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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1.12.27 09:24
  • 수정 2021.12.27 10:07
  • 댓글 0

Good bye2021 l K-콘텐츠를 이끈 우먼파워

윤여정(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오은영 허니제이 에스파,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SBS, Mnet, SM엔터테인먼트
윤여정(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오은영 허니제이 에스파,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SBS, Mnet, SM엔터테인먼트

코시국(코로나19 시국)에도 한국 문화 콘텐츠는 굳건했다. 오히려 더 진일보했다. 이젠 전세계를 무대 삼아 강한 파급력을 갖게 됐다. 문화 강국, 대한민국이 올해 성취해낸 수식이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서 대상격의 상을 수상한 BTS(방탄소년단)의 위업과, '미나리' '오징어게임' '지옥' 등의 글로벌 열풍은 놀라우리 만큼 세계인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시에 올해 K-콘텐츠는 변혁의 해였다. 윤여정의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OSCAR)' 연기상을 시작으로, 대중문화 속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을 비롯해 '해피니스' '유미의 세포들', tvN '마인', KBS2 '연모', SBS '원 더 우먼', 넷플릭스 '마이네임', 채널A '쇼윈도: 여왕의 집' 등 여성 타이틀롤 드라마가 안방가를 휩쓸었다. 여자 댄서들이 활약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도 신드롬격 인기를 얻으며 수많은 댄서지망생을 배출했고, 프리퀄인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도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K-팝신 역시 에스파, 있지, 스테이씨 등 걸그룹들이 크게 활약했고, 예능 교양계도 오은영, 장도연, 김민경 등의 활동이 활발했다. 여성을 빼놓고 2021년 K-콘텐츠는 논할 수가 없다. 신축년 한국 대중문화를 빛낸 여성들의 활약상을 짚어봤다. 

윤여정,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윤여정,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말해 뭐해, 윤여정

윤여정의 대세론에 대해선 더 이상 두말하면 입아플 지경이다. 올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간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윤여정이다. 그는 금년에 출연한 영화 '미나리'로 전미비평가위원회(NBR), 노스텍사스비평가협회, 뉴욕온라인비평가협회의 여우조연상,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입벌어지는 수상 내역이 보여주듯, 윤여정은 영화 속에서 또 한번 '죽여주는' 연기를 펼쳤다. 허나 그가 더욱 각광받은 건, 어떤 자리에서건 자신의 가치를 빛낸 유머 섞인 입담이었다. 어른의 품위, 배우로서의 진정성, 그리고 예술인의 천진함과 유머. 이를 모두 곁들인 그의 입담은 어딜가나 화제를 모았다. 미국 영국 등의 MZ세대들은 윤여정을 일컫어 ‘새비지(Savage)’ ‘아이콘(Icon)’ ‘퀸(Queen)’과 같은 존경의 댓글을 쏟아냈다. 그렇게 윤여정은 75세 나이에 가장 힙한 할머니가 되어, 10-20대 여성의류 플랫폼 모델까지 되는 워너비로 거듭났다. 여성 예술인은 물론, 대중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 이 시대의 참어른이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오은영, 사진출처=채널A 방송화면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오은영, 사진출처=채널A 방송화면

#방송가의 대통령, 오은영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만큼 신뢰를 받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오은영의 솔루션 한번에 놀랍도록 바뀌는 아이들을 목격하며, 대중은 완전히 그에게 빠져들었다. 당연히 방송가의 러브콜도 뜨거웠다. 올해에만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내가 알던 내가 아냐' '미친.사랑.X'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요즘 가족 금쪽 수업'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내년엔 SBS에서도 그를 활용한 새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오은영을 향한 대중의 신뢰는 단지 실력 좋은 의사이기 때문이 아닌, 마음이 다친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태도에 있다. 현재 방송가에서 활약하는 정신과 상담의들은 오은영말고도 더있다. 이들의 솔루션 역시 아이들의 놀라운 개선을 보여준다. 허나 대중이 주목한 건 오은영뿐이다. 그는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단순한 치료가 아닌 위로까지 해낸다. 대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오은영에게 마음이 동했다. 아이 한명 한명에게 진심을 다하는, 품넓은 엄마의 얼굴을 동시에 품고 있다. 방송가에서 오은영의 활약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에스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Z세대의 진격, 에스파

올해 대중문화를 주도한 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다. 대중문화 지배층이 바뀌면서, 영향 아래있는 가요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른바 4세대로 불리는 아이돌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그리고 세대교체의 변혁에서 중심부로 활약한 그룹이 있다. 바로 걸그룹 에스파다. Z세대는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이색적인 걸 선호한다. 감각적이되 남들과 다른 특별함에 반응한다. 에스파는 SM엔터테인먼트가 축적해 온 SMP(SM표 퍼포먼스)를 잘 담아내고 있는 트렌디한 그룹이다. 이와 동시에 IT와 K-팝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그룹이다.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멤버 4인과, 이들의 자아를 확장해 창조한 메타버스(가상 세계) 아바타 멤버(아이)로 새로운 유형의 그룹을 선보였다. 현실과 가상 멤버들의 공동 활동 배경이 되는 '광야'로 대중 역시 함께 빠져들었다. '넥스트 레벨(Next Level)' '새비지' 등 발매곡들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들이 확장한 영역은 K-팝의 새 종착지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여덟 크루 리더들, 사진제공=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여덟 크루 리더들, 사진제공=Mnet

#올해 최고의 콘텐츠,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올해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코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였다. 어딜가던 '스우파'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해당 프로그램을 안 본 사람은 일상 대화에 끼지 못한다는 짤이 나돌기까지 했다. 전문 여성 댄서 크루들이 출연해 배틀을 벌이는 단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지만,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춤은 감탄과 환호가 동시에 나올 만큼 대단하고 프로페셔널했다. 다수의 출연자들이 내는 센언니 포스 역시 비호감으로 비춰지기보다는, 강인한 요즘 세대 여성상을 보여주며 남녀 모두에 동경을 일게했다. 우승 크루 홀리뱅 리더 허니제이의 "잘봐 언니들 싸움이다"를 시작으로, YGX 리더 리정의 "본인 24살 때 뭐하셨어요?", 프라우드먼 립제이의 "내가 원했던거 이거잖아 내가 보고싶었던거 이거" 등의 어록도 SNS 상에 짤과 밈으로 재생산되면서 MZ세대의 열풍을 이끌었다. 아마 해외에서 바라보는 올해 최고의 K-콘텐츠는 '오징어 게임'일지 몰라도, 국내에서 체감하는 최고의 콘텐츠는 '스우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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