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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의 경이로운 열연이 남긴 것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틱, 틱...붐!’은 전설적 뮤지컬 ‘렌트’를 만든 천재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뮤지컬 ‘틱, 틱...붐!’은 조너선 라슨이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겪는 성공과 실패, 실망, 열망에 대해 그린 모놀로그 형식의 자전적 록 뮤지컬이다.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뮤지컬 작곡가이기도 한 린마누엘 미란다는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인 ‘틱, 틱...붐!’을 통해 영리한 연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는 조너선 라슨의 모놀로그와 피아노 연주, 단출한 밴드, 코러스로만 이루어진 원작 공연을 그의 자전적 내용을 그린 뮤지컬 영화와 한데 엮어 액자식 구성으로 표현했다. 이에 관객들은 ‘틱, 틱...붐!’이라는 원작 뮤지컬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함께 관람한 듯한 풍성한 경험을 하게 된다. 원작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영화로, 영화가 담아내지 못한 행간은 원작 무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90년대 감성을 담은 키치한 영상들도 작품에 또렷한 개성을 부여한다.

주인공 조너선 라슨(앤드류 가필드)은 명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탄생시킨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지난 26일 타계한) 처럼 자신도 서른 살이 되기 전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인다. 그는 주말 동안 뉴욕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면서 주중에는 작곡에 매진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 한다. 그런 그는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생애 가장 분주하고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낸다. 뮤지컬 업계 저명 인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워크숍에 ‘슈퍼비아’ 무대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워크숍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될 경우 무려 8년간 붙들고 써내려 간 ‘슈퍼비아’를 꿈에 그리던 브로드웨이 무대 위에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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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브로드웨이 꽃길과 자꾸만 멀어져간다. 뉴욕과 먼 동네에 파트타임을 구한 여자친구 수전(알렉산드라 십)은 라슨에게 함께 갈지, 이대로 헤어질지 택하라고 선택지를 들이밀고, 22년 지기 죽마고우 마이클(로빈 드 헤수스)은 배우의 꿈을 접고 광고 회사 취업이라는 현실과 손을 잡는다. 전기세 체납 독촉장은 쌓여만 가는 상황에 ‘슈퍼비아’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채울 곡은 아직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여기에 에이즈 문제로 예술계는 들썩거리고, 설상가상 웨이터로 일하는 식당에는 진상 손님이 늘어만 간다.

‘틱, 틱...붐!’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방황하는 서른 살의 무거운 마음을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그린다. 무엇보다,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려는 조너선 라슨이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깊은 영감을 준다. 조너선 라슨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도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들, 사회 곳곳에 곰팡이처럼 피어오른 호모포비아 문제에 깊고 오래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눈물 흘린다. 영화는 이러한 조너선 라슨의 사려 깊은 사회적 문제의식이 훗날 ‘렌트’라는 걸작을 탄생시켰음을 자연스럽게 암시하며 그의 서른 살의 어느 순간뿐만이 아닌, 그라는 세계에 굵게 밑줄을 긋는다.

그리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OST 넘버들은 이러한 조너선 라슨의 삶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관객에게 전한다. ‘30/90’, ‘Johnny Can't Decide', 'Sunday', 'Why', 'Louder Than Words' 등 넘버들이 쉴 틈 없이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이를 압도적으로 표현한 앤드류 가필드의 열연이다. 조너선 라슨의 입 모양, 말투, 제스처까지 완벽히 재현한 그는 내년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노려볼 수도 있을 만큼 데뷔 이래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선보이며 경이로운 명장면들을 탄생시킨다. 배우이자 가수인 바네사 허진스의 아름다운 목소리도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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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라슨의 ‘슈퍼비아’ 워크숍은 성공적이었다.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으로부터 극찬을 받지만, 지나치게 실험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라는 이유로 브로드웨이에 올리는 데는 실패한다. 좌절하는 그에게 그의 에이전트 로사 스티븐(주디스 라이트)은 다시 또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8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또 쓰라니. 조너선 라슨은 이 짓을 또 할 순 없다며 잠시 방황하고는, 다시 펜을 든다. 그가 훗날 그렇게 써내려 간 ‘렌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지만, 그는 공연 전날 대동맥류파열 증상으로 36살 나이에 요절한다.

조너선 라슨의 친구들은 그에 대해 “여전히 궁금한 게 많은 친구”라고 말한다. 왜 거리가 위험한데도 가로등을 달지 않는지. 왜 일이 터지고 난 후에야 진실을 알게 되는지. 어떻게 해야 우리 한 세대를 깨울 수 있을지. 왜 능력 없는 리더를 따르고 있는지. 왜 재앙이 일어나야만 혁명이 시작되는지. 늘 의문을 품었던 조너선 라슨은 “행동이 말보다 큰 울림을 준다”라면서 새장과 날개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다.

냉소와 무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한 지금. 주변을 둘러보는 것보다 나의 성공과 내 몫의 안전과 이득이 더 중요해진 지금. ‘틱, 틱...붐!’이 주는 감동은 단순히 뮤지컬 영화의 흥겨움뿐만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기 전 서로에게 시선을 건네야 한다는 것. 안전하고 익숙한 길 대신,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조너선 라슨은 그러기 위해선, 그럭저럭 살 만하더라도 함께 연대해 최선을 다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아름다운 목소리를 담은 ‘틱, 틱...붐!’은 잊고 있던 열정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애정의 불씨를 지펴주는, 오래 기억될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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