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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깔리니 신명나게 노는 '연기 고수' 정소민

'환혼'서 살수와 촌부 오가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호평세례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배우 정소민이 팔색조 매력으로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정소민에게서 서늘한 살수(殺手)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연출자 박준화로 인해 정소민이 또 한 번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고 있다.

정소민은 현재 방영 중인 tvN 주말극 ‘환혼’(홍정은·홍미란 극본, 박준화 연출)에서 무자비한 살수의 혼이 눈먼 촌부에게 들어간 캐릭터를 그리며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모질고 지독한 혼이 무르고 연약한 몸에 들어간 모습으로 살기와 웃음기를 오가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시키고 있다.

‘환혼’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없는 가상의 나라 대호국에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그려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흥행보증수표인 홍정은·홍미란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으로, 스타작가의 명성에 걸맞은 화려한 볼거리와 즐거운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서 정소민이 맡은 여주인공은 지나가는 자리마다 사람의 목을 떨군다 해서 낙수(落首)라 이름 붙은 무자비한 살수였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환혼술로 앞을 볼 수 없는 무덕이의 몸으로 들어가 목숨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옮겨온 몸이 너무 허약해 그간 살수로서 쌓아온 실력을 펼칠 수는 없지만, 신기하게도 시력이 살아나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그런 무덕이는 낙수의 내공을 되살리는데 필요한 엄청난 기를 자신의 몸에 불어넣어 줄 인물로 남자주인공 장욱(이재욱)을 점찍었다. 장욱은 대호국 천부관 관주인 아버지 장강(주상욱) 때문에 기문(氣門)이 막혀 장성하도록 술법을 하나도 배우지 못했지만, 그를 가르쳐 기운을 얻어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소민이 냉정한 카리스마로 낙수의 에너지를 뿜어낼 때와 푸근하고 정감 넘치는 무덕이의 분위기를 자아낼 때 극명하게 다른 극과 극 매력이 발산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살수로 되살아나기 위해 장욱에게 “모든 걸 걸었다”며 비장한 마음을 드러낼 때나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집안을 멸하게 한 4대 가문을 향한 깊은 원한을 보일 때면 정소민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전작들에서 주로 앳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혹은 선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으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정소민이 ‘환혼’으로 냉담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장착했다.

허약한 몸으로나마 검술을 펼치거나 무예가 몸에 밴 모습을 그릴 때는 유연한 몸짓으로 녹슬지 않은 옛 전공 실력을 뽐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발레를 한 정소민은 연기로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무용을 전공했던 것. 심지어 무용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던 것인데 한예종 연극원에 수석 입학할 정도라니 뭘 해도 잘할 근성이 있는 배우다. 낙수의 독한 매력도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그런데 낙수의 혼을 숨기고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려 과장된 목소리와 행동을 보이다 보니 코믹한 푼수데기가 되기 일쑤다. 시골 아낙이라고 광고라도 하듯 일부러 구수한 말투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데, 그 대상이 지체 높고 세련된 사람들일수록 충청도 사투리 억양은 더욱더 거세진다. 서씨 집안 귀공자인 서율(황민현)에게 “사모해유~”라고 거짓 고백을 하며 웃음을 빵 터뜨리게 한 정소민은 대호국 세자인 고원(신승호) 앞에서는 현란한 아부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정소민의 이러한 과장된 대사톤에 어안이 벙벙한 시청자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환혼’ 자체가 엄숙함 대신 코믹을 택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정소민에게 물음표를 제기할 수 없다.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이 많은 ‘환혼’에서 정소민이 얼마나 하드캐리하는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정소민이 캐스팅으로 내홍을 겪은 ‘환혼’에 뒤늦게 투입됐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면 지금의 활약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게 맞다.

정소민이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데에는 판을 잘 깔아준 연출자의 공도 크다. ‘환혼’의 박준화 PD는 tvN ‘막돼먹은 영애씨’부터 ‘김비서는 왜 그럴까’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드라마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실력자다. 정소민과는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또한, 박준화 PD는 작은 배역까지도 깨알 같이 돋보이게 해주는 연출로 유명하다. 캐릭터에 남다른 숨결을 불어 넣는 연출이 주특기이니 재회한 배우의 장점을 십분 살리는 건 당연지사다. 정소민이 널뛰듯 극과 극 매력을 넘나들 수 있는 이유도 박 PD가 이미 정소민의 매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정소민에게서 한기 서린 살수의 이미지를 진작에 찾아냈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정소민이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는 ‘환혼’이 지난 3일 6회까지 방영하며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했다. 당장은 진요원의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간 무덕이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해지는 순간이다. 환혼하면 푸른 상처가 가슴에 생기는데 무덕이에게는 왜 가슴이 아닌 눈에 생겼는지 등 앞으로 풀려야 할 비밀들도 많다. 

베일이 하나하나 벗겨지는 가운데 정소민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매력부자 정소민에게 ‘환혼’은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기 충분한, 잘 깔린 멍석이기 때문이다. 정소민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팬들에게 자신의 진면모를 똑똑히 보여주리라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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