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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버선발로 마중할 수사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진제공=스튜디오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진제공=스튜디오S

SBS 금토극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극본 설이나, 연출 박보람)은 수사물이다.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는 장르다. 경찰과 범죄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늘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허나 잦게 쓰이는 소재이기에 기시감에서 탈로할 연출이 필요한 장르이기도 하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수사물의 수많은 갈래에서 최초의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해 매우 흥미롭고, 끌림있게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인도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린 동기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형사였던 송하영(김남길)이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하영은 언뜻 감정이 없는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타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섬세한 인물이다. 당시 경찰들이 범죄자와의 대화를 꺼리던 시절, 홀로 범인을 관찰하며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려 애쓴다. 드라마는 첫주 방송분부터 송하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계단식의 서사를 쌓았다. 경찰 하영이 단순히 동료들 사이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별종이 아닌, 어린시절의 하영의 본성을 다루며 그가 왜 다른지에 대해 차근히 이해시킨다. 그 사이로 각종 범죄 사건을 얹으며 흥미를 돋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진제공=스튜디오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진제공=스튜디오S

본 드라마는 웰메이드 범죄 심리 수사물을 표방한다. 스스로 웰메이드라 자평한 이들의 자신감은, 단 2회만 봐도 이해가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수사물의 쟁점은 긴박하면서도 쫄깃한 장면 전환, 그리고 사건 해결의 치밀함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수사물의 쟁점을 정석처럼 수반한다. 그렇게 14, 15일 1, 2회를 공개한 후 제작진의 바람따라 웰메이드 수사물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시청률 역시 1회차만에 높은 상승 추이를 보였다. 1화 6.2% 2화 7.5%를 기록, 시청자 호평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1회는 주인공 송하영의 어린시절로 시작된다. 어린 하영이 우연한 사고로 물에 빠졌던 날, 여성의 시체를 목격한다. 이후 하영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진단 결과 남들보다 감성이 발달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1화에서 송하영이라는 인물의 서사를 차근히 빌드업하고, 2회에서는 경찰이 된 송하영이 '빨간 모자 사건'을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강압 수사가 판을 치던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만큼, 장면 사이사이로 당시 수사의 허점을 디테일하게 재현하며 여러 세대를 몰입하게 만든다. 10~20대에게는 신기함으로, 30대 이후부터는 그리 달가운 기억은 아니지만 향수로 다가온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진제공=스튜디오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진제공=스튜디오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높은 기대를 가진 이유는 수사물의 치밀함과 과거의 향수를 건드려서만은 아니다. 송하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점진적으로 풀어나갈 서사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는 것에 있다. 요즘에야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태생에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의 논픽션 르포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미덕이다. 여러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권일용 교수는 인지도가 높다. 더욱이 교양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탁월한 언사들로 대중에게 신뢰가 깊은 인물이다. 그런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굉장한 호기심을 운반한다. 여기에 더해진 그가 겪은 실제 사건들과,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까지. 좋은 재료로 훌륭한 음식을 완성한다. 

무엇보다 타이틀롤 김남길의 연기는 작품에 더한 무게감을 싣는다. 눈빛 하나로 타인의 심리를 좇는 이의 열망과 호기심 등 다단한 깊이를 더하며 송하영이라는 인물에 이입하게 만든다. 배역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김남길의 보다 진일보한 책임이 느껴진다. 특유의 천친함과 웃음기가 싹 빠지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아우라부터 다른 태를 두르고 있다. 특히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흥망성쇠는 김남길 손에 달려있다. 송하영이라는 인물에 주력해 끌어가는 드라마인 만큼, 그의 얼굴과 시선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일단 첫주 방송분은 호연이라 할 만했다. 그간 필모그래피에서의 지구력을 미루어 본다면, 앞으로 더 기대를 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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