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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2.01.21 11:03
  • 수정 2022.01.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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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 the beat, SM 걸그룹 진화의 신호탄?

GOT the beat,,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GOT the beat,,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초유의 걸그룹이 등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일 공개한 프로젝트 유닛 ‘GOT the beat’(갓 더 비트)다. ‘오리콘의 여왕’이라 불리며 K-팝 한류의 물꼬를 튼 보아를 비롯해 소녀시대 태연과 효연, SM 걸그룹의 허리 역할을 하는 레드벨벳 슬기와 웬디, 막내 라인인 에스파 카리나와 윈터 등 7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는 일종의 ‘반칙’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청난 팬덤을 가진 이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화제성이 높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는 GOT the beat의 활약과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양새다. 각 기획사 별로 세계관을 넓혀가며 프로젝트 활동을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GOT the beat이 배출한 결과물은 향후 프로젝트 그룹 활동 방향을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MCU…경계선을 허물다

GOT the beat의 데뷔(?)곡은 ‘Step Back’. 반복되는 베이스와 악기의 변주가 돋보이는 중독성 강한 힙합 R&B 곡으로, SM의 대표 프로듀서인 유영진과 미국 유명 프로듀서 뎀 조인츠(Dem Jointz) 등이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전 10시 기준 멜로 차트에서 11위, 지니 차트에서 17위다. ‘압도적’이라 할 수 없지만 준수한 성적이다. 프로젝트 그룹인 터라 SM이 각종 마케팅 등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로 볼 수도 있다.

SM은 소속된 모든 아티스트를 연결한 세계관인 SMCU(SM Culture Universe)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GOT the beat는 지난 1일 개최된 전 세계 무료 온라인 콘서트 ‘SMTOWN LIVE 2022 : SMCU EXPRESS@KWANGYA’를 통해 ‘Step Back’ 무대를 선보였다. 향후 SM은 소속 여성 아티스트들이 테마별로 새로운 조합의 유닛을 공개하는 프로젝트 ‘Girls On Top(GOT)’(걸스 온 탑)을 유지하고, GOT the beat는 그 첫 유닛이었다. 각 조합에 따른 반응을 체크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유닛의 생명력은 더 길어질 것이 자명하다.

SM은 그동안 다양한 유닛 실험을 해왔다. 소녀시대는 태연, 티파니, 서현을 따로 모아 3인조 태티서를 론칭했다. 이에 앞서 2010년 ‘런 데빌 런’으로 활동하며 콘셉트의 변화를 주며 ‘블랙 소시 vs 화이트 소시’ 구도를 맞춘 것도 큰 틀에서 보면 실험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레드벨벳은 아이린&슬기 유닛이 활동했다. 

하지만 차이점은 있다. 이 유닛들이 같은 그룹 내 멤버 별 조화였다면, GOT the beat는 ‘SM에 속한 여성 아티스트’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 이런 과감한 경계선 허물기는 대승적 차원에서 SMCU를 펼쳐가기 위한 결정이다.

게다가 GOT the beat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유닛으로 읽힌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으나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보아에게 활동 무대를 열어 준 것을 비롯해 사실상 완전체 활동이 어려운 소녀시대, 레드벨벳의 멤버들에게도 새로운 그룹을 통해 활동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물론 끝모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에스파의 참여는 이와는 다르다. 하지만 SM을 하나로 엮는 SMCU라는 거대한 실험 과정에서 막내 라인을 담당하는 에스파가 참여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기에 GOT the beat라는 그림 안에서 에스파는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다.

환불원정대, 사진제공=MBC
환불원정대, 사진제공=MBC

#내러티브…조각을 묶는 힘

향후 SMCU는 ‘Girls On Top(GOT)’(걸스 온 탑) 체제를 앞세워 다양한 유닛 실험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 그룹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는 NCT 내에서 막내 라인인 NCT드림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타 유닛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미지수, 즉 변수를 상수로 바꾸는 요소는 무엇일까? 내러티브다. 전체를 하나로 묶는 튼튼한 밧줄이자 접착제 역할을 할 흥미롭고 공감가는 이야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보자. 역대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걸그룹은 누구일까? 환불원정대를 빼놓을 수 없다. 이효리를 필두로 엄정화, 제시, 화사 등으로 구성된 이 걸그룹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뒤 단기간에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이 부지불식간 빠져들고 참여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내러티브였다.

환불원정대는 작정 하고 만든 걸그룹이 아니다. 이에 앞서 이효리가 유재석, 비와 함께 싹쓰리를 결성하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됐다. 소위 ‘센 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효리가 엄정화, 제시, 화사 등의 이름을 거론했고, 엄정화가 자신의 SNS를 통해 환영의 의사를 표하며 상상과 현실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환불원정대’라는 그룹명 역시 시청자들이 붙여줬다. "이들이 함께 가면 당장 환불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네티즌의 댓글에서 출발했다. 결국 환불원정대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구축해가는 내러티브에 대중이 "그 프로젝트에 동참했다"는 느낌을 주며 폭발력을 얻었다. Mnet ‘프로듀스 101’의 배출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등이 "내가 내 손으로 뽑은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삽시간에 엄청난 팬덤을 모은 것과 같은 궤다.

결국 SMCU의 세계관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성공적인 유닛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동참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에스파가 ‘광야’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지만 "어렵다"는 반응도 적잖다. 장기간 구축해온 데이터베이스와 내로라하는 스타를 앞세워 ‘톱 다운’(Top-down) 방식을 취하던 SM이 대중의 입장에 서서 ‘바텀 업’(Bottom-up) 내러티브를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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