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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이혼예능,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신가요?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 사진제공=TV CHOSUN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 사진제공=TV CHOSUN

부부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다. 또한 가장 개인적인 공동체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 어떤 감정보다 상대와의 개인적이고 깊은 교감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그리고 배우자가 서로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미루어볼 수 있다. 따라서 TV는 그 누구보다 개인적인 부부의 관계를 오랜기간 탐구해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부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이런 이유로 ‘구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들리는 이야기에 작가가 살을 붙여 극으로 만들면 ‘사랑과 전쟁’ 종류의 상황극이 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면 또 아침방송의 ‘초대석’ 느낌의 프로그램이 된다. 하지만 갈수록 ‘리얼(Real)’, 날 것의 감정을 추구하는 TV는 결국 현실부부의 내밀한 담을 뛰어넘어 그 안의 감정들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보다는 당연히 싸우고 갈등하며 반목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강하게 끌어모은다. 그런 이유일까. 최근 방송가에서 ‘이혼예능’에 대해 집중탐구를 시작했다. 실제 부부를 불러 문제를 토로하게 하고 집안 개인적인 공간에 카메라를 놓고 날 것의 감정을 길어올린다.

이러한 예능의 대표주자는 TV조선의 ‘우리 이혼했어요’ 시리즈다. 2020년 11월 첫 방송된 프로그램은 ‘우리 결혼했어요’류의 가상결혼에만 매달리던 안방에 일대 충격을 던져줬다. 이미 법적으로 이혼한 연예인 부부가 방송을 통해 다시 만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이혼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만남에서의 숨 막히는 긴장감 그리고 그 안에서 관계개선을 시도하다 암초처럼 두 사람을 붙잡는 과거의 기억이 나오면 프로그램은 큰 혼란에 휩싸인다.

'결혼과 이혼사이' 포스터, 사진제공=티빙
'결혼과 이혼사이' 포스터, 사진제공=티빙

이러한 자극은 시장에 통했다. 이미 지난달부터 두 번째 시즌을 기획해 출항했다. 배우 장가현과 015B 출신 조성민의 방송분은 과거 외도를 의심한 일까지 들춰내며 이미 현재의 감정으로 추스르기 쉽지 않은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흥행은 일종의 시그널이 됐다.

최근 이러한 프로그램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일 론칭한 티빙 오리지널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는 이혼의 위기에 빠진 네 커플의 부부가 출연해 서로의 상황을 실내토크 그리고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방송 중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역시 이혼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지만 위기에 빠진 부부의 모습을 관찰하며 문제점을 발굴 중이다. 큰 카테고리에서는 부부의 이혼위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봐도 될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양 측의 감정에만 집중할 뿐 가정을 유지하는 부부의 의미에는 큰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갖가지 사연을 가진 부부가 나왔다. 명품신발을 사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주장하는 철없는 남편에, 입에 욕설을 달고 다니는 남편이 있다. 분노조절장애의 남편이 있고, 화가 나면 아이가 앞에 있어도 화를 참지 않은 아내가 있다. ‘결혼과 이혼 사이’ 첫 회는 이러한 자극의 강도를 점점 올려가며 보여주는 데 몰두했다.

어찌보면 ‘우리 이혼했어요 2’의 두 번째 부부싸움을 벤치마킹한 듯하다. 자연스럽게 대중은 부부싸움에서 한 쪽의 편에서 힐난과 두둔을 이어가고 있고 이미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된 출연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오은영 리포트', 사진제공=MBC
'오은영 리포트', 사진제공=MBC

이런 상황도 있다. SBS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 ‘이혼예능’의 론칭을 알렸다. 이혼한 부부가 3박4일 한 집에 모여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면 자녀에게 장학금을 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의도는 많은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대부분이 미성년자일 자녀들이 방송으로 입을 혼란과 상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방송의 취지를 위해서는 일개 부부 개인의 이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행동하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의 ‘이혼예능’은 안녕한 것일까. 2020년 2월 발표된 인구동향에서 국내 이혼율을 혼인 대비 50% 정도로 집계할 정도로 이혼은 점차 흔한 일이 되고 있다.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작사가 김이나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혼을 터부시하는 시선이 오히려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는 말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혼비율이 늘고 부부가 갈등이 있다는 점과 이를 TV를 통해 전시하고 그 화제만을 취하는 모습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방송사에서야 물론 그 화제성만을 취하고 다음 이혼부부를 찾으면 되지만 남겨진 출연자 또는 그 자녀의 감정은 곧바로 관심의 사각지대에 빠진다. 이런 상황은 결국 장학금으로 자녀의 부모 재결합에 대한 희망고문만을 하는 가학적인 단계로까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이 변화를 재빠르게 찾아내고 담아내는 것이 예능의 미덕이다. 하지만 부부라는 사회의 기본적인 공동체는 결국 사회전체의 건강함을 담보하는 받침대와 같다. TV가 이혼을 막는다는 취지로 이혼감정의 스트레스를 전시하는 데만 몰두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얼마나 확산될지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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