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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1.12.07 16:49
  • 수정 2021.12.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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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완전한 왕의 얼굴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만큼이나 처지가 위태로운 세손 이산(이준호)의 험난한 궁궐 생활기를 그린다. 이와 동시에 궁녀 덕임(이세영)과의 로맨스까지 꽃피워야하는 복합적인 이 드라마에서, 준호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선을 오가며 다단한 왕의 얼굴을 표현해낸다. 아버지로부터 생긴 트라우마와 사방에 깔린 적에 대한 경계심으로 뾰족해진 이산의 흔들리는 동공과 서늘한 표정, 잠재된 분노를 순간순간에 폭발시키는 반면, 덕임과 함께일 때는 첫사랑에 빠진 이의 혼란을 마냥 진지하지 않은 유머러스함으로 묘사한다. 마침내 두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불안으로 가득 찬 권위의 위태로운 눈빛을 통해 준호는 이산의 존재를 설득한다.

아이돌 출신 배우. 스무 살에 그룹 2PM으로 데뷔했던 준호는 배우보단 아이돌로 더 자주 불렸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쭉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의 일원이자, 스스로도 뿌리를 가수로 두고 춤 노래 등에서 특출함을 보였다. 그런 그가 2013년 영화 '감시자' 감시반 에이스 다람쥐 역으로 배우 신고식을 치렀을 때, 대중들은 입을 모아 "기대 이상"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인정을 받았고, 이후 관심과 기대를 양분 삼아 자신의 연기력을 더욱 향상해갔다. 드라마 '기억'으로 첫 주연을 맡았던 때는 대선배 이성민과의 감정신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담백한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와 다부진 체격. 준호의 맑은 외양은 그래서 시대를 타지 않은 모습으로 배우로서 여러 모습을 계속 발굴해냈다. 영화 '스물'에서의 능청스런 청춘을 연기하다가도, 드라마 '김과장'에서 예민보스의 끝판왕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옷을 자신에게 맞추기보다, 옷에 자신을 맞춘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는 역할과 연기라는 본질에 충실했던 그는 한 명의 배우임을 인정받았다. 그렇게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익선관을 쓴 세손의 위엄을 표현하기까지, 준호는 수많은 얼굴들을 성실하게 학습해왔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을 짓다가 충신들 앞에선 결연에 찬 냉정함으로 간담이 서늘한 위엄을 보이고, 도를 넘었다 생각된 덕임의 자의식 강한 말에 사랑하는 여자라 할지라도 "너의 모든 것은 나의 것이다. 오직 나의 뜻으로만 죽을 수도 살 수도 있다는 걸 절대 잊지마라"라는 위협적인 말을 뱉는다. 이런 이산의 모습은 단순히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닌, 보다 입체적이고 복잡한 심리를 갖는다. 왕이 될 자이나 동시에 가장 위태로운 자. 권력의 불안을 담고 있는 이산의 모습은 그래서 더 예민함으로 응축됐다.  

준호는 이러한 이산의 예민을 단순히 비슷한 경계를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인물이 가진 복합적인 내면과 세밀한 감정이 스치는 찰나를 포착해내며 입체성을 부여한다. 아이돌이란 선입견을 깨고 대선배 이덕화도 반하게 만든 이 배우는, 이제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연기한다. 아이돌, 배우, 연예인 등 준호에게는 무엇으로 불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들을 자신에게 몰입시킬 준비가 되어있다. 준호를 향한 지금의 집중은 완전한 왕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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