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Credit 최영균(칼럼니스트)
  • 입력 2021.12.07 11:51
  • 수정 2021.12.07 14:07
  • 댓글 0

유희열, 유재석의 토크쇼 대항마 되나?

'다수의 수다', 흥미로운 콘셉트로 눈길 끌어

유희열, 사진제공=JTBC
유희열, 사진제공=JTBC

유재석과 유희열이 경쟁자가 되는 모양새다.

유희열이 차태현과 공동 MC로 최근 시작한 JTBC 토크쇼 ‘다수의 수다’(이하 ‘다수다’)는 특이점이 있다. 토크쇼는 ‘라디오스타’류의 예능향과 ‘힐링캠프’류의 다큐향으로 나뉠 수 있을 듯하다. 다큐향으로 한정 지으면 한 명의 토크 게스트에 집중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다수다’는 특정 범주에 속하는 다수 게스트가 등장해 집단 토크를 펼친다.

첫회 외과의사들에 이어, 법의학자와 변호사를 거쳐 3일 스타트업 대표들까지 다수의 입담들이 모여 토크쇼를 쌓아 올렸다. 이런 포맷은 근래 다큐형 토크쇼 프로그램에 있어 분명 차별적이다.

현재 다큐향 토크쇼의 지존은 4~5%대 시청률을 오가고 출연자의 파급성은 그 이상인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간대 강력한 경쟁자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등장으로 6%를 넘기던 최절정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현 예능가를 대표하는 토크쇼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결국 토크쇼인 ‘다수다’는 자리를 잡을수록 절대자인 ‘유퀴즈’와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소속사 안테나뮤직의 대표와 간판 연예인의 식구 관계이지만 유희열과 유재석도 진행자로서 다큐형 토크쇼의 정상을 겨루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다수다’는 현재 1%대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판단하기는 좀 이른 듯하다. ‘유퀴즈’도 초창기에는 저조한 시청률에 고전하다 어느 시점부터 상승을 거듭해 현재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진행자인 유희열이 음악인이지만 토크쇼에 있어서는 유재석 못지않은 진행 내공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수다’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tvN ‘알쓸신잡’이나 KBS ‘대화의 희열’ 등 시청률과 평가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은 토크쇼들을 이끌어왔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유퀴즈’와 ‘다수다’는 감각적인 인서트 영상이나 잘 디자인된 자막과 그래픽 등에서 패션 잡지 같은 감수성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반면 ‘유퀴즈’는 한 회차내에서도 일반인부터 셀럽, 스타까지 출연자의 인지도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면 ‘다수다’는 지금까지는 주로 전문직 종사자들 위주로 섭외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유퀴즈’는 뭘 집어도 다 먹을 만한 수준 높은 뷔페같다. 최근 회차를 보면 릴레이 기부를 이끌어낸 어린이부터 동물원 호랑이 조련사, 그리고 아이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배우 최우식까지 다채로운 인지도의 게스트가 등장한다.

‘내년에 큰 일 낼 사람들’이라는 느슨한 테마에 묶여 각각이 때로는 우리 이웃으로 친근하게, 때로는 선망의 대상으로 화려하게 자신들만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이에 반해 ‘다수다’는 한식 양식 중식 등 조리 방식이 특정화된 고급 식당의 잘 차려진 코스 요리같다.

종사하는 업무 영역이 같은 게스트들을 모아 토크쇼를 하다보니 ‘유퀴즈’에는 없는 분위기도 있다. 집단 상승 효과다. 게스트들이 공통 분모를 가진 자신들의 일을 이야기하다보니 서로 활발한 상호 작용과 은근한 토크 경쟁심이 작동해 이야기들이 계속 확장돼 나간다.

최근 회차 스타트업 대표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자신들 회사의 복지를 이야기하던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마치 마블의 동일한 세계관 속에서 슈퍼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활발히 확장되듯 어쩌면 한국 사회의 슈퍼 히어로들인 전문직 종사자들 또는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넓혀져 갔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다수다’는 이처럼 확장의 에너지와 재미가 있지만 아직 ‘유퀴즈’에 비해서는 부족한 느낌도 있다. ‘다수다’에서는 의사, 변호사 등 이미 꽤 알려진 업종에 대한 뒷얘기를 주로 만나게 되지만 ‘유퀴즈’는 주변에 가깝게 존재하면서도 잘 모르던 일을 그 종사자를 통해 새롭게 알려준다. 아무래도 ‘유퀴즈’의 방식이 지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강도가 ‘다수다’보다 높게 보인다.

다큐형 토크쇼를 애호하는 시청자들이 은근히 중시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시선을 ‘다수다’도 갖추고 있지만 방송을 통해 드러나는 정도는 ‘유퀴즈’에 비해 좀 부족해 보인다. ‘유퀴즈’는 개인의 삶을 집중해서 파고드는 방식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이야기 깊이와 점도가 ‘다수다’에 비해 높고 이로 인해 사람에 대한 애정도 더 진하게 배어나는 측면이 있다.

‘유퀴즈’가 개인 게스트 포맷이라 시사성, 화제성이 높은 토크 대상자를 민첩하게 섭외하기 좋은 강점도 있다. 흔히 ‘국뽕’이라 표현하는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도 ‘유퀴즈’는 강하게 드러내는데 이 역시 많은 대중들이 선호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들지만 궁금했던 인물들이 줄줄이 나오는 섭외력도 ‘유퀴즈’의 힘이다.

‘다수다’는 살펴본 것처럼 아직 ‘유퀴즈’와 대결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보인다. 하지만 집단 토크의 시도로 다큐형 토크쇼에 다양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다수다’가 더 성장해 개인을 다루는 ‘유퀴즈’와 다큐형 토크쇼의 양날개이자 선의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아이즈(iz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