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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조성경(칼럼니스트)
  • 입력 2022.01.10 10:59
  • 수정 2022.01.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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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닥터', 배우 정지훈의 포텐셜 재발견

'고스트닥터', 사진제공=tvN
'고스트닥터', 사진제공=tvN

연기자 정지훈을 이렇게 몰입해서 본 게 얼마만일까. 지난주 시작한 tvN 월화극 ‘고스트닥터’(극본 김선수, 연출 부성철)로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비(정지훈)가 시청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가수 비는 연기자로 겸업하기 시작한 2003년 KBS2 ‘상두야 학교가자’에서 호연하며 대중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KBS2 ‘풀하우스’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주연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그 뒤로는 작품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점차 연기자 정지훈을 향한 대중들의 기대도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에서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스크린 데뷔작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부터 가장 최근작인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2019)까지 흥행 실패와 더불어 평단의 날선 비판과 대중의 조롱이 이어졌다. 2009년에는 영화 ‘닌자 어쌔신’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월드클래스의 위용을 뽐내기도 했지만, 명예만 얻었을 뿐 이 역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막대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면서 연기자 정지훈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접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난해 초 정지훈이 ‘고스트닥터’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쩌자고 정지훈을 캐스팅했을까” 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연기자 정지훈을 둘러싸고 있던 그간의 편견이 ‘고스트닥터’를 통해 털어지려는 순간이다. 적어도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에 색안경이 끼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고 있다.

'고스트닥터', 사진제공=tvN
'고스트닥터', 사진제공=tvN

‘고스트닥터’는 신들린 의술을 펼치는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과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금수저 레지던트 고승탁이 펼치는 메디컬 드라마다. 정지훈이 냉소적인 성격으로 독설을 일삼지만 뛰어난 실력 덕에 병원에서 입지가 탄탄한 흉부외과 전문의 차영민 역을 맡았는데, 이번 캐릭터가 그와 찰떡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영민은 실력으로는 넘볼 수 없는 아성을 쌓으며 온갖 잘난 척을 다 하지만, 코믹 터치의 연출로 그의 냉소가 차갑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정색하는 인물임에도 코미디 연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정지훈이 이를 훌륭하게 소화해 팬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고 있다.

‘고스트닥터’가 단순한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도 정지훈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포인트가 된다. 이 드라마는 전문용어를 늘어놓는 등 심도 있는 의학 드라마가 되려 하지는 않는 게 특징인데, 메디컬에 집중하기에는 판타지 요소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극중에서도 “신들린 듯한 실력”이라는 표현이 몇 차례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가 된 차영민의 영혼이 레지던트 고승탁(김범)의 몸에 빙의되어 의술을 펼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으로 ‘(귀)신들린’ 드라마의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고스트닥터', 사진제공=tvN
'고스트닥터', 사진제공=tvN

이처럼 정지훈이 ‘고스트닥터’ 차영민으로 오랜만에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연기가 늘었다”는 목소리와 “연기력은 이미 ‘상두야~’로 입증됐다”는 등의 의견으로 실랑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가 차영민을 호연하고 있다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다.

또한, 작감배(작가·감독·배우)의 조화가 드라마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요즘이다. 정지훈을 향한 호평은 호흡을 맞추기 딱 적당한 작가와 연출을 만난 덕분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연출을 맡은 부성철 PD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으로 유명하지만, 정지훈의 아내인 배우 김태희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함께 한 바 있다. 작품은 처음일지라도 남다른 교집합이 그들의 시너지를 더 크게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 본팩토리의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다. SBS ‘미남이시네요’, MBC ‘최고의 사랑’,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KBS2 ‘한번 다녀왔습니다’ 등 방송사를 넘나들며 성공가도를 달려온 본팩토리는 지난해에는 티빙 ‘술꾼도시여자들’로 메가히트를 쳤다. 소위 “장사 잘하는” 제작사로 통해서 정지훈 캐스팅 소식에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정지훈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2020년 MBC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프로젝트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면 올해는 ‘고스트닥터’로 주연배우 입지를 다시금 공고히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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