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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 위하준씨, 당신을 믿어도 되나요?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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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왔어요.”

tvN 금토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 연출 김희원) 9회에서 위기에 처한 오인주(김고은)를 구출하기 위해 등장한 최도일(위하준)의 한마디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알고 있다. 이 드라마는 가난해도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700억 원을 둘러싸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을. 또한 최도일은 오인주의 절친한 동료 진화영(추자현)이 목숨과 맞바꿔 빼돌린 원령가의 비자금 700억 원을 안전하게 손에 넣기 위해 공조를 약속한 돈세탁 전문가일 뿐이란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전 장면까지만 해도 최도일은 모든 변수까지 계산해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던 철두철미한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을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단지 오인주를 구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계획 없이 그냥’ 움직였다니. 위의 한 마디는 700억 원을 손에 넣기 위한 지금까지의 공조가, 원령가를 속이기 위한 말뿐이었던 썸을, 의심 또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최도일의 모든 행동들을 로맨스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긴박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 마스크와 고글로 가린 얼굴, (당연하게도 그 어떤 스킨십 없이) 대사 한 마디로 시청자를 설득시킨 건 배우 위하준의 연기력이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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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위하준이 연기하는 최도일은 세상에서 돈이 가장 신성하다고 믿는 차갑고 냉철한 인물로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함을 지녔다. 진화영의 죽음 이후 오인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700억 원 공조를 약속한 이후 오인주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그를 돕는다. 하지만 오인주는 최도일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원령가 사람인 그의 선의를 의심한다. 그러던 중 최도일이 과거 돈을 위해 여자친구를 희생시켰다는 기사를 접한 오인주는 고민 끝에 그에게 따지듯 묻고, 최도일은 기사 속 인물이 제게 신분 세탁을 의뢰한 제 첫 클라이언트였음을 밝히지만 오인주가 품은 의구심을 말끔히 해결하진 못한다. 그 사이 박재상으로부터 오인주를 없애라는 지시를 받은 최도일. 마침 그는 오인주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난초대회 경매에 함께 참석한 뒤 오인주 명의에 입금된 돈을 모두 인출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때문에 돈을 손에 넣은 최도일이 박재상의 말에 따라 오인주를 배신하는 건 아닐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위하준은 매력적인 웃음으로 속내를 감추고 오인주에게 접근, 좀처럼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없는 최도일이라는 인물에 녹아들어 매 순간 오인주를 그리고 시청자를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원령가 사람들을 마주할 땐 냉철하고 이성적인 면모로 반듯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그이지만, 오인주와 함께할 땐 여유로운 몸짓, 아련한 눈빛과 따뜻한 미소, 능청스러운 모습들로 ‘특별한 관계’임을 넌지시 드러낸다. 이 같은 반전의 면면은 묘한 설렘을 자아낸다. 여기에 오인주와 공조를 위해 준비한 그의 계획들이 철저하게 이행될 땐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어느새 의심은 지우고 믿고 싶어지는 인물로 최도일을 완성시킨다. 때문에 최도일의 작은 다정함에도 시청자는 오인주와 함께 설레고, 최도일을 둘러싼 과거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시청자는 오인주와 함께 혼돈을 느낀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위하준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최고의 이혼’(2018),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 ‘18어게인’(2020), ‘오징어 게임’(2021), ‘배드 앤 크레이지’(2022), 영화 ‘곤지암’(2018), ‘걸캅스’(2019), ‘미드나이트’(2021)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았다. 어떤 장르의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로 마주해도 자연스러울 정도의 연기력에 노력과 단단한 경험까지 더해 만난 ‘작은 아씨들’ 속 최도일로 대중들에게 깊게 각인된 배우 위하준. 만나는 상대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통해 만난 부드러운 면모, 드라마 ‘오징어 게임’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보여준 강렬한 액션 연기 등 다양한 면면을 지닌 최도일인 만큼, 그의 작품들을 본 이들이 마땅히 위하준의 인생 캐릭터로 ‘작은 아씨들’ 최도일을 꼽을 만하다. 이미 ‘작은 아씨들’ 이후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차기작도 여러 편. 이번 경험이 더해진 다음 작품에선 또 얼마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지 설렘이 배가된다.

“끝까지 아무도 믿지 말아요. 이 총과 현금 말고는”

8화에서 오인주는 현금 인출을 앞두고 최도일을 향한 불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에 최도일은 사용이 간편한 총을 쥐여주면서 제 등에 총을 겨누고 있는 한은 안전할 것이라며 안심시키고, 위처럼 말하며 믿음을 준다. 어느덧 12개의 이야기 가운데 10회까지 방송된 지금, 오인주에게 평안을 줬던 총은 싱가포르에서 빼앗겼고, 계좌에 잠들었던 700억 원마저 눈앞에서 증발했다.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준비할 때부터 오인주와 함께했던 최도일이었기에 의심은 당연하게도 다시 최도일로 향한다. 그럼에도 최도일만은 끝까지 오인주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또 믿고 싶다. 의심의 순간마다 오인주의 편에 섰던 공조 파트너이므로, 로맨스라는 확실한 행동도 대사도 어느 것 하나 없었지만 오인주와 시청자는 알고 있으므로, 이것이 제작발표회 당시 그가 말했던 ‘미스터리 섹시’의 마침표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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