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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주원의 리얼타임 '개고생'

카터’는 미쳤고, 주원은 더 미쳤다

'카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카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카터'를 보는 내내 숨을 죽여야 했다. 액션이 쉼 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저 정형화된 표현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액션이 화면 밖으로 우수수 쏟아짐을 의미한다. 롱테이크 형태를 의도하고 접합시킨 긴 액션신과 사정없이 흔들리는 화면에 집중하고 있자면, 구토와 어지럼증이 절로 동반된다. 한국 영화에서, 아니 외국 영화에서도 좀처럼 본 적 없는 가히 실험적인 액션과 촬영, 그리고 그걸 온전히 소화해 내고 있는 주원이라는 배우. 해당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이런 생각이 머리를 자동으로 스친다. '이런 게 한국에서 된다고?'. 그리고 하나 더. '주원... 이번에 진짜 '개고생' 했네'.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주원)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작이다. 모든 기억을 잃고 눈을 뜬 카터가 머릿속에 정체 모를 목소리를 따라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 '정하나'를 데려오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와 '악녀'를 만든 정병길 감독이 "원테이크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영화. "그동안 보지 못한 액션 시퀀스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정 감독의 바람은 아무래도 이번 영화로 제대로 실현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카터' 역을 맡은 주원이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

주원이 극중 인간 병기 '카터'로 변신하기 위해 7kg 정도의 벌크업을 했다는 소식과 3~4개월의 혹독한 사전 트레이닝을 거쳤다는 사실을 사전에 접했으나, 액션 영화라면 으레 있던 상투적 홍보 수단 정도로 치부했다. 그때의 판단을 뒤늦게 반성하고 사과한다. 이 영화는 미쳤다. 이 영화 주연을 소화한 주원은 그러니깐 더더욱 미쳤다.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데뷔해, '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굿닥터', '용팔이' 등 다수의 흥행 드라마에서 배우로서의 필모를 착실하게 쌓고, 틈틈이 뮤지컬과 스크린을 오가며 두터운 스펙트럼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그다. 군백기도 무사히 마쳤으니, 로맨스 장르를 비롯해 통상의 작품들의 무수한 러브콜이 쏟아졌을 게 분명하다. 그런 그가 굳이 '카터'를 직접 선택했다.

'카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카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주원이 '카터' 제작보고회에서 "'당연히 대역이 했겠지'라고 생각되는 것도 다 제가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던 모습은, 영화를 보고 나면 더 선명하고 또렷해진다. 주원은 '카터'의 러닝타임 내내 뛰고, 찌르고, 쏘고, 피하고, 밀치고, 때리고, 던지고, 뛰어내린다. 특히 스카이다이빙, 오토바이, 헬기 액션은 화면을 압도한다. 실제 자유낙하까지 하며 해당 스카이다이빙 장면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곱씹으면, 그것이 왜 그토록 비현실적인데도 장면 하나하나가 리얼했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제작진의 노력과 배우의 노력이 끔찍할 만큼 촘촘하게 쌓여 만들어진 끈덕진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카터'라는 작품 자체는 과도한 선정성, 잔인한 장면, 일부 설정 오류, 미흡한 CG 장면, 아직 회수하지 못한 '떡밥', 지나친 국악 BGM 등으로 어쩌면 관객의 불호를 마주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카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카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다만, 주원의 경우라면 무조건 열외다. 주연 배우로 흥행의 책임이야 짊어질 수도 있지만, 그냥 이 정도까지 했으면 일단 다 제쳐두고 박수부터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영화 '존윅'을 연상케 하는 통쾌한 하드코어 액션,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원테이크 촬영신을 지금의 주원이 아니었다면 어느 누가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을까. 안정적인 입지와 인지도를 지닌 배우가 이런 '개고생' 현장에 자진해서 뛰어든 것 자체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촬영장 분위기와 기법이 신선했다.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혜택받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하는 그의 발언은, 혹시 영화에서처럼 '기억 제거 수술'이라도 당한 것은 아닐지 심각하게 우려될 정도다.

물론 주원의 '개고생'은 결코 헛되지 않다. 주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이 주목하는 액션배우로서 자리매김할 기회를 거머쥐었고, 추가로 그가 얼마만큼 작품에 진지하게 임하고 몰입하는지, 그의 태도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든 이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으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지금의 주원에게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디 당분간 '카터2' 생각은 하지 말고, 차기작으로는 꼭 로맨스 장르 같은 말랑말랑한 작품을 우선적으로 택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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