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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2.04.18 08:43
  • 수정 2022.04.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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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빅뱅의 마땅한 봄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태양은 지드래곤 다음으로 빅뱅으로 내정됐던 멤버다. 2001년 오디션으로 '리틀 지누션'에 발탁된 것이 계기가 되어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을 하게 됐고,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춤과 노래, 랩을 배웠다. 본래 래퍼로 연습생을 시작했지만 단기간에 포지션을 바꿔 빅뱅의 메인보컬로 데뷔했다. 태양은 데뷔 초부터 성격이 수줍은 구석이 많았다.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튀는 행동은 하지 않았고, 멤버들을 불러 모아 조용히 기도를 해주던 멤버였다. 지드래곤이 팀을 위해 쓴소리를 하면, 뒤에서 다독이는 역할을 하던 이였다.

그렇게 태양이 빅뱅을 위해 해온 역할은 엄마와 같은 포용이다. 최근에 발표한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에서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해낸다. 도입과 마무리를 장식한 태양의 노래는 서정적 분위기의 곡을 따뜻하게 감싼다. 첫 소절부터 깊은 감명을 준 것은 강질의 보컬로 멜로디를 힘있게 운반한 그의 보컬 덕이 컸다. 그 안으로 대성, 지드래곤, 탑의 파트가 조화롭게 분절되며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명곡을 완성했다. 곡을 프로듀싱한 지드래곤은 대중의 니즈를 정확하게 아는 프로다. 그가 빅뱅의 곡을 프로듀싱한 이래로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던 것처럼 말이다. 지드래곤은 태양의 목소리로 처음과 끝을 맺는 것이 청자에게 어떤 감흥을 줄지, 또 팀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안다. 태양은 빅뱅에게 그런 존재다. 

울림있게 소리를 펼쳐내는 실력 좋은 보컬리스트, 17년간 작은 구설도 없던 바른 이미지의 연예인, 성실함과 겸손을 미덕으로 인간적인 신뢰를 주는 아티스트. 그게 태양이다. 이번 빅뱅의 성공적인 재기는 태양의 존재가 반할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년간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첫 솔로곡 'My Girl(마이 걸)'로 시작해 최근작 '달링' 때보다도 좋아진 보컬 밸런스는 꾸준한 성실함의 결과다. 과거 한 음악방송에서 MC 앞을 날아오르듯 스쳐지나가며 잠시 촐싹대던 것이 '태양의 유일한 일탈'이라는 밈으로 소비되는 것이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다. 여러 논란으로 대중의 미움을 샀던 팀에게 관용의 시선을 더할 수 있도록 순간의 탈로조차 하지 않았다.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빅뱅 멤버 중에서 가장 먼저 솔로 앨범을 냈던 것도, 솔로로서 1위를 처음 한 것도 태양이다. '나만 바라봐'가 줬던 신선한 충격은, 알앤비(R&B) 아티스트가 요원했던 당시에 데뷔 2년차 신인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 음반과 노래상을 안겨주는 성과로 이어졌다. 아이돌로 분류된 것이 아닌, 알앤비 싱어로 평단의 호평을 얻은 셈이다. '눈, 코, 입'이나 '웨딩드레스', '달링'으로 이어진 솔로 활동도 마찬가지의 평가를 받으며 빅뱅을 '아티스트형 그룹'이라는 이미지로 자리매김 시키는데 제 몫을 했다. 

가창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데뷔 초창기 니요 등의 흑인 팝아티스트 같은 소울풀한 창법에 주력했던 것에 비해, '눈, 코, 입'과 '달링'에 이르러 록의 폭발력과 발라드의 감수성을 얹어낸 포용있는 가창으로 점진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는 후에 빅뱅이 힙합뿐 아니라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메탈에 발라드풍을 섞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깊이를 완성한 것도 이러한 태양의 너른 창법 역할이 컸다. 

태양은 과거 솔로 정규앨범 'WHITE NIGHT(화이트 나이트)'를 발매하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빅뱅은 나의 뿌리이자 시작"이라며 멤버들을 향한 우선적 애정을 드러냈다. 더 나아가 그는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서 태양이 맺고 있는 관계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간의 성과로 봐선 태양은 혼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하는 아티스트이지만, 그간 스스로를 지켜온 신념은 '함께'일 때의 이타심이다. 쉽게 변절하지 않은 행적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신뢰를, 더 나아가 빅뱅이란 팀에 진정성 어린 단결력을 쌓는다.

태양이 '봄여름가을겨울'의 봄 역할을 맡은 것도 팀의 온상이 되어준 데에 따른 계절적 상징을 담아낸 게 아닐까 싶다. 태양이 봄이라면 모두가 마땅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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