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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조성경(칼럼니스트)
  • 입력 2022.01.18 10:19
  • 수정 2022.01.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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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 새삼 다시 느끼는 '연기고수'의 진가

'공작도시'서 선악을 오가는 연기로 시청자 마음훔쳐

김강우, 사진제공=하이스토리디앤씨, JTBC스튜디오
김강우, 사진제공=하이스토리디앤씨, JTBC스튜디오

배우 김강우가 비운의 주인공인 척, 진정한 빌런으로 활약하고 있다. JTBC 수목극 ‘공작도시’(손세동 극본, 전창근 연출)에서 남자주인공인 정준혁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연민과 분노를 넘나들게 하고 있다.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김강우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불쾌한 마음을 지우기 힘들다. 그래서 과연 김강우 아니, 정준혁 앞에 예정된 엔딩은 무엇일지 궁금증이 일게 된다.

현재 준혁은 아내인 윤재희(수애)가 그리는 큰 그림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려고 하는 인물이다. 재벌가의 차남이면서 태생적으로 피해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혼외자라는 처지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김강우의 깊은 눈빛은 시청자들에게서 동정심을 끌어내기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그 핑계로 외도를 합리화를 하는 그의 비열함은 보는 이들을 격노하게 한다. 재희에게는 아내 이외의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재희가 대표로 있는 미술관 도슨트 김이설(이이담)에게는 재희가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여자는 아니라고 말하며 두 여자를 동시에 농락한다. 불륜 상대를 통해 온전한 자신을 느낄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태도로 재희와 이설은 물론 시청자들의 속까지 뒤집어놓는 준혁은 말 그대로 분노유발자다. 

그래놓고 대중 앞에서는 검사 출신 스타 앵커로서 완벽한 멋짐을 장착하고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토크 콘서트에 나서서 겸손한 태도로, 착한 눈빛으로, 차분하고 신뢰를 주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준혁의 이중성을 모르지 않는 재희와 이설, 그리고 시청자들은 괘씸한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지만, 무대 위의 준혁을 보고서 대중이 속지 않을 수 없겠다고 수긍을 하고 말게 된다.

'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하이스토리디앤씨, JTBC스튜디오​
'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하이스토리디앤씨, JTBC스튜디오​

이처럼 호떡집 호떡 뒤집듯 순수했다가 일순간에 저열해지는 준혁을 김강우가 너무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야비한 준혁이 불편할 뿐, 완급조절을 잘 해내며 연기력을 뽐내는 김강우에게는 애정이 깊어진다. ‘공작도시’가 시청률과 화제성 등에서 다른 드라마들에 뒤처지면서 김강우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애석할 따름이다. 

김강우가 아니었더라면 ‘공작도시’가 장차 영부인이 되겠다는 야망으로 각종 권모술수를 펼치는 재희의 긴박함으로만 치우쳤을지도 모른다. 재희와 이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허황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강우가 수애의 대척점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수애가 이끄는 ‘공작도시’가 균형이 잘 잡힌 수작이 되고 있다.
  
김강우의 열연이 빛을 발할수록 지금껏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혹은 왜 기억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김강우는 2003년 데뷔작이었던 MBC ‘나는 달린다’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됐을 때부터 지금껏 이렇다 할 공백없이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한 배우다. 

2007년 영화 ‘식객’으로 흥행배우 타이틀을 달았고, 같은해 ‘경의선’으로는 토리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으며 스크린에서 인정을 받았다. 2009년에는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가 집필해 관심을 모은 KBS2 ‘남자이야기’에서 지금과 같은 빌런으로 열연했다. 영화 ‘돈의 맛’과 ‘간신’ 등으로는 파격을 선보였고, MBC 주말극 ‘데릴사위 오작두’로는 순박한 남자의 순애보를 그리며 여심을 설레게 했다. 

'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하이스토리디앤씨, JTBC스튜디오​
'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공작도시' 김강우, 사진제공=하이스토리디앤씨, JTBC스튜디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그 꾸준함이 그의 연기력을 입증하는 것이었는데 미처 깨닫지 못했다. ‘공작도시’에서 비운의 주인공인 척하다가 분노유발자로 돌변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비로소 그의 힘이 느껴지는 중이다. 

배우 한혜진의 형부로 알려져 ‘국민형부’라는 별명과 함께 본업인 그의 연기보다 그의 가정사에 관심이 더 쏠려서 그랬던 것도 있다. ‘공작도시’가 끝나고 나면 또다시 그가 상당한 연기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잊을지도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강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또 다른 작품에서 툭 하고 자신의 연기를 펼칠 것이다. 새삼 실력을 뽐내며 사람들을 감탄하게 할 것이다. ‘공작도시’의 비열한 정준혁이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윤재희와의 가정은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려워도 배우 김강우가 걸어갈 배우의 길에는 살포시 확신이 생긴다.

김강우를 재발견하게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공고히 하게 한 ‘공작도시’가 조금만 더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희망해본다. 그가 가공할 만한 연기력을 펼치고 있는 ‘공작도시’는 총 20부작으로 지난주 12회까지 방영하며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남은 기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정준혁의 내면을 새롭게 보여주며 극을 더 흥미롭게 하지는 않을지 김강우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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