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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인 텀블러 꺼내들게 한 '오늘부터 무해하게'

사진제공=KBS2
사진제공=KBS2

요즘 기자의 주요 관심은 칼로리였다. 부쩍 통통해진 얼굴과 볼록 튀어나온 뱃살에 온 신경이 집중됐다. 음식과 재료를 배달시키거나,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도 칼로리가 적은 걸로 골랐다. 그런데 칼로리가 지배하던 기자의 머릿속에 새로운 단어가 스며들었다. 바로 탄소다.

탄소는 환경 오염의 주원인으로,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대기를 오염시킨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오늘날의 모습이 바로 이 탄소 때문이다. 탄소가 나쁜놈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원인 제공자는 바로 사람이다. 어제도 기자가 테이크아웃한 플라스틱 커피잔과 배달 음식 용기,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했던 온수 샤워까지 모두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했다. 별 의식없이 일상적으로 했던 행동들이 지구를 아프게 해온 셈이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KBS2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기자의 머릿속에 칼로리 대신 탄소를 집어 넣어줬다. 뽀얗게 먼지 쌓인 텀블러를 다시 꺼내들고, 배달 음식 대신 직접 요리를 해먹었다.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탄소 발생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려줄 뿐 아니라, 우리가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 저감 방법을 안내해준다. 본 프로그램은 보다 직접적으로 환경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탄소제로 생활 일주일 도전기' 형식을 취했다. 도전자는 대중에게 익숙하고도 친숙한 얼굴인 배우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이 나섰다. 이 중 공효진은 '오늘부터 무해하게'의 기획자로도 참여했다. 공효진은 11년 전 환경 에세이도 발간하고, 2019년 환경 포럼에서 연설도 했을 만큼 환경에 진심인 편이다. 그런 만큼 방송에서 그의 행동과 말들은 진심이라는 날개를 달고 설득력 있게 시청자들을 설득한다.

사진제공=KBS2
사진제공=KBS2

첫 회에선 세 사람의 '탄소제로 생활기'의 베이스캠프가 될 에너지 자립섬 죽도에 입도하기까지의 준비 과정을 담아냈다. 세 사람은 최소한의 물건으로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은 제로(0) 캠핑에 도전, 짐싸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단기간 캠핑이 아닌 일주일 캠핑이면서 저탄소 라이프를 해야 했기에 이고 지고 끌고 갈 짐싸기는 캠핑 마니아였던 세 사람에게도 녹록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일주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세 사람은 영상 통화로 수건 개수까지 논의하며 짐과 사투를 벌였다. 

그렇게 공효진의 반려견 요지와 함께 세 사람은 완전 무장해 죽도에 입성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 앞에 감탄하기도 잠시, 무거운 짐을 이고 끝도 없는 트래킹에 결국 공효진은 두통까지 생겨버렸다. 그렇게 도착한 베이스캠프는 허허벌판. 이천희는 "나 돌아갈래"라며 좌절했고, 공효진도 "오 마이 갓"이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방송이 마무리 됐다. '탄소제로 생활기'의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바. 

사진제공=KBS2
사진제공=KBS2

그렇게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시청률 1.8%라는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긴 하나 SNS 및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MZ세대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핵심 연령대의 관심 끄는 데는 성공했으니 나쁘지 않은 출발선이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공효진이 "기획은 재미있었지만 어떻게 보실지 마음이 무겁다. 새로운 느낌의 프로그램, 여러분께 용기 있게 보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겠다.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통한 셈이다. 오랜 친분에서 온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고, 캠핑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용기를 갖게 한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개인의 해결 방법에 대해 막연함을 느끼곤 한다. 특히나 카페에서 홀로 텀블러를 내밀었다간 유별난 사람으로 보일까 염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공효진이라는 워너비 스타를 활용해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하나의 트렌드처럼 보이게끔 만든다. 유별난 것이 아닌, 특별한 것으로 말이다.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어쩌면 대중들이 기다려왔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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