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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2.06.30 11:32
  • 댓글 0

쏟아지는 BL물, K-드라마의 또다른 경쟁력 되나?

'시멘틱 에러', 사진제공=왓챠
'시멘틱 에러', 사진제공=왓챠

BL(Boys Love) 콘텐츠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BL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성, 즉 동성 간의 감정의 다룬다. 소위 말하는 퀴어물의 한 갈래라 볼 수 있다. 물론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앞다투어 BL콘텐츠를 만들고, 또 유명 배우들도 참여하는 추세다. 왜 갑자기 BL일까?

#‘대세’로 자리매김한 BL콘텐츠

BL시장에 기름을 부은 콘텐츠는 토종 OTT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인 ‘시멘틱 에러’다. 이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그룹 크나큰 출신 박서함, 그룹 DKZ(동키즈)의 박재찬은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또 다른 토종 OTT인 티빙은 ‘나의 별에게’의 시즌2를 매주 일요일 공개하고 있고, 웨이브는 남성 동성애 커플을 중심에 세운 리얼리티 콘텐츠 ‘남의 연애’와 ‘메리퀴어’를 준비 중이다. 

배우 차서원과 공찬이 참여하는 BL 로맨틱 코미디 ‘비의도적 연애담’도 제작된다. 높은 인기를 누린 동명의 국내 BL 만화를 원작으로 원작자인 피비작가의 디북스 2021 BL 코믹 어워드 E북 대상을 수상하고, 2021 알라디너의 BL 결산전 올해의 BL 만화 1위, 미스터블루 2021 BL어워드 COMIC 부문 인생작 수상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집필은 국내 최초 BL드라마로 평가받는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집필한 신지안 작가가 맡는다.

차서원과 공찬이 ‘비의도적 연애담’의 주연을 맡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서원은 세상에서 삭제되듯이 사라져 버린 천재 도예가 윤태준 역을 맡고, 공찬은 복직을 위해 회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윤태준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대기업 총무과 직원 지원영으로 분한다. 

둘은 이미 상당한 팬덤을 확보한 배우다. 차서원은 MBC 연기대상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예능 '나 혼자 산다'로 주목받는 배우 중 한 명이고, 공찬은 이미 보이그룹 B1A4의 멤버로서 정점에 오른 바 있다. 이 배우들의 참여는 BL물이 주류로 편입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동성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콘텐츠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잖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 연예인들은 괜한 오해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런 캐릭터를 꺼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면서 "BL콘텐츠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이런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선입견도 크게 줄어들었다. 향후 BL콘텐츠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BL콘텐츠가 한국으로 수입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BL 장르 OTT 플랫폼인 헤븐리가 지난 2월 독점 공개된 태국 BL드라마 ‘큐티파이’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으며 팬미팅이 열렸다. 지난 6월26일 열린 팬미팅은 전 좌석 매진됐고, 27일에는 내한 기자회견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큐티파이’의 주연 배우인 지 프룩(Zee Pruk), 누뉴 차와린(Nunew Chawarin), 맥스 껀땃(Max Kornthas), 낫 나타싯(Nat Natasitt), 튜터 코라팟(Tutor Koraphat), 임 파린야컨(Yim Pharinyakorn) 등이 참석했다.

지 프룩은 "태국 작품이 한국에 알려지고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 ‘큐티파이’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낫 나타싯은 "한국 팬들이 태국 BL드라마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태국에서는 BL 드라마가 인기가 많은데, 일반 드라마랑 같은 장르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의 별에게' 시즌2, 사진제공=티빙
'나의 별에게' 시즌2, 사진제공=티빙

 

 
#BL콘텐츠, 왜 인기인가?

BL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소비한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두 남성이 풋풋한 모습으로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바라보며 이성 간의 사랑와 다르지 않은 매력을 느끼며 몰입한다. 

하지만 BL콘텐츠와 퀴어콘텐츠를 구분해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과 그에 따른 사회적 시선을 묵직하게 다루는 퀴어콘텐츠에 비해 BL콘텐츠는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며 대중이 보다 가볍게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보이그룹 팬들이 스스로 만들던 ‘팬픽 문화’의 확장된 개념이라 볼 수도 있다. 특정 보이그룹을 좋아하는 몇몇 팬들은 그룹 내 멤버들끼리 애틋한 감정을 교류하며 친구나 동료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는 팬픽을 그리고 이를 공유해왔다. 당연히 보이그룹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팬픽은 BL콘텐츠일 수밖에 없었다. 

OTT 등 플랫폼의 다변화는 이런 BL물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왔다. 동성애를 다루는 작품은 지상파와 같이 TV 플랫폼을 매개로 한 시장에서는 제작되기 어려웠다. 사회적 시선을 우려해야 했고, 출연진을 꾸리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생기며 BL콘텐츠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고, 성공작이 나오며 이를 벤치마킹하는 시장의 움직임도 거세졌다. 

오는 7월 7일 개막하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아예 ‘BL 특별전:보이즈, 비, 러브’(Boys, Be, Love)를 섹션에 포함시켰다. ‘하숙집 오! 번지’, ‘오션 라이크 미’ 등 7편의 작품을 상영하고, ‘시멘틱 에러’ 극장판도 최초 공개한다.

하지만 BL물의 인기를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으로 도식화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성애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를 소재 삼은 콘텐츠가 충분한 재미를 줬기 때문에 대중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면서 "한 때 의학드라마, 법정드라마로 인기를 끌며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 쏟아졌듯, 최근에는 BL을 중심으로 내세운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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