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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홍수경(칼럼니스트)
  • 입력 2022.08.08 10:39
  • 수정 2022.08.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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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극장서 줄어가는 블록버스터, 안갯속 영화시장의 미래는?

2019년 대비 30% 줄어든 와이드 개봉 영화수 "출구는 OTT?"

'불릿 트레인', 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
'불릿 트레인', 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

극장가가 귀환하는 관객들로 술렁인다. 대작 한국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한국 극장가처럼 미국 극장가도 모처럼 여름 장사에 한창이다. 작년 214억 달러에 머물렀던 글로벌 박스오피스가 올해는 1.5배가 넘는 330억 달러를 돌파할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2022년 지금까지 전세계 최고 흥행작은 ‘탑 건: 매버릭’이다. 뒤를 이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쥬라식 월드: 도미니언’ ‘더 배트맨’ ‘미니언즈 2’ ‘토르: 러브 앤 썬더’가 관객을 끌어들였다. 대부분  여름 시즌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다. 팬데믹 이전처럼 할리우드의 여름 블록버스터들이 박스 오피스를 장악하고 전체 흥행을 견인하는 ‘보통의’ 시장이 돌아왔다. 그러나 희망을 갖기엔 시기상조다. 

최근 개봉 화제작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불릿 트레인’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 다른 블록버스터보다 관객 폭이 적지만 슈퍼 스타의 주연작이어서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후 제작비 2억 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는  11월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개봉되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다. 12월에는 ‘아바타: 물의 길’이 2022년의 블록버스터 시장을 마무리한다.  활기찬 여름 시장이 극장가를 장밋빛으로 물들였고 관객들은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 기꺼이 극장을 찾았지만, 개봉 영화 편수는 확 줄어들었다. 미국내 와이드 개봉 영화 편수는 2019년에 비해 30퍼센트가 넘게 감소했다. 미국 영화 공급 감소는 전세계 극장 영화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팬데믹 내내 반복되었던 질문을 되풀이해보자. 극장이 과연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수요와 공급이 이전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다. 

CNN의 조사에 따르면 영화 공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제작 지연이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물량 부족과 인플레이션은 영화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물량 공급이 임시적 한계라면 다른 이유는 훨씬 구조적이다.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이다.  

'그레이맨',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레이맨',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여름 시즌에 자체 최대 제작비를 기록한 루소 형제의 ‘그레이 맨’을 공개했다.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가 주연한 액션 영화로 ‘애덤 프로젝트’ ‘레드 노티스’ ‘돈 룩 업’ ‘키싱 부스 3’에 이어 오프닝 주말 기준 스트리밍 순위 5위에 올랐고, 8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레이 맨’을 연출하기 전에 ‘어벤져스’ 시리즈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루소 형제는, 정말 놀랍게도, 영화를 보기 위해 꼭 극장에 가야 한다는 것은 “엘리트적 관념”이라고 지적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진 극장을 신성한 장소로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들은 영화 전달 방식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레이 맨’은 극장 개봉을 고려하고 만들어진 영화로 미국에서는 일주일 간 극장에서 상영이 되기도 했다. ‘그레이 맨’의 성공과 함께 넷플릭스는 속편과 스핀오프 제작을 확정하고 ‘그래이 맨 유니버스’ 창조에 나선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프랜차이즈 전략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그대로 이식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가을 시즌에 또 다른 블록버스터 ‘나이브스 아웃2: 글래스 어니언’도 선보인다. 기대 이상의 극장 흥행을 거뒀던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의 속편 두 편을 이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게 된다.  

미국의 ‘훌루’ 또한 ‘프레데터’의 프리퀄인 ‘프레이’를 여름 영화로 공개했다. ‘프레데터’ 시리즈가 평과 상관없이 극장에서 고른 흥행을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프리퀄의 스트리밍 서비스 직행은 놀랄 만한 결정이었다. 계열사인 20세기폭스 IP 작품을 둘러싼 계약은 좀더 복잡하지만 어쨌든 디즈니는 호평을 받은 작품의 극장 개봉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했다. 

'프레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프레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이러니컬하게도 메이저 영화들이 대거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독립 영화에게는 다소 나은 기회가 생성되고 있다. 가을 시즌에 접어들면 미국 극장가는 극장 개봉을 해야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도전 작품과 중저예산 성인 대상 영화의 무대가 된다. 이 영화들은 어쩌면 예전보다 오랫동안 극장에 머물며 관객들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인기 독립제작사 A24 의 봄 개봉 영화였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꽤 장기간 극장에서 상영되며 제작비의 4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고 여전히 극장 및 디지털 판매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영화 개봉작인 ‘한산: 용의 출현’은 다수의 스크린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거의 만석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며 틈새 시장에서 성공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이 개봉작의 배급 창구로 공존하며 팬데믹 이후 영화 시장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앞으로는 극장 블록버스터와 스트리밍 블록버스터가 서로 관객의 시간을 놓고 경쟁하는 양상이 펼쳐질 도 모른다. 순진한 시선이지만, 배급 방식이 어떻게 변하든 원칙은 늘 같지 않을까? 관객은 더 재미있는 콘텐츠에 자신의 두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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