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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이트’,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 다중이 슈퍼히어로의 비애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매우 드물게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있다. 스스로 아는 친구들이 많아 이들을 남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은 사람. 어쩌면 지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관객들에게 이런 유형의 존재였다. 

그랬던 MCU가 이번에는 조금(솔직히 말하면 아주 많이) 특이한 친구를 소개해줬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너구리를 소개할 때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다. 이번에는 이집트 달의 신 콘슈와 계약을 맺은 다중인격자를 히어로라고 소개해준다. 맙소사!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문나이트’(Moon Knight)는 이 플랫폼을 통해 소개된 MCU의 드라마 중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다. 기존에 공개된 드라마들이 대부분 MCU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팔콘과 윈터솔저, 완다 막시모프와 비전, 그리고 장난의 신 로키를 다룬 작품임을 생각하면 문나이트는 ‘진성’ 마블 팬이 아니라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드라마 ‘문나이트’는 이야기의 주 무대부터 이집트로 설정해 이런 생소함을 더욱 배가한다.  MCU의 주 배경이 됐던 뉴욕이나 소코비아, 와칸다, 아스가르드보다 더 낯설고 신비한 무대를 설정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처럼 배경부터 낯선 ‘문나이트’는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아서 해로우가 자신의 신발에 유리 조각을 잔뜩 넣어 발을 우겨넣고 사람들 속으로 나아가는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이와 반대로 대척점에 서 있는 스티븐 그랜트(오스카 아이작)는 스스로를 구속하기 위해 자신의 발을 침대에 묶고 출근길 버스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의 첫인상이 마치 월요병에 걸린 듯한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런 스티븐 그랜트의 소시민적인 모습은 드라마 ‘문나이트’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눈이 뒤집히고 기억을 잠시 잃고 나면 자신의 손과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도 그는 금세 자신의 소시민성을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나는 이 상황과 무관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문나이트와 스티븐 그랜트가 한 몸임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일방적으로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에 순수한 감탄이 나온다. 

이 같은 ‘소시민’ 스티븐 그랜트의 일상은 앞서 말했듯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친밀감을 더한다. 그리고 그 덕에 용병 출신이자 달의 신 콘슈와 직접 계약을 맺어 문나이트가 된 마크 스펙터가 보여주는 화끈하면서도 다소 잔인한 액션의 쾌감도 배가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지만 드라마 ‘문나이트’는 오로지 캐릭터나 히어로 문나이트의 피칠갑 액션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은 아니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만큼 우리가 익히 봐 온 ‘인디아나 존스’ 같은 어드벤쳐물의 특성도 갖췄다. 

‘문나이트’는 1회부터 딱정벌레 모양의 스카라브라는 유물을 내세워 문나이트 측(스티븐 그랜트, 마크 스펙터, 라일라)과 아서 해로우 간의 공방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고대 이집트의 암호를 척척 풀어내는 스티븐 그랜트와 신분을 바꿔 가며 유물을 훔쳐온 라일라, 위기의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 액션을 선보이는 마크 스펙터의 조합은 영락없는 ‘트레저 헌터’(보물 사냥꾼) 조합이다. 

그럼에도 이 조합은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하다. 아는 맛이기에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없이 식상할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MCU는 이를 위해 기존의 MCU 작품에서는 단 한 번도 등장하거나 언급된 바 없는 ‘이집트 신’들을 배치해 ‘문나이트’가 단순히 유물 찾기에 머무르지 않도록 했다. 

마크 스펙터와 계약을 맺어 그의 주인이 된 달의 신 콘슈, 콘슈와 사상적인 대립을 하고 있으며 아서 해로우의 추앙을 받는 암미트, 극 후반부 마크 스펙터, 스티븐 그랜트에게 큰 도움을 추는 여신 타웨레트 등이 이 작품에 등장한다. 흥미진진한 캐릭터성과 그에 못지않은 개성 있는 비주얼이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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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채로운 신들이 등장하다보니 ‘문나이트’는 심판 혹은 균형,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줄곧 내세운다. 죄를 저지른 자만 처벌하는 콘슈와 문나이트, 미래에 저지를 죄까지 심판해 세상에 죄라는 것을 아예 없애자는 암미트와 아서 해로우가 팽팽한 입장으로 대립하는 한편 문나이트의 내면에서는 스티븐 그랜트과 마크 스펙터가 그들의 내면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너피스(Inner peace) 상태에 다다른 문나이트의 액션이 극 후반부에 펼쳐진다. 붕대를 휘감은 문나이트(스티븐 그랜트)와 말끔한 화이트 수트를 갖춰 입은 미스터 나이트(스티븐 그랜트)가 번갈아 가며 펼치는 액션은 앞서 우리가 봐 온 캡틴 아메리카나 스파이더맨과는 다른 의미의 재미를 선사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면의 평화도 찾아야 하고 거기에 세계도 구해야 한다. 거기다 달의 신 콘슈와의 불공정 계약도 이행해야 하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것 같다. 그래도 걱정 말길. 그래서 문나이트의 인격이 세 개인 모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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