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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2.09.02 13:35
  • 수정 2022.09.02 14:59
  • 댓글 0

김효진, 밉지 않은 나쁜 여자

'모범형사2'의 빌런 천나나 역으로 진가 과시하며 주가 급상승

'모범형사2' 김효진, 사진제공=블러썸스토리·SLL
'모범형사2' 김효진, 사진제공=블러썸스토리·SLL

JTBC 토일극 '모범형사2'(연출 조남국, 극본 최진원)의 천나나(김효진)는 '나쁜 여자'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 이복오빠를 끌어내리려 음흉하게 뒷수작을 부리는 여자. 이와 동시에 끊임없이 위협하고, 유혹하고, 반대로 위협당하고 유혹을 받으면서 사는 여자. 이것만 보면 천나나는 분명 나쁜 여자다. 아니 못된 여자다. 그러나 악행 후 그의 얼굴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위태로움이 아슬아슬하게 얹혀있다. 욕망과 절박함의 공존한 인간. 나나는 '모범형사2'에서 남편을 죽일 만큼 악행의 중심에 있는 여자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왠지 측은함을 품은 독특한 캐릭터다.

"난 엄마처럼 도망가지 않아. 살아남을 거야. 끝까지". 나나는 엄마를 애달프게 그리워하며 사랑하면서도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나의 엄마는 여자라는 이유로, 그리고 첩이라는 뒤틀린 운명의 약자라는 이유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어린시절부터 이복오빠인 천상우(최대훈)는 나나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이를 다 알고도 아버지는 방관할 따름이었다. 마땅히 사랑이 오가야 할 가족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아 왔고, 때문에 나나는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생존의 과정을 깨우쳤다. 

'모범형사2' 김효진, 사진제공=블러썸스토리·SLL
'모범형사2' 김효진, 사진제공=블러썸스토리·SLL

'모범형사2' 제작발표회에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역할이어서 부담됐다"고 말했을 만큼 김효진의 필모그래피에서 천나나는 의외의 선택이다. 데뷔와 동시에 CF스타로 전성기를 누리며 도회적인 이미지로 워너비 여성을 줄곧 연기했던 그는, 결혼과 육아로 인한 공백기 후 8년만의 복귀작 JTBC '사생활'(2020)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이용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던 복기를 거쳐 나나를 만나면서 악해서가 아니라 그 속을 헤아릴 수 없어 위험한 여자로 변했다. '모범형사2'의 연출을 맡은 조남국 PD가 "천나나 역 캐스팅에 김효진이 0순위였다. 우리 드라마의 중심이고 숨겨진 비밀 연기가 있다"고 말한 발언을 힘있게 증명했다. 그렇게 나나를 만난 김효진은 사랑스럽던 도시 여자에서 위험한 도시 여자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며 시청자들에게 친숙하지만 신선한 감흥을 불어넣는다.

"공백 동안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생각 끝에는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정말 사랑했구나'라는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곤 했죠"라고 밝힌 모 잡지 속 인터뷰 내용처럼,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기 전에 배우 김효진을 가장 사랑하는 존재. 그렇게 사랑으로 펼쳐낸 스스로의 새로운 필모그래피는 결과적으로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준다. 악질 같으면서도 어딘가 동정받을 여지를 동시에 쥐고 있는 의뭉스러움을 연기하며 말이다. 이와 동시에 '모범형사2'의 유일한 여성 주연으로서 그 누구보다 진한 존재감마저 드러낸다. 

'모범형사2'에서 긴장감과 동정심을 동시에 집어넣는 것은 지금 김효진이 가진 독보적인 무엇이다. '본캐'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아우라를 구심으로 작게 표정 변화를 일으키는 것만으로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나나가 김효진이어야만 했던 감독의 0순위 발언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하게 미쳐 날뛰는 나쁜 여자가 아니라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여자 빌런. 이와 동시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여성. 김효진은 자신이 사랑으로 지켜온 일로 또 한 발자국 자신의 세계를 넓혔다. 나나의 측은함은 기꺼이 김효진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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