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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극복한 상반기 공연 시장! "관객이 돌아왔다~"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4,000억 원을 넘어설듯

뮤지컬 '데스노트',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
뮤지컬 '데스노트',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

2021년 상반기(1~6월) 공연 티켓 판매액은 2,316억 원(KOPIS 자료)으로 2021년도 상반기에 비하면 무려 97.7%나 성장했다. 티켓 판매액의 성장을 이끈 것은 뮤지컬로 지난해에 비해 100% 성장했다. 2021년에는 뮤지컬의 티켓 판매액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도에 비해 높은 회복세를 이루었는데, 올해 상반기 역시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뮤지컬 판매액은 팬데믹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는 것을 넘어 역대 가장 큰 판매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으로 가는 이 시점에 폭발적으로 뮤지컬의 판매액이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팬데믹으로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업종 중 하나는 공연계이다. 공연은 무대 위의 배우와 관객이 만나서 완성되고 소멸되는 장르이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교감, 즉 라이브니스(Liveness)를 생명으로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자 공연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인터파크의 공연 티켓 판매액은 전년도에 비해 24.7%에 불과했다. 장르별로 보면 콘서트가 15.7%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고, 연극이 31.5%, 뮤지컬도 34.8% 수준이었다. 공연계 전체가 초토화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아예 공연장을 닫은(Shot Down) 대다수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은 대단히 선방한 것이다. 확진자에 따라 두 자리 띄어앉기를 하는 바람에 공연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긴 했지만 우리는 공연 전체가 멈춘 적이 없다. 

국가의 지원금과 제작사의 강한 의지로 버틴 결과 2021년 공연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2021년 인터파크 티켓 판매액은 2019년의 53.8% 규모였고 세부적으로는 연극이 50.4%, 무용/전통예술은 52.6%였다. 뮤지컬은 무려 77.3%로 팬데믹 이전의 상황으로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그 결과 2022년 상반기 뮤지컬 티켓 판매액(KOPIS 자료)이 1,826억 원에 달했다. 2021년 한해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2,343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뮤지컬 티켓 판매액으로만 지난해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의 80%를 달성한 것이다. 하반기 공연 시장은 공연 성수기인 연말 시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통 상반기의 1.3배에서 많게는 1.5배까지의 티켓 판매가 발생한다. 지금까지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처음으로 4,000억 원대에 진입해서 4,200억~4,500억 원 시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4,000억 원을 넘어선 적은 없다. 2015년부터 한국 뮤지컬 시장이 3,500억 원이라는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는 추정치였다. 2019년 6월 공연법 개정으로 분산된 티켓 판매처와 공연장의 티켓 판매 정보가 의무적으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수집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공연 시장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거의 모든 시장 분석이 인터파크에서 발표하는 연말 티켓 판매 자료를 바탕으로 공연 시장을 추정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전체 공연 시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가중치를 두어야 하는데, 분석자마다 가중치를 두는 것이 달랐다.

'뮤지컬 '아이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 '아이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15년 ‘뮤지컬 시장 3,500억 원’ 설이 나온 근거는 ‘2014 뮤지컬 실태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발행)에서 인터파크 데이터의 시장 점유 비율을 60% 정도로 설정하여 2014년 뮤지컬 시장을 3,260억 원으로 추정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2014년 시장이 3,200억 원대 수준이라면 2015년에는 3,500억 원 정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나온 수치이다. KOPIS 데이터를 통해 알아본 결과 2021년 전체 티켓 중 인터파크에서 판매된 비중은 70% 정도였다. 예년에 비해 점점 티켓링크나 예스24 등 경쟁 티켓 판매처의 비중과 공연장의 자체 판매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인터파크의 판매 비율이 70%를 차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2014년도 인터파크의 점유율이 70%를 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60%를 적용한 것은 지나치게 가중치를 높게 책정한 것이다.  

‘2014 뮤지컬 실태조사’에서 이와 같이 적용한 이유는 아마도 ‘뮤지컬 시장’을 티켓 판매액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MD판매, 로열티 등 부가수익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부가수익을 산출할 수 있는 데이터는 거의 없다. 단지 공연예술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발행)에 의하면 2019년의 경우 단체의 기타 수입이 전체 수입의 0.5%를 차지한다고 나와 있다. 뮤지컬의 경우 그 비중이 평균보다는 클 것으로 보이나 1%를 넘어서는 않을 것이다. '2014년 뮤지컬 실태조사'에서 부가수익을 10% 이상 부여한 것은 과도한 설정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단 한 번도 뮤지컬의 티켓판매액이 4,000억 원대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올해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팬데믹 사회가 길어지면서 뮤지컬계의 고민은 ‘한번 떠나간 관객이 엔데믹이 된다고 돌아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올해 판매액 수치가 보여주는 대답은 ‘돌아온다’이다. 비대면 사회에서 대면의 갈증, 같은 공간에서 감정을 공유하고 경험하는 감각에 목말랐던 대중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았다. 대면을 근간으로 하는 공연이 접근성이나 확장성에서는 불리할 수 있으나 공연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라이브의 매력은 사회가 발달할수록 커져가는 공허감을 채워준다. 또한 아직 해외여행이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일상의 탈출에 대한 열망으로 대중들이 공연, 특히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뮤지컬로 몰리게 했다. 

최근 뮤지컬 시장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크게 키운 것은 20대다. 2019년 인터파크 자료에 따르면 뮤지컬 관객층은 30대가 40%대를 유지하며 가장 높다. 20대와 40대가 20%대를 유지하며 비슷한 비율을 보이는데, 팬데믹 상황에서 성공하는 작품들은 20대가 거의 50%를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현재 공연하고 있는 '아이다'의 경우 2019년 '아이다'의 20대 관객 비중이 32.1%, 30대가 33.8%였지만, 2022년 20대 비중은 39.5%로 가장 높았으며, 30대 비중은 29.9%로 낮아졌다. 전반적으로 20대 관객층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폐쇄적인 상황에서 가장 갈증이 심했던 20대가 새롭게 뮤지컬 시장에 진입하면서 뮤지컬 시장이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뮤지컬 시장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까?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속에서 아직은 불안정성이 더 강한 사회이다 보니 특이한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이 지속된다면 공연을 대체할 만한 영화나 스포츠, 여행 등 대중들이 기존에 즐기던 문화도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여러 이유로 새롭게 유입된 젊은층, 그들이 경험한 공연의 매력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뮤지컬 시장뿐만 아니라 처음 공연에 눈을 뜬 당사자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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