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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정수진(칼럼니스트)
  • 입력 2022.02.14 11:22
  • 수정 2022.02.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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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나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모럴센스'서 파격적 연기 변신 도전

'모럴센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모럴센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알다시피, 서현은 ‘소녀시대’ 멤버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커리어를 펼친 걸그룹 소녀시대의 막내로, 17세에 데뷔해 15년이 지난 지금도 막내 이미지가 강한 멤버이자 그룹 내에서 가장 자기관리에 철저한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넷플릭스의 첫 번째 한국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에서 문자 그대로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 남성에게 채찍을 거침없이 휘두르고 차진 욕설을 내뱉는 ‘주인님’으로!

‘모럴센스’는 BDSM이라는 은밀한 성적 취향을 소재로 한다. Bondage(구속)-Discipline(훈육), Dominance(지배)-Submission(굴복), Sadism(가학)-Masochism(피학)의 성적 지향을 일컫는데, 영화 속 남주인공 정지후(이준영) 대리가 지배당할 때 쾌락을 느끼는 성향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 서현은 자신의 팀으로 발령이 난 정지후 대리에게 속으로 관심을 쏟지만, 감정 표현에 능숙하지 못해 겉으로 보기에 차갑고 가끔은 강압적으로 오해받는 홍보팀 사원 정지우를 맡았다. 문제는 정지우가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정지후의 택배를 대신 받으며 그 안의 은밀한 물건을 발견하면서부터. 지후는 성향이 발각되어 사회 생활이 끝났다고 여겼으나 지우가 그를 발설하지 않는 데다, 특유의 할 말 다하는 똑부러진 성격에 반하면서 충동적으로 자신의 ‘주인님’이 되어 달라고 청한다.

'모럴센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모럴센스', 사진제공=넷플릭스

BDSM은 성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사회는 물론 서구에서도 공공연하게 자신의 성향을 내비치지 못하는 음지의 문화로 여겨진다. 영화 ‘세크리터리’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에서 BDSM에 대해 소개되었으나 여전히 변태적 행위로 치부하는 시선도 많다. 거기다 서현이 연기한 지우는 일반적인 성적 취향을 가졌음에도 호감가는 남자가 지배당할 때 쾌락을 성향이란 이유로 ‘배워서’ 디엣(DS: Dominance-Submission) 관계를 수락하는 독특한 캐릭터. 영화 ‘세크리터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 등 BDSM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작품 중에서도 흔치 않은 펨돔(여성 지배자인 ‘Female Dominant’의 약자)’ 역할이란 점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 선택을 소녀시대 서현이 했다는 점은 더더욱 놀랍고.

파격적인 선택이었으나 ‘모럴센스’의 정지우는 어떤 면에서 서현과 굉장히 흡사한 느낌을 자아낸다. 소녀시대의 막내지만 그 흔한 스캔들 하나 없는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면서 자신의 소신이 분명한 서현에게서 시대를 거스르는 성희롱 언사를 늘어놓고 걸핏하면 윽박지르는 직장 상사 앞에서도 할 말은 기어코 하는 정지우의 모습이 오버랩되니까. “정 대리님이 원하시는 그런 거, 저 솔직히 잘 몰라요. 근데 제가 뭐든지 좀 빨리 배우긴 하거든요?”라며 정지후의 제안을 수락하는 모습에서도 뭐든 빨리, 열심히 배우는 서현의 모습이 묻어난다. ‘모럴센스’의 정지우는 문자 그대로 BDSM을 글과 영상으로 배워서 디엣 관계를 이어가는, 그래서 도그 플레이부터 촛농을 이용한 왁싱과 채찍을 휘두르는 결박, 끈으로 구속하는 결박 플레이까지 차근차근 습득해 간다. 일이든 플레이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차가운 모습이다가도 좋아하는 상대와 있을 때 설레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서현은 이물감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모럴센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모럴센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모럴센스’는 BDSM을 소재로 하고, 15세 이용가였던 원작 웹툰과 달리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수위 높은 각종 플레이가 등장함에도 선정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불호(不好)의 시선이 많을 것을 우려했는지 로맨틱 코미디 재질로 BDSM을 발랄한 터치로 다룬 연출도 그러하거니와 주인공을 맡은 서현과 이준영이 모두 치명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멍뭉미’ 재질인 덕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플레이에 몰두하는 서현을 만나는 신선한 충격이다.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멸망한 나라의 공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다소 아쉬운 연기를 보였다. 하지만 서현은 ‘도둑놈, 도둑님’의 중앙지검 특수부 수사관을 거쳐 '동생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려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 설지현을 연기한 '시간', 생활형 사기꾼으로 통통 튀면서도 내면의 고민을 깊이 있게 담은 차주은 역으로 등장한 ‘사생활’에서 세간의 호평을 받으며 착실하게 배우의 길을 다져 왔다. SM에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는 데뷔 일화부터 남다른 비주얼과 돋보이는 피지컬에, 리스크없이 모범적으로 관리한 커리어, 여기에 뭐든 착실하게 배우고 습득하는 의지까지 있으니 앞으로의 배우 서현을 기대하게 되는 것엔 무리가 없다. ‘모럴센스’의 평가와는 별개로 서현의 도전정신과 안정감 있는 연기에 칭찬을 던져야 하는 것처럼. 소녀는 가고, 배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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