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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여름(칼럼니스트)
  • 입력 2022.02.04 10:22
  • 댓글 0

"파이팅이 필요해?" 방탄소년단의 숨은 가사 명곡5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뮤직

국내 음원 시장은 물론, 팬데믹의 영향으로 해외 투어를 이어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빌보드 뮤직 어워즈(BMA)’ 등 팝의 본고장에서 굵직한 필드를 점령한 이들. 소위 말하는 ‘우주 대스타’가 되어버린 방탄소년단이지만 아직도 ‘입덕’의 기회는 열려있다. ‘빌보드 핫100’ 차트 10주 1위라는 기염을 토한 메가 히트곡 ‘버터(BUTTER)’나 ‘다이너마이트(DYNAMITE)’도 좋지만, 방탄소년단 음악의 진짜 매력은 진솔한 한글 가사에 있으니, 두고두고 곱씹는 재미가 있다. 본격 ‘그래미 어워즈’로의 출격을 앞둔 이들이 2013년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쏟아낸 무수한 메시지들 중 알려지지 않은 명곡들을 엄선했다. 이 곡들의 공통점은 어려웠던 신인 시절부터 스타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마주한 진솔한 마음들을 남김없이 다 털어놓았다는 것. 답답함과 우울함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2022년, 그럼에도 희망과 위로를 안기는 방탄소년단 노래들을 가사와 함께 낱낱이 살펴보자.

 
내 방을 여행하는 법 (<BE> 2020.11.20)
“누가 저 시계를 좀 돌려줘 / 올해 다 뺏겼어 / 아직 난 침대 속 (..중략..) 이 방은 너무 작지 / 그래 나의 꿈을 담기에 / 침대 그 위로 착지 / 여기가 제일 안전해 / 어쩜 기쁨도 슬픔도 어떤 감정도 / 여긴 그저 받아주네 / 때론 이 방이 감정이 쓰레기통이 돼도 / 날 안아주네 / 또 나를 반겨주네”
 
보컬 지민과 뷔, 래퍼 슈가와 제이홉의 밸런스가 돋보이는 유닛곡이다. 팬데믹 시대, 방안에 웅크린 우리네의 모습을 그대로 떠안아 보여주면서도, 더없이 희망적이다. 월드 스타든 백수든 그 누구에게도 답답한 이 시기. 떠날 방법이 없다면 내 전부인 이 작은 방을 자신만의 세상으로 바꿔보겠다는 재미난 발상이 돋보인다. ‘집’이 아닌 ‘방’이라는 단위로 표현했다는 점에도 요즘 청춘들의 상황이나 정서를 세심하게 고려한 것 같은 따뜻한 태도가 담뿍 묻어 있다. 곡에 날 선 한 끗을 부여하는 지민의 보컬의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Intro : Persona (<MAP OF THE SOUL: PERSONA> 2019.04.12)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소년에서 청춘으로, 어느새 어른 가까이의 모습으로 성장한 RM의 자전적인 노래다. ‘슈퍼스타’가 되고 난 이후에도 거창한 수식어들이 자신을 치장하고, ‘때론 숲을 보라고 했다가, 때로는 들꽃을 보라하는’ 혼란한 주변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실존에 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그 끝에는 자신의 온도를 잃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느껴진다. 이는 요즘의 청춘들에게도 충분히 소구되는 감정이 아닐까. RM의 가사에서 느낄 수 있는 ‘말맛’의 정수는 물론, 올드스쿨의 향수까지 만끽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 할 곡.
 
Answer : Love Myself (<Answer : Love Myself> 2018.08.24)
“차가운 밤의 시선 / 초라한 날 감추려 / 몹시 뒤척였지만 / 저 수많은 별을 맞기 위해 난 떨어졌던가 / 저 수천 개 찬란한 화살의 과녁은 나 하나”
‘앤써’ 즉 ‘정답’이라는 확고한 단어를 제목에 쓰는 과감함은 방탄소년단만의 자신감이다.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따뜻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서도 단호하고 명확하게 노래한다. 그간 'LOVE YOURSELF' 시리즈를 통해 자신에 대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관해 끊임없이 고뇌해온 방탄소년단이 ‘이게 바로 결론이에요!’하고 외칠 만큼 아름다운 곡. 가만히 듣고 있자면 시적인 가사와 보컬, 래퍼들의 하모니가 마치 우주 속에서 하나가 된 듯 유려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방탄소년단이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보내는 손글씨 인사.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이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보내는 손글씨 인사. 사진제공=빅히트뮤직

Anpanman (<LOVE YOURSELF 轉 ‘Tear’> 2018.05.18)
“솔직하게 무서워 넘어지는 게 / 너희들을 실망시키는 게 / 그래도 내 온 힘을 다해서라도 / 나 꼭 너의 곁에 있을게 / 다시 넘어지겠지만 / 또다시 실수 하겠지만 / 또 진흙투성이겠지만 / 나를 믿어 나는 hero니까”
 
자신의 ‘최애’ 가수가 지나치게 멀어져 버린 게 아닐까 고민하는 덕후들에게 어느덧 ‘슈퍼맨’이 된 방탄소년단이 이 곡을 통해 진솔하고 소소한 고백을 전하는 것만 같은 곡. “내가 가진 건 이 노래 한방!”이라 외치는 곡의 화자는 완벽한 히어로는 아닐지라도 음악 그리고 퍼포먼스로 희망의 에너지를 널리 전하겠다고 얘기한다.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대하는 꾸준하고 근본적인 태도가 위트있게 스며들어 있다. 

뱁새 (<화양연화 pt.2> 2015.11.30)
“아 노력노력 타령 좀 그만둬 / 아 오그라들어 내 두 손발도 / 아 노력 노력 아 노력 노력”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속이 시원해지는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제이홉의 ‘차진’ 래핑으로 ‘제발 노력이라는 오그라드는 타령 좀 그만하라’는 부르짖음은 흥겨운 비트와 함께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황새를 따라가려는 뱁새들에게 ‘너희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가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요소요소들은 더없이 신랄하다. 감정을 직설적으로 부르짖고 리스너들의 마음을 터치하는, 방탄소년단의 초기 곡들의 매력을 집대성한 곡이 아닐까.

이사 (<화양연화 pt.1> 2015.04.29)
“17평 아홉 연습생 코찔찔이 시절 / 엊그제 같은데 그래 우리도 꽤 많이 컸어 / 좋은 건 언제나 다 남들의 몫이었고 / 불투명한 미래 걱정에 항상 목 쉬었고 / 연말 시상식 선배 가수들 보며 목 메였고 / 했던 꾸질한 기억 잊진 말고 딱 넣어두자고”

90년대 힙합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 아티스트로서 어느정도의 성공을 맛 본 이후 실제 살던 논현동 숙소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며 불쑥 올라오는 아쉬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설렘을 한데 담아 곡을 만들었다. ‘꾸질했던’ 시절을 잊지는 말고, 넣어 두자는 앞으로의 다짐은 꼭 방탄소년단 뿐 아니라 서툴렀지만 정겨웠던 과거의 문을 닫고, 새로운 곳으로 발을 디디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안긴다.
 
2학년 (<DARK&WILD> 2014.08.20)  
“겨우 1학년 신인이라며 괜찮다며 / 나를 앉혀놓고 세상이 얼마나 차가운지 / 몇 가지 과목으로 알려줬지 / 선입견, 악플, 이중잣대, 욕설 그리고 무관심 / 선생님 여기도 수능이 있나요 / 1등하면 성공한 가수인가요/ 그런 것도 좋지만 음악이 하고 싶어요 / 일단 내 하고픈 대로 할게 날 좀 냅둬여”
 
다듬어지지 않아 다소 거칠지만, 그만큼 창의적이고 센스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방탄소년단의 초기곡 중 반드시 회자되는 명곡. 데뷔 2년차인 자신들을 2학년에 비유하도 폭력처럼 가해진 욕설과 폭언, 악플, 무관심 등에 맞서 더 크게 성장하겠다는 패기와 각오가 돋보이는 가사들은 유쾌하면서도 속시원하다. 가사나 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무겁지만 절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경쾌한 리듬과 어우러져 방탄소년단의 긍적적인 에너지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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