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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1.12.02 14:16
  • 수정 2021.12.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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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유니버스의 무한 진화 '피치스'

카이,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카이,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지난달 30일 카이가 두 번째 미니앨범 '피치스(Peaches)'를 발매했다. 타이틀곡인 1번 트랙 '피치스'를 비롯해 '블루(Blue)'까지 총 6곡이 수록됐다. 이번 신보는 카이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전작 'KAI'를 발매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에 내놓은 새 앨범이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이번 앨범은 복숭아를 콘셉트로 삼았다. 복숭아라 하면 떠오르는 여러 느낌이 담겨 있다. 달콤함, 싱그러움, 그리고 매혹. 퇴폐적 이미지가 강했던 카이와는 다소 이질적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부분들은 결과물 앞에서 한방에 날아갔다. 이름 두 자로 새로운 영역을 좇아 '카이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가수를 뛰어넘는 아티스트였다.

카이는 그룹 엑소의 멤버다. 최정상에 올라선 경험이 있는 그룹이자, 10년차의 연륜이 있는 팀. 엑소에서 카이의 포지션은 메인댄서 그리고 센터다. 어릴 적 발레를 배워 기본기가 탄탄한 그는 춤실력으로 손에 꼽히는 퍼포머다. 그렇다고 해서 센터까지 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센터는 매력이 가장 중요한 자리다.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뛰어남이 있는 사람. 카이는 한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뛰어남이 있다는 걸 진즉 입증해낸 이다. 무대 위의 완벽주의자이자, 안주하지 않는 퍼포머. 그래서 엑소의 얼굴로서 실력을 뛰어넘는 아우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게 바로 그다.

그런 그가 지난해가 돼서야 솔로 데뷔를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왜 이제서야"라는 원성을 내놓기도 했다. 엑소 멤버 중에서 다소 늦은 솔로 데뷔였고, 단독 무대에 오르기까지 9년의 시간은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카이의 음악을 들어보면 이 기다림의 이유가 대번에 느껴진다. 엑소 활동 때부터 섹시한 매력이 부각됐던 그는, 솔로로서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허나 단순한 섹시가 아닌 섹슈얼적 접근으로 다가섰다. 노골적이지 않은 은근함으로 판타지를 자극하는. 젠더리스를 가미한 개방된 퍼포먼스로 다양한 성지향성을 포용한 모습으로 말이다. 전작 '음(Mmmh)'만 해도 남녀의 경계가 없는 곡이었다.

카이,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카이,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피치스'는 '음'보다 더 진일보했다. 힘을 뺀 것에서 더 나아가 나릇하다. 감정을 과잉시키지 않은 흘러가는 식의 유연함으로 무엇보다 바이브 자체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미니멀한 멜로디로 가볍게 흥얼거릴 수 있는 중독성이 확실하다. 미디엄 템포에 곁들인 무게감 있는 808 베이스, 여기에 동양적 분위기의 악기 쓰임은 무릉도원의 폭포수를 관망하는 느낌으로 노래를 감상하게 만든다. 곁들인 퍼포먼스는 살짝 반전이다. 곡 자체가 오묘하고 나릇해 느린 움직임의 은근한 제스처를 준비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동성이 깃든 퍼포먼스로 빈틈없이 채워 넣었다. 엑소에서 보여준 파워풀한 퍼포먼스에서, '음'에서의 디테일을 살린 은근한 퍼포먼스, 그리고 이번 '피치스'로 둘을 적절히 혼합해 나름의 진화를 보여준다.

타이틀곡을 비롯해 사랑에 빠진 기분을 바닐라 맛에 비유한 '바닐라(Vanilla)', 강렬한 로우톤 보컬이 매력적인 '도미노(Domino)', 직설적인 표현법이 돋보이는 '컴 인(Come In)',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자는 가사의 '투 비 어니스트(To Be Honest)',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상반된 감정을 그린 '블루' 등의 수록곡도 꼭 살펴야 한다. 카이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트랙리스트는 전반적인 퍼포먼스와 보컬 밸런스가 유려하게 잡혀 있다. 두 영역의 균형감은 카이의 이름 앞에 아티스트라는 네 글자를 기꺼이 올려놓게 만든다. 

카이는 이번 앨범에서도 노래나 퍼포먼스뿐 아니라 콘셉트나 스타일적으로도 고심한 게 느껴진다. 티저 이미지는 물론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여기저기에 실험성이 묻어있다. 곡과 퍼포먼스에만 신경쓰기보단 앨범 자체를 유기적으로 엮어 하나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는 데 집중한 노력들이 역력하다. 카이는 이미 '음' 활동 때 솔로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피치스'를 통해 가능성이 아닌 아티스트로의 확신을 보여준다. 카이는 이번 앨범으로 "사랑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사랑스럽고 섹시하고 귀여운. 온갖 매력의 감정을 다 들게 한다. 세계 60개 지역 1위라는 기록이면 말 다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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