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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사전3', 스케일 커졌어도 신비함 줄어든 아쉬움

조니뎁 대타 매즈 미켈슨의 연기는 합격점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4년 만에 마법 세계가 다시 열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리퀄인 ‘신비한 동물사전’이 세 번째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신비한 동물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해 놀랍고 경이로운 볼거리를 안긴다. 2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에 젊은 시절 모습으로 등장해 팬들을 환호하게 했던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 덤블도어(주드 로)는 3편을 기점으로 마법 동물학자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과 함께 시리즈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전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편에서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로 인해 마법 세계는 전운이 감돈다. 그린델왈드는 국제 마법사 연맹의 새로운 수장을 뽑는 선거전에 개입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덤블도어는 예전에 그린델왈드와 맺은 ‘피의 서약’ 때문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뉴트를 포함해 소수의 정예팀을 꾸려 작전에 돌입한다. 그린델왈드 세력과 덤블도어 팀의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와 덤블도어 가족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3편에선 덤블도어가 꾸린 마법사 어벤져스 팀이 대륙을 넘나드는 활약상이 펼쳐진다. 새로운 등장인물을 내세우는 대신에 전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재배치해 캐릭터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1, 2편에 등장한 뉴트의 머글 동료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 2편에 합류한 뉴트의 형이자 영국 마법부 오러 국장이 된 테세우스(칼럼 터너)와 프랑스 마법사 유서프 카마(윌리엄 나딜람), 2편에 짧게 나온 뉴트의 비서 번티(빅토리아 예이츠)와 책 속 모습으로 잠깐 등장했던 랠리 힉스(제시카 윌리엄스) 교수가 본격적으로 활약한다.

신비한 동물 캐릭터들은 여전히 2016년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출격했을 때의 감흥을 이어준다.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하는 사고뭉치 니플러와 언제나 뉴트의 곁을 지키는 주머니 속의보우트러클, 덤블도어 가문을 지키는 불사조는 등장만으로도 반가움을 안긴다. 니플러와 보우트러클은 이번에도 신 스틸러들이다. 3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신비한 동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린은 말과 용이 섞인 듯한 모습이다. 마법 세계에서 가장 존중받는 동물로 마법 세계의 새 지도자를 알아보는 영험한 능력을 지녀 시련을 겪게 된다. 바닷가재와 게를 섞은 듯한 위협적인 맨티코어, 긴 꼬리에 몸을 복어처럼 부풀리기도 하는 변신 능력을 지닌 와이번도 신비한 동물사전에 상상력의 한계란 없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라면 그린델왈드 캐릭터다. 사생활 문제로 하차한 조니 뎁 대신에 매즈 미켈슨이 그린델왈드 역을 맡아 전임자가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 관심이 높았다. 매즈 미켈슨은 첫 등장부터 그린델왈드에 맞춤한 모습이어서 단박에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다. 비교 대상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린델왈드의 들끓는 야심과 권력욕, 무자비함, 뜻을 함께하지 못하는 덤블도어를 향한 애증까지 같은 악역을 한 끗 차이의 섬세함으로 마법 부리듯이 연기한다. 조니 뎁이 연기한 그린델왈드가 개성이 두드러진 외형적 악역에 가까웠다면, 매즈 미켈슨의 그린델왈드는 속내와 깊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내공을 품은 악역이어서 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해리 포터’ 시리즈 팬들을 향수에 젖게 만드는 장면들도 3편이 내미는 회심의 카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마법사들의 마을 호그스미드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해리 포터’ 시리즈 메인 테마 음악이 흘러나온다. 학교 연회장 장면이나 날개 달린 공 ‘골든 스니치’가 빠르게 날아다닐 땐 벅찬 감정마저 솟아오른다. ‘해리 포터’ 팬들이라면 열광할 맥고나걸 교수가 젊은 시절 모습으로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이처럼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재미를 채우는 요소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속력을 내지 못한다. 1편은 미국 뉴욕, 2편은 프랑스 파리가 주요 무대였고 3편은 영국, 독일, 부탄 등으로 활동 무대를 대폭 넓혔다고 해도 더딘 전개와 완급 조절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이야기 전환이나 1편과 3편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는 2편이 3편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심어주지 못한 탓도 물론 있다. 전편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고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다뤄지는 만큼 보여줄 것도, 해야 할 이야기도 많다 보니 러닝타임이 늘어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선과 악의 구도로 집결한 마법사들의 대결마저 시리즈만의 특징과 폭발력을 갖기엔 역부족이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로서 정점을 확실히 찍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5부작까지 제작 예정으로 이번 3편이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최후 대결로 향하는 본격적인 서사의 시작이다. 주드 로와 매즈 미켈슨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은 분명 지켜볼 만하지만 남은 두 번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캐릭터를 재정비하면서 1,2편의 주요 인물이었던 크렌덴스(에즈라 밀러),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의 자리를 애매하게 만든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큰 이야기로 향하는 취사선택이라고 해도 납작해진 캐릭터를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움은 관객의 몫으로 주어진다. 

이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뉴트가 안내하는 신비한 동물 세계의 정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판은 이미 마법 세계로 기울어졌고 분위기는 어둡고 이야기는 무거워졌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아직 남은 두 번의 마법 전쟁에 지금보다 강력한 주문을 불어넣어 힘을 잃어가는 시리즈를 일으켜야 한다. 덤블도어와 주연 자리를 나누게 된 뉴트의 존재감,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감초 역할에 그치고 마는 신비한 동물들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과감한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해리 포터’를 잇는 새로운 시리즈로 팬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작가이자 각본가 J.K 롤링은 ‘해리 포터’에 이어 여전히 파시즘과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에 녹인다. 2022년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맞닿은 주제여서 현실을 반영한 판타지로 읽을 수도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이끄는 데이빗 예이츠 감독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최종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연출했다.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의 최후 대결뿐 아니라 10년간 이어진 시리즈를 인상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자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새로운 판타지 시리즈가 아직까진 예전의 명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노련한 실력자들인 만큼 동어반복의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노력이에요”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이들이 반드시 저력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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