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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 입력 2022.04.21 09:56
  • 수정 2022.04.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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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병역특례 지정,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BTS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2018년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병역특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여야 의원 3명이 관련 병역 개정안을 제출해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 지난해 말부터 이 문제는 본격 공론화 됐다. 헌법과 병역법이 명시하고 있듯 원칙으로 따지면 BTS도 군대를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병역법(시행령 68조의 11)상 예술/체육 분야 특기가 있는 사람 가운데 병무청장이 정하는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및 국제예술경연대회 등에서 입상해 국위 선양에 기여했을 경우엔 병역 특례 자격을 주고 있다는 데서 논쟁은 점화된다. 1973년부터 시행돼온 이 특례 제도는 예술 부문에선 국내경연대회 1위와 국제경연대회 2위까지 입상자,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에게 적용됐다. 또 체육 부문에선 올림픽 3위까지, 아시안게임 1위까지가 특례 대상이다. 

지금 BTS의 병역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순수 예술에 한정했던 병역 특례법을 대중문화 예술인까지 확대시키자는 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 때문이다. 이건 공정성 시비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안건이 내포한 또 다른 공정성 문제이기도 하다. 왜 순수 예술인들에겐 특례를 주고 대중 예술인들에겐 주지 않는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상을 받으면 병역 특례를 주고 세계적인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받은 상에는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 것. 표면적으로 분명 역차별 요소가 있는 부분이다. 형평성 문제는 해당 법의 적용 대상 이전에 장르에도 있었던 것이다.

현재 병역법이 인정하는 병역 특례 대상 예술대회는 총 42개.(이는 그나마 기존 148개 대회에서 줄어든 수치다.) 모두 순수 예술을 취급하는 대회들이다. 언론들은 한결같이 저러한 대회들은 "명확한 기준"이 있다고 말하는데, 전문가들이 42개 중 절반 이상 국제음악콩쿠르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대회들간 편차가 심하다")했다는 사실은 이 상황이 그리 쉽게 단순화 할 계제가 아니라는 걸 간접으로 시사한다. 그러니까 대중 예술인들이 받지 못하는 특례 제도를 순수 예술인들이 계속 누리기 위해선 조성진은 되고 BTS는 안 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리란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현행 특례법은 학교 교육 때부터 대중의 정서를 지배해온 특정 음악 장르(클래식과 국악 등)의 묵시적 권위 내지는 계급적 우위에 따른 게 아니냐는 반박을 피하기 힘들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선 시상식 '수상'과 대회에서 '우승'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도 같은 이 차별 아닌 차별적 상황은 한쪽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병역특례법 자체를 없애자"는 의견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장르의 역차별 쟁점을 넘어 이번 병역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찬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BTS 정도라면 군대 면제해줘야 한다"는 쪽은 그들이 해외에서 거둔 수상 성적에 따른 국위 선양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세운다. 이들은 또 BTS가 2018년에 받은 화관문화훈장의 의미('문화훈장'의 사전적 뜻은 "문화예술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를 내세워 '훈장 수훈자'를 병역특례의 기준으로 삼자는 나름의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큰일 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군대는 가야 한다"는 원칙론자들 쪽은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법 앞의 평등' 내지는 '사회적 공정'을 논거로 내세운다. 이들은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는 시작부터 국가를 대표한다는 명분, 즉 개인이 국가를 위해 훈련해서 성과를 거두리라는 공공의 목표를 갖는 반면,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개인 영달과 회사 이익을 위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국위 선양이 된 것일 뿐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가수 김민우처럼 만기(당시 복무 기간은 3년이었다) 제대 후 대중의 기억에서 깨끗이 잊혀지는 일은 시대착오적 기우라는 게 저들의 생각이다. 지금은 오히려 병역 의무를 다하고 오는 연예인의 이미지가 더 좋아지고, 향후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이쪽저쪽에서 왈가왈부해도 정작 가장 심경이 복잡할 사람은 BTS 멤버들일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20년 국회에서 문화훈장을 받은 사람들 중 문체부 장관 추천자에 대해 만 30세까지 군입대를 늦출 수 있도록 병역법이 개정된 덕에 2022년까지는 입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 서른 살이 되는 진을 시작으로 슈가, RM, 제이홉, 뷔, 지민, 그리고 막내 정국이 차례로 입대한다고 가정하면 BTS는 2030년 정도에야 완전체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멤버들이 한꺼번에 입대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전부터 꾸준히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가령 2020년작 'BE (Deluxe Edition)'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진이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은 당연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매번 말씀드렸듯 시기가 되고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응하겠다. 멤버들과 자주 이야기하는데 병역에 모두 응할 예정이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또 슈가가 자신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에 수록된 '어떻게 생각해?'에서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새X들 싸그리 다 닥치길"이라고 냉소한 것 역시 병역 의무를 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심지어 자신들의 우상이 '병역특례 1호 가수'라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다니진 않을까 걱정하는 아미들도 적지 않다는 건 꽤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이진형 하이브 CCO(커뮤니케이션 총괄)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멤버들은 그간 '국가 부름에 응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회사 상장 당시 하이브가 내놓은 투자설명서의 내용("주 수익원인 아티스트의 군입대 등으로 인한 활동 중단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수익성 및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해달라")에 비추어 봤을 때 이 발언이 얼만큼 진정성을 갖는 것일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BTS 멤버들이 직접 밝힌 입대 의지만큼은 내비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돌고돌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형평성 문제다. BTS를 비롯해 어떤 성과를 거두어 국위 선양을 했거나 앞으로 해나갈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취할 병역 특례에 따른 또래 세대의 박탈감을 무시할 수 없을 거란 얘기다. 이건 결국 공정의 문제, 나아가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반드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게 이 문제의 가장 큰 문제다. 당장 병역 특례의 전제인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을 입증할 만한 자료와 수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며, 향후 어느 분야와 수준까지 대중문화 예술인들('대중문화'에는 '대중음악'만 포함되는 게 아니므로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의 병역 특례를 적용해야 할 것인지 기준 세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BTS의 병역 특례 인정 기준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가 된다 했을 때 이미 복무 중인 슈퍼엠의 한국인 멤버들과 스트레이키즈 멤버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그나마 이건 BTS를 기준으로 케이팝 보이 밴드만 다룰 때 경우다. 다른 음악 장르, 다른 대중예술 분야로 시야를 넓히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대중문화 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모 국회의원의 말처럼 이 일은 무리하게 "4월 안에 끝낼(수 있을)"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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