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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레이스에 나선 OTT 영화들

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를 비롯해 수작들 봇물

'파워 오브 도그', 사진제공=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 사진제공=넷플릭스

세상의 많은 분들이 스트리밍 드라마 시리즈에 빠져서 밤을 지새우고 있는 동안, 영화계도 시간 동안 관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박스오피스의 명예를 지킨 영화들은 마블 유니버스 신작이거나분노의 질주시리즈 정도였지만 스트리밍 영화 세계에서는 수익과 상관없이 용감한 도전이 지속되고 있었다. 극장에 일이 별로 없었는 데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니 신기한 일이 아닌가. 영화제 시즌 때마다 으레 홍보 물량 공세를 펼쳤던 예술 영화 전문 배급사들이 주춤한 사이, 유례없는 수치의 스트리밍 공개작들이 대거 후보 자리를 노린다. 때문에 특정 서비스 구독자라면 집에서 바로 해의 수작을 감상할 있다.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화제작은 아니라서 스트리밍 인기 순위에 오르진 못하지만 여느 때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있다. 과거아이리시맨로마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전전긍긍하며 홍보 총력전을 펼쳤던 넷플릭스는 이제 메이저 배급사로서 수많은 작품들을 거느리고 시상식 시즌 (가상의) 레드카펫을 여유롭게 파워 워킹 중이다.

선두는 제인 캠피언 감독의파워 오브 도그. ‘피아노 칸영화제에서 처음 작품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이었던 제인 캠피언 감독은 명성에 걸맞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파워 오브 도그 미국 몬타나의 드넓은 황야를 배경으로 목장을 운영하는 마초 카우보이를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는 한편, 그의 가부장적 권위를 해체하는 비밀을 신비롭게 펼쳐 나간다.  복잡한 속내의 주인공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와 미묘한 대척 관계에 서는 소년 역의 코디 스밋 맥피, 알콜중독자 엄마 역으로 열연하는 키얼스틴 던스트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로 거론된다. 광활한 대지와 인간의 삶을 포착해내는 촬영과 음악 또한 훌륭해로마 이어 넷플릭스에게 여러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패싱', 사진제공=넷플릭스
'패싱', 사진제공=넷플릭스

레베카 감독의패싱 매기 질렌할 감독의로스트 도터 배우 출신 여성 감독 작품들로 제인 캠피언과 함께 올해 넷플릭스 여성 감독 르네상스를 열고 있다. 영화 모두 특별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전통적인 여성상과 고정 관념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도덕적 난제를 안긴다.  ‘패싱 인종차별이 당연시되던 시기에 뉴욕 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 백인으로 위장하는 흑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단순히 인종차별 고발에 그치지 않고 여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명민하게 포착해내며 여성에 대한 겹겹의 시선을 풀어나가 흥미롭다. 흑인의 정체성을 감추고 백인으로 위태롭게 살아가는 클레어 역의 루스 네가는 여우조연상 후보로 부족함이 없다. ‘로스트 도터 육아에 대한 죄책감을 극복하지 못한 중년 여성의 불편한 그리스 여행을 스크린으로 가져온다. 올리비아 콜먼과 제시 버클리가 여성의 현재와 과거를 연기하며 육아와 커리어 사이에서 저글링하는 여성의 심리를 파고든다. ‘ 페이보릿으로 이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올리비아 콜먼은 이번에도 막강한 여우주연상 후보가 것으로 점쳐지고, 육아의 혼란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제시 버클리도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확률이 높다.  

남성 라인업도 쟁쟁하다. 뮤지컬렌트 크리에이터 조너선 라슨의 삶을 그린틱틱붐 배우  앤드류 가필드와 정치 풍자 코미디 애덤 맥케이 감독과 리어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케이트 블랜쳇이 오스카 레이스의 주자 합류가 예상된다. 한편 애니메이션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언론의 호평에 힘입어  ‘엔칸토: 마법의 세계’ ‘루카’ ‘라야와 라스트 드래곤으로 디즈니가 평정할 애니메이션 후보군에 다크 호스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막강한 외국어 영화도 갖췄다. 이탈리아 거장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신의 올해 가장 치열한 섹션이 국제장편상 후보 편이 가능성이 있다.

돈 룩 업, 사진제공=넷플릭스
돈 룩 업,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의 공세 앞에서 다른 서비스도 서서히 캠페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텐더 제작진과 배우의 유명세에 있어 넷플릭스에 뒤쳐지지 않는다.  전설의 시트콤왈가닥 루시 주인공인 루실 볼이 공산주의자로 고발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토대로 만든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소셜 네트워크 애런 소킨 연출에, 니콜 키드먼과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작이다. 니콜 키드먼은 놀라운 분장술에 힘입어 루실 볼에 가까운 외모로 등장해 색다른 연기 변신에 도전한다. 조지 클루니의 오랜만의 연출작인텐더 에선 어린 조카의 성장을 돕는 바텐더 삼촌 역의 애플렉이 남우조연상 후보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조엘 코엔 감독의 흑백 영화맥베스의 비극으로 오스카 레이스에 나선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비극맥베스 영화화한 작품으로 코엔 형제 스타일의 유머를 살짝 덧대고 흑인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특히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아 영화에서 처음으로 맥베스를 연기한 흑인 배우가 되었다. 그는 맥베스를 연기하며 스코틀랜드 억양이나 고전 연극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 흑인 억양을 구사하며 맥베스의 전통을 비트는 재미를 안긴다.

 3 27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미국내 여러 시상식이 개최되고오징어 게임 배우조합상 남녀주연상 앙상블 후보에 오르는 드라마 시리즈가 뉴스를 장악 중이지만, 그래왔듯 수많은 인재들이 세상과 공명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주목도가 낮은 데다 시상식 시즌이 지나면 화제성이 떨어져 챙겨볼 있으니 극장이 그리운 관객들이라면 틈틈히 감상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기억해야할 스트리밍 홍수 시대의 조언 하나. 콘텐츠는 날마다 쏟아지지만 시상식 시즌 추천작만큼 양질의 리스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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