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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1.11.18 13:42
  • 수정 2021.11.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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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소처럼 일하는 타고난 재능의 끼쟁이

'지옥'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유아인은 배우인 동시에 스타다. 배우로서 그의 연기력은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1986년 또래 중 단연 ‘동급 최강’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 스타로서 유아인은 어떤가? 단연 그는 스타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스타’라 불리는 이들과는 다소 행보가 다르다. 언변이 거침없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굳이 속내를 감추거나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그게 곧 그의 캐릭터가 됐고, 대중도 그런 유아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독특하다. 

#악역을 마다않는, 유아인

유아인은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으로 돌아온다. 극 중 종교단체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을 맡는다. ‘지옥’을 실사 드라마로 만들고 유아인이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그가 정진수 의장을 연기할 것이라 바로 대입하긴 어려웠다. 캐릭터의 성격을 선과 악으로 규정짓자면 ‘악’에 가깝기 때문이다. 

통상 악역은 조연의 몫이었다. 작품이 성공해도 개인 이미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에 악역을 꺼리는 주연 배우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긍정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CF 섭외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아인은 달랐다.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베테랑’에서도 그는 ‘절대악’에 가까운 조태오 역을 맡아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어이가 없네"라는 한 마디는 국민적 유행어가 됐다. ‘국가 부도의 날’ 속 윤정학 역시 "대한민국이 망하는 쪽에 베팅하겠다"는 인물이다. 

유아인은 미워할 수 없는 삐딱함을 가졌다. 충무로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완득이’를 비롯해 ‘깡철이’, ‘사도’ 등에서 그는 어딘지 모나고 거칠었다. 하지만 각 인물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온 몸으로 웅변하며 관객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유아인은 ‘지옥’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정진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천사의 고지와 지옥행 시연 등 충격적인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의롭게 할 것을 사람들에게 권장하는 인물"이라며, "흔히 사이비 교주들이 그런 일을 하지만 정진수는 스스로를 교주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미스터리한 현상을 파헤치고 다니는, 스스로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아인의 설명은 단순한 캐릭터 소개를 넘어, 그 캐릭터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진다. 이번에도 유아인은 대중을 현혹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작품의 크기를 재지 않는, 유아인

유아인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견지한 작품을 두루 거쳤다. ‘성균관 스캔들’과 ‘밀회’로 안방극장을 섭렵했고, ‘베테랑’과 ‘완득이’, ‘사도’ 등으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작은 영화’로 분류되는 ‘소리도 없이’다. 순제작비가 약 13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게다가 메가폰은 신인인 홍의정 감독이 잡았다. 이 영화로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홍 감독은 "유아인 없이는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아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소리도 없이' 유아인,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주)무비웍스
'소리도 없이' 유아인,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주)무비웍스

이 영화를 위해 유아인은 무려 15kg을 증량했다. 외모는 ‘1’도 신경쓰지 않은 티가 난다. 오로지 연기와 작품으로만 승부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그에게 주어진 배역인 태인에게는 대사조차 없다. 그래서 제목이 ‘소리도 없이’다. 결국 말을 안 하는 유아인이 맡은 역할이 타이틀롤이었던 셈이다. 그는 온 몸으로 웅변하듯 배역을 소화해냈고, 그 결과 ‘사도’에 이어 ‘소리도 없이’로 또 다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됐다. 

이미 주연급 배우로 거듭난 유아인이 참여했던 또 다른 눈에 띄는 작품은 ‘우아한 거짓말’이다. ‘완득이’를 연출한 이한 감독과의 의리로 조연을 마다않고 선택한 ‘우아한 거짓말’에서 유아인은 긴 머리를 찰랑이는 옆집 남자 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 

유아인의 독특함을 또 한번 깨닫게 했던 프로그램은 2019년 방송됐던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었던 ‘도올아인 오방간다’다. 유아인이 도올 김용옥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하며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유아인이 왜?"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럼없이 이 프로그램에서 질문을 던지고, 또 의견을 피력하는 유아인은 마치 "그게 어때서?"라고 마치 되묻는 듯하다. 

#다작을 하는, 유아인

영화 ‘도둑들’에 출연했던 홍콩 배우 런다화(任達華)가 내한했을 때 이슈가 됐던 것 중 하나는 ‘다작’(多作)이다. 그는 1980년 영화 ‘욕화분금’으로 데뷔 후 200편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주연 배우지만 좋은 작품과 배역이라면 조연 참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출연 편수가 너무 적어 재능을 낭비하는 한국 배우들에게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아인의 행보는 참으로 바람직하다. 많은 한국 배우들이 스타가 되기 전에는 ‘찾아주는 곳이 없어서’, 스타가 된 후에는 ‘이미지 소비를 막기 위해’ 출연작이 적다. 게다가 전작이 큰 성공을 거두면 그 성공에 기대 CF 촬영에 몰두하느라 연기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있다. ‘CF 배우’라는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아인은 다르다. 그가 스타덤에 오른 작품을 ‘성균관 스캔들’(2010)로 봤을 때, 이후 유아인은 영화 13편, 드라마 7편에 출연했다. 매년 두 편 정도씩 꾸준히 선보인 셈이다. 다른 배우들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수치다. 배우로서 하나의 이미지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열정과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소신을 든든한 밑짐으로 가졌다 할 수 있다.

‘소리도 없이’ 개봉 당시 언론 인터뷰를 나누며 유아인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영화가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는 만큼 호불호도 있을 수도 있겠다?" 이 질문에 유아인은 이렇게 답했다. "호불호가 없으면 새로운 것이기 힘든 것 같다. 다만 우리 옆에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터치한다는 점에서 많이 반가워해 주시고 기특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아인이 보여주는 선명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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