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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2.08.08 13:42
  • 수정 2022.08.08 13:47
  • 댓글 0

이종석-손현주-김민재, 세 남자가 '사짜'로 사는 법

'빅마우스' 이종석, 사진제공=MBC
'빅마우스' 이종석, 사진제공=MBC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세 명의 사짜들이 있다. MBC '빅마우스'의 박창호(이종석) 변호사, JTBC '모범형사2'의 강도창(손현주) 형사, 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유세풍(김민재) 의사다. 사기꾼을 지칭하는 사짜가 아닌, '사'자 직업을 가진 남자들이다. 사짜라고 해서 다 같은 사짜가 아닌 것처럼, 이들의 드라마 속 생존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어쩌다 철장 신세를 지게 된 박창호 변호사, 여전히 마음 품 넓은 강도창 형사, 잘 나가던 내의원 침의에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유세풍 의원까지. 이 짧지만 강렬한 사연을 가진 사짜들의 삶은 어떨까? 

그 '사짜'의 일

[박창호 변호사]는 승률 10%의 삼류 변호사다. 장인을 모시며 처가살이를 하는 소송 연패의 흙수저 출신이다. 변호사만 되면 흙수저 인생을 탈출할 수 있을거라 믿었지만 현실은 변호사인데도 사기를 당하고 당장의 카드값과 대출이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타고난 팔짜도 사납다. 점만 봤다 하면 무당 입에서 '재수 옴 붙은 놈'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 그에게 간만에 거물급의 솔깃한 의뢰가 들어왔다. 시장이 의뢰한 사건인데 변호해야 할 사람들이 사학재단 자제, 대형병원 차기 원장으로 거론되는 의사, 법조계 성골 변호사다. 이 사건으로 크게 한방을 노리지만, '재수 옴 붙은 팔자'가 그의 앞길을 또 한번 가로막는다. 얄팍한 제 술수에 넘어가 권력층의 심기를 건드려 그만 철장 신세를 지게 된다. 교도소 생활은 더 최악이다. 얻어터지는 건 기본이고, 급기야는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그런데 뉴스에서 자신을 천재사기꾼 ‘빅마우스’라고 보도한다. 그의 사무실에서 빅마우스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단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 싶어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 역시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조폭 두목의 뒤통수를 내려치고, 사이코패스의 심기를 건드리지만 죽자고 시도한 일들로 인해 '미친놈'으로 낙인 찍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위치가 됐다. 그러나 교도소 안팎으로 시시각각 위협은 여전하다. 그래서 플랜을 바꿨다. 거물인 빅마우스인 척 사는 거다. 승률은 안 좋았어도 깡과 패기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던 것처럼, 나름 밑바닥 변호사 생활을 하며 터득한 말발과 너스레로 생존을 위한 연기를 감행한다. 변론은 꽝이었어도, 사기꾼 기질은 나름 있는 것 같다. 주변 인물 하나 둘씩 서서히 그에게 속아 넘어간다.

'모범형사2' 손현주, 사진제공=블러썸스토리, SLL
'모범형사2' 손현주, 사진제공=블러썸스토리, SLL

[강도창 형사]는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팀 소속의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20년 차 베테랑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범죄자를 잡아들였다. 뛰어난 추리능력도, 과학수사도 아닌 땀과 발품이 형사의 가장 큰 덕목이라 믿는다. 수 쓰는 법 없이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닌다. 범인을 잡았다고 해서 사건을 놓지도 않는다. 실적보다는 진실이 중요한, 뜨거운 가슴을 지녔다. 그래서 과거 자신이 체포한 이대철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진범도 잡았다. 하지만 이대철은 이미 사형을 언도받았다. 형사로서 양심의 목소리를 따라 이대철의 무죄를 향해 뛰었고, '모범형사'에 대한 이상향을 찾아갔다. 그런 그 앞에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흰 가운 연쇄살인 사건이다. 인삼 절도범 김형복을 범인으로 특정하고 코앞까지 뒤쫓지만, 자신의 눈 앞에서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애초에 김형복이 범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저 사건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쫓은 건데 그로 인해 목숨까지 잃게 되자 죄책감이 또 다시 마음을 짓누른다. 그래서 그는 더 열심히 달렸다.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해 팀원들과 휴가까지 반납하며 진짜 범인을 특정하고 결국 잡았다. 그런데 다 차려놓은 밥상을 광수대에서 채가려고 한다. 그러나 실적은 그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서장의 안달에도 흔쾌히 사건을 넘겨준다. 외면당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게 그의 진짜 목적이다. 그가 20년째 강력팀 형사로 남아있는 이유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김민재, 사진제공=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김민재, 사진제공=tvN

[유세풍 의원]은 인물, 학식, 성품 모든 걸 온전하게 갖춘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같았던 인물이다. 아버지는 이조판서에 15세에 성균관 입학, 17세에 문과별시 장원, 18세에 문과 식년시 초시, 복시까지 삼장 장원을 석권했다. 조선시대판 '엄친아'다. 어머니를 갑자기 병으로 잃게 되자 붓을 꺾고 의학에 매진했다. 이후 단숨에 내의원에 입성했다. 남들은 족히 십 년은 걸릴 과정을 불과 두 해 만에 끝내버렸다. 이후 자신의 치료로 완치된 이들의 감사 인사는 뒤로 하고, 승전의 결과물에만 집중했다. 차곡차곡 경력을 쌓은 덕에 '내의원 수석 침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시침으로 하루아침에 세풍의 세상이 무너져 버렸다. 왕의 얼굴을 뒤덮은 종창에 시침을 했으나, 출혈이 멎지 않아 결국 왕이 승하하고 말았다. 도제조인 아버지는 왕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다 목숨을 잃었다. 친우였던 세자 덕분에 자신 목숨 하나는 부지했으나 좌절감과 죄책감으로 술독에 빠져산다. 그러던 중 한 마을에서 돈 밝히는 의원 계지한(김상경)을 만나게 된다. 그의 술수에 걸려 그가 운영하는 계수의원에서 일을 하게 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로 침만 잡으면 손이 떨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다. 그러나 계지한의 독침 같은 말들이 외면해왔던 세풍의 의원 본능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침술은 아직 어렵지만, 환자의 마음을 어르는 데 재주를 보인다.

'빅마우스'(위) '모범형사2'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사진제공=MBC, 블러썸스토리, SLL, tvN
'빅마우스'(위) '모범형사2'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사진제공=MBC, 블러썸스토리, SLL, tvN

그 '사짜'의 사랑

[박창호 변호사]는 학창시절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아내가 있다. 바로 고미호(임윤아)다. 부상으로 운동을 접고 방황하던 시절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귀한 인연이다. 박창호 변호사는 그런 아내에게 고마워 일부러 더 꽉 잡혀산다. '의가 좋으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는 말처럼 처가살이마저 행복하다. 오히려 아내인 미호보다 장인어른을 더 믿고 따른다. 박창호 변호사에게 가정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가 살아남기로 결심한 이유도 바로 아내, 그리고 아버지 같은 장인이 있기 때문이다. 빅마우스가 되어서라도 지켜야 할 존재들이다.

[강도창 형사]는 이혼한 여동생 먹여 살리랴, 후배들 용돈도 챙겨주랴 정작 스스로는 보살피지 못한다. 타고나길 이타적이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자신 때문에 사형을 언도 받은 이대철의 딸 이은혜를 양딸로 거뒀고, 진심으로 딸이라 생각하며 보살핀다. 은혜가 조금만 늦게 귀가해도 걱정 한가득인 '딸바보'다. 비록 연인과의 뜨거운 사랑 없이 살지만, 주변의 모든 인물을 사랑하고 보살핀다.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그가 택한 사랑은 사람 그 자체에 실어넣는 인류애다.

[유세풍 의원]은 의원이 되고자 했던 그 초심부터가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다. 눈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아픔을, 세상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했다. 생(生)이 최우선인 그에게 있어, 병자는 모든 사랑과 보살핌의 대상이다. 그런 그가 큰 시련을 겪고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는 순간, 한 여인이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1년 후 그 여인과 재회했다. 생기 가득한 눈망울로 자신을 살렸던 여인의 지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채 텅빈 눈동자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유세풍 의원은 자꾸만 그 여인이 신경 쓰인다. 어머니와 아버지만큼 그에게 소중한 것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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