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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 방황과 처절의 역사 끝내고 다시 태어나나?

'데어데블'
'데어데블'

MCU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장 잘 적용된 작품이었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로 이어지는 ‘삼파이더맨’이나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등의 등장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이처럼 알면 알수록 더 진해지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감동은 초반 시퀀스에서도 깨알같이 활용됐다.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밝혀진 후 그들을 불구속 상태로 만들어 준 맹인 변호사를 기억하는가. 시위대가 던진 돌이 뒤에서 날아옴에도 이를 가볍게 잡아내 “어떻게 하신 거예요?”라는 감탄을 끌어낸 그 변호사 말이다.

이 변호사 역시 예상한 대로 어엿한 슈퍼 히어로다. 스파이더맨이 스스로 ‘친절한 이웃’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이 변호사가 낮에는 법으로, 밤에는 무력을 사용해 뉴욕의 범죄율을 낮추고 있다. 이 히어로의 이름은 '데어데블(Daredevil)'이다. 코스튬 역시 붉은색이라 원작에서는 스파이더맨, 데드풀 등과 엮이기도 한다.

데어데블은 현재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할 수 있지만 본래 넷플릭스 내 마블 드라마였다.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퍼니셔 등 넷플릭스 내 마블 히어로 드라마의 서막을 연 캐릭터다.

데어데블의 정체는 맷 머독(Matt Murdock)으로 직업은 변호사다. 낮에는 소시민들을 돕는 공익 사건을 맡아 시민을 지키고 밤에는 초 청력과 초인적으로 발달한 다른 신경을 이용해 데어데블로 활동한다. 시각장애가 있긴 하지만 히어로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어데블의 매력은 초인적으로 발달한 신경 외에 다른 능력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마치 박쥐가 초음파를 쏴서 원활한 비행을 하듯 그도 뉴욕의 헬스키친을 종횡무진으로 활약하지만, 그 외에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이 부분에서 데어데블은 DC의 복수 귀 배트맨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데어데블은 시즌3 동안 진행되는 드라마 안에서 작게는 코피에서 크게는 복부에 상처를 입어 생사를 넘나드는 지경까지 이른다. 화려한 방패를 들고 활약하던 캡틴 아메리카보다 더 처절하다. 무슨 히어로가 저리도 많이 맞고 다니나 싶은 정도다.

'데어데블'
'데어데블'

데어데블이라는 히어로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처절의 역사’다. 코믹스 원작이나, 드라마상으로도 데어데블은 처절함과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다. 오죽하면 원작 코믹스 팬들마저 불행하기로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못지않다고 혀를 내두른다. 

맷 머독은 어린 시절 트럭에 치일 뻔한 장애인을 구하려다가 방사성 물질이 눈에 들어가 실명하게 된 후천적 시각 장애인이 된다. 시각을 잃는 대신 남들보다 몇 배는 뛰어난 청력과 예민한 신경을 갖게 됐다.

그러나 데어데블로서의 무술 실력은 온전히 개인의 노력과 피 나는 수련의 결과다. 슈퍼 솔저 혈청이나 아크 리액터의 도움 없이 펼치는 데어데블의 액션이 더욱 거칠고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즌1부터 시즌3에 이르기까지 데어데블은 꾸준히 이런 거친 액션을 구사한다. 타인에게 피를 흘리게 만들기 위해 본인이 피를 흘리는 것도 감수하는 액션이다. 여기에 악을 처단하는 집행자로서 악당들을 자비 없이 두드려 팬다. ‘범죄도시2’의 마석도처럼 차라리 한 방에 끝내주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이 가운데 데어데블은 마치 닌자를 연상하게 하는 어설픈 초창기 슈트에서 그를 상징하는 악마의 뿔이 달린 레드 컬러 수트를 입을 때까지 끊임없이 고뇌하고 불안해하며 성장한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변호사이기에 자경단으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에 괴로워한다.

이에 더해 시즌이 지날수록 데어데블이라는 히어로가 수호하는 가치를 위협하는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보다 훨씬 강한 신념과 권력을 가진 킹핀의 등장, 악당을 제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두 죽이는 퍼니셔, 과거 그와 인연을 지닌 엘렉트라 등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내며 데어데블을 시험에 빠뜨린다.

'데어데블'
'데어데블'

이처럼 드라마 ‘데어데블’은 이 히어로에게 있어 기억 한쪽에 애써 봉인해 둔 싸이월드 미니 홈피 같은 이야기다. 변호사와 자경단 히어로 사이에서 갈등하고 법의 테두리 안팎을 오가면서 고민하기에 이 작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데어데블의 부끄러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게 이 부끄러운 기록을 따라가고 나면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디펜더스’ 등의 작품을 통해 원숙해진 데어데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디펜더스’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2017년, 그로부터 4년 뒤인 2021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변호사 맷 머독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삼파이더맨’ 만큼은 아니어도 그의 등장은 충분히 팬들을 두근거리게 했다.

이에 더해 데어데블의 숙적인 킹핀이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호크아이’에 재등장하면서 데어데블 드라마의 본격적인 부활이 예고됐다. 최근 ‘변호사 쉬 헐크’에서도 등장을 예고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MCU의 내놓은 자식이 될 뻔했던 데어데블이다. 이제 이 캐릭터는 ‘변호사 쉬 헐크’에서 모습을 드러냄으로서 진정한 MCU에 편입됐다. 과연 데어데블은 오는 2024년 공개 예정인 ‘데어데블: 본 어게인’을 통해 처절과 방황의 역사를 잘라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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