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돌았어요."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오마이걸 멤버 미미는 걸그룹 후배인 아이브 멤버 안유진을 지켜보다 이렇게 말했다. 이로 인해 안유진은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 자신도 별명을 따라 놀라우리 만큼 반전의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5년 전 성실하고 말간 이미지로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아 아이즈원 멤버로 발탁됐고, 1년 전 아이브로 재데뷔해 착실하고 똑부러지게 리더 역할을 수행하며 팀을 금세 정상 반열에 올렸던 '사기캐'. 그런 그가 지금은 눈에 광기를 품고 이은지, 미미, 이영지 등의 다소 기 센 언니들과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를 찍으며 언니들 못지않은 '웃음제조기'로 하드캐리를 하고 있다. 맑은 동공으로 렌즈 CF를 찍었던 과거를 지나, 지금은 맑은 동공에 광기를 은은하게 풍기며 나영석 PD의 '新 도른자'로 활약 중이다.
깔 게 없고 털어도 나올 게 없던 안유진의 탄탄대로 행보는 그가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반전의 웃음을 줄 수 있는 바탕이 됐다. 2003년생으로 만 열여섯살에 데뷔해 두 개의 걸그룹을 거치는 동안에 그는 변함없는 청적 구역의 바른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 연습생을 시작해 걸그룹으로 데뷔하기까지,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있어 조금의 꼼수나 게으름도 없이 성실하게 자신을 수련해온 안유진의 자기관리는 꾸준하고 철저하다. 프로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스무살이란 어린 나이에 인기 걸그룹의 리더가 된 그는, 진즉 어른의 세계에 발을 담그며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줬다. 이 같은 모습은 이른 나이의 그에게 '엄친아'내지는 '사기캐' 등의 성실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그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때문에 안유진은 다소 심심하게 사는 연예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그는 때론 하이텐션인 언니들을 능가하는 '저 세상 개그'로 뼈있는 웃음을 선사한다. 단지 성실하고 착실한 '엄친아'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분야에서, 은은하게 돌아있는 눈으로 자신만의 특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말이다. 나영석 PD 입에서 "이런 느낌으로 섭외한 거 아니었단 말이야"라는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청정 지역에서 발견한 뜻밖의 보석이다.
함께 루프탑에 놀러가자며 "팀장님한테 루프탑 가도 되는지 물어봐"라는 이은지의 말에 "그냥 갈래요"라고 대답하고, '형'으로 끝나는 끝말잇기 게임을 하던 중 능청스럽게 "호동이형"을 외치는 뻔뻔함은 바른 걸그룹 이미지를 가진 그이기에 가능한 웃음을 유발한다. 이에 더해 나영석 PD도 질려할 정도로 집요하게 카메라를 쫓으며 '엔딩 요정'의 과한 설정샷을 넘치게 담고, 외국말 사용 금지 저녁식사 미션 도중 걸그룹 선배인 미미가 위태롭게 물을 주문하려 하자 "언니 그냥 물 안마시면 안돼요?"라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변을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끝내는 미미가 안유진을 일컬어 "눈이 돌았어요"라고 말하기에 이르며 '맑은 눈의 광인'으로 '뿅뿅 지구오락실'의 소중한 자산으로 성장한다.
어느덧 걸그룹의 속박에서 벗어난 듯한 안유진은 나영석 PD와 언니들을 마음껏 놀려대면서 독하지만 무해한 토크마저 펼쳐낸다. 임기응변에 뛰어나고 타고난 센스가 있다 해도, 예능에서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 웃음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촬영을 앞두고 끝없이 자신의 발언을 고민하고 연구했을 노력의 증거다. 어쨌건 그의 본업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심지어 리더이고, 스타 PD와 함께하는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자신이 어떻게 존재감을 발산하느냐에 따라 개인뿐 아니라 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을 그다. 그저 얻어 걸린 캐릭터가 아닌, 노력과 고민의 결실이라는 뜻이다. 예능 속 안유진은, 나PD의 말대로 청정 구역에서 캐낸 값진 금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