대와 상황은 바뀌어도 낭만을 찾는 청춘물의 미덕

'치얼업', 사진제공=SBS
'치얼업', 사진제공=SBS

OTT 플랫폼이 생긴 후 좋아진 점을 고르라면, 꼭 해외의 유명 시리즈를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서 방송됐던 옛 작품들도 굳이 다시보기를 찾지 않고서도 되돌려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요즘 보고 있는 작품은 윤석호PD의 초창기 작품 1994년작 드라마 ‘느낌’이다. 

1994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지금은 에미상의 수상자가 될 정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배우 이정재의 신인 시절 작품이다. 그의 출세작을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로 꼽는데, ‘느낌’은 ‘모래시계’가 나오기도 전 이정재가 무명의 신인이던 시절 촬영한 작품이다. 한빈(손지창), 한현(김민종), 한준(이정재) 등 세 형제가 어머니와 친했던 친구의 딸 유리(우희진)과 얽히며 벌어지는 애정전선을 다뤘다.

28년 전 드라마를 다시 보니 보이는 것은 절세의 미모를 가진 주인공들이 아닌 당시의 시대상이었다. 특히 16부작인 드라마의 초반은 주인공들의 대학생활을 다루는데 이는 그야말로 당대의 유행을 보여줘 훗날 유행했던 tvN ‘응답하라 1994’의 실제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왜 이 ‘느낌’의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최근 막을 올린 SBS 새 월화드라마 ‘치얼업’ 때문이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치얼업’은 ‘스토브리그’를 통해 야구단의 속살을 실감나게 그렸던 한태섭PD의 차기작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소재에 도전했다. 바로 ‘응원단’이다.

'느낌', 사진출처=방송영상캡처
'느낌', 사진출처=방송영상캡처

누가봐도 연세대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연희대를 배경으로 응원단 ‘테이아’의 멤버가 되는 19학번 도해이(한지현)가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행동을 통해 스무 살의 눈부신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펜트하우스’를 통해 악역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한지현이 제 나이 다운 싱그러움을 뿜어낸다. 여기에 배인혁, 김현진, 장규리, 이은샘, 이정준, 한수아, 김신비, 현우석 등 신예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야말로 장르물의 홍수를 겪고 있던 안방극장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청춘물이 등장한 셈이다.

‘치얼업’ 역시 기본적으로 도해이와 조금은 고지식하지만 속정이 깊은 응원단장 박정우(배인혁) 그리고 의대생으로 도해이에 대한 관심으로 응원을 시작하는 진선호(김현진)의 삼각 러브라인이 기본이다. 여기에 망하기 직전인 응원단을 살려내야 하는 ‘테이아’ 멤버들의 사명과 정체불명의 예언으로 두려움에 떠는 응원단의 미스터리 코드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아마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에는 대학가에서 소재를 찾으려야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코로나19 이전의 마지막 학번인 19학번이 등장한다. ‘느낌’을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치얼업’을 보면서도 인물들의 관계보다는 그들을 움직이는 배경이 먼저 보였다.

'치얼업', 사진제공=SBS
'치얼업', 사진제공=SBS

1994년과 2022년, 28년의 햇수 차이가 있는 두 작품이지만 청춘물, 신예들의 등장 그리고 로맨스가 기반이라는 점은 똑같다. 그리고 당대 대학가의 여러 문화를 보여주는 점도 유사하다. 자연스럽게 필자의 탐구는 28년 사이 변한 청춘의 모습에 집중됐다.

‘느낌’의 대학생활은 낭만 그 자체다. 캠퍼스는 싱그럽고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경제성장으로 당시 대학생들은 풍족했다. ‘느낌’에 열심히 공부하는 이는 한현 한 명이고 나머지는 다 ‘먹고대학생’인 이유가 있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고민은 취업이나 당장의 생활이 아닌 낭만이고 눈앞에 있는 호감이 있는 상대다. 

세 형제의 모습도 그렇다. 맏이 한빈은 졸업을 하고 사무실을 따로 차리지 않고 인테리어 소품샵을 하는 어머니에게 기대 집에서 사무실을 차린다. 둘째 한현은 어머니의 재력으로 유학을 다녀온다. 한준 역시 조정을 하는 운동선수였지만 ‘어머니 찬스’로 옷가게를 차린다. 그래서 그런지 잘생긴 세 형제를 비롯해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사랑에 저돌적이다. 그 당시 유행했던 ‘X세대’의 모습처럼 자기표현에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느낌', 사진제공=KBS
'느낌', 사진제공=KBS

‘치얼업’의 대학생활은 모순적이다. 겉으로는 밝고 싱그럽고 쾌활하지만 다들 다른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현실이 팍팍해 꿈을 꿀 수 없다. 이는 주인공인 도해이에 투영돼 많이 나오는데, 집이 가난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도해이는 배달과 학원강사, 도서관 사서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잘한 연애의 감정은 사치일 뿐이다.

도해이가 응원단을 접한 이유도 20년 선배 배영웅(양동근)의 제안 때문이었다. 타고난 미모로 여러 남학생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 도해이를 영입하기 위해 배영웅은 응원단 가입수당을 제안한다. 단원이 될 경우 인센티브도 제안한다. 2022년의 대학가는 그렇게 철저하게 자본을 통해서 움직이는 바깥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알량한 낭만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1994년의 청춘과 2022년의 청춘은 모두 고민을 떠안고 있지만 양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풍족한 삶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1994년에 비해, 청년의 삶이 제약된 2022년의 청춘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를 계속해야 했다. 재미있는 것은 ‘느낌’의 낭만 대학생들이 결국 나중에는 사회의 쓴 맛을 보면서 사회화가 되는 반면, ‘치얼업’의 대학생들은 스펙에 도움도 안 되는 응원단 활동을 통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낭만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시간은 지났지만 결국 TV가 청춘물을 통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일맥상통하는지도 모른다. 청춘은 낭만이라는 주제가 살아있기에 28년 터울의 드라마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볼 수 있다. 약동하는 두근거림, 바로 TV에 청춘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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