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Credit 조이음(칼럼니스트)
  • 입력 2021.10.13 14:58
  • 수정 2021.10.13 14:59
  • 댓글 0

안효섭, 타고난 '밀당의 마왕'

사진제공=SBS
사진제공=SBS

다수의 사람들이 연인 사이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밀당(밀고 당기기)’ 기술을 꼽는다. 신비함과 친근함 사이,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잘 유지해서 상대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이끌어내는 게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는 다양한 관계에도 적용된다. 특히 직업적 특성상 누군가의 애정 어린 관심이 기본인 배우에게 대중과의 ‘적당한 밀당’은 꼭 필요하다. 언제쯤, 어떤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선택을 궁금케 하는 것. 이 다음 단계가 ‘믿고 보는 배우’일 테니 말이다. 다만 배우와 대중 사이 밀고 당기기는 보편적 인간관계와는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계산적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타이밍, 즉 ‘시간적 계산’이다. 사람 사이의 타이밍은 적당한 조율도 가능하겠지만, 여기서 타이밍이 어긋나면 관계 회복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안효섭에겐 타고난 밀당 기질이 있는 듯하다. 어쩌면 그를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 중 프라임 세포는 ‘밀당 세포’일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 모습과 손에 꼽히는 예능 출연, 개인 SNS 활동 등을 보면 신비함과 친근함 사이 모호한 경계를 (자신도 모르게) 적절하게 타고 있다. 어쩌면 노련한 소속사의  치밀한 기획이 빚은 산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2015년 첫 작품에 출연한 이후부터 ‘적절한 타이밍’으로 대중의 관심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걸 보면 타고난 밀당 기질을 가졌다는 의심(?)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딴따라’(2016) 속 톱스타 지누도, ‘아버지가 이상해’(2017) 속 축구 코치 박철수도 분명 같은 배우인데, 다른 느낌으로 시청자에 다가갔다. ‘세 가지 색 판타지-반지의 여왕’(2017)을 통해 만난 박세건은 자신의 잘난 모습을 속속들이 잘 아는 그의 모습에 얄밉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줄 수밖에 없는 설렘을 선사했다. 

사진제공=SBS
사진제공=SBS

필자에게 강렬하게 남은 배우 안효섭의 모습은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 속 고등학생 조정 선수 유찬이다. 쨍쨍한 볕 아래 조정 연습에 몰두하느라 까맣게 그을린 얼굴(사실은 까맣다 못해 피부가 까질 것도 같았다),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모습, 이뤄질 수 없는 첫사랑의 아픔과 삼촌을 향한 작은 반항까지, 딱 운동하는 10대의 건강함과 해맑음으로 각인됐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구김 없고, 꼬인데 없이 수더분하며, 낙천적이고 화통하다’는 캐릭터 설정은 생각지 못한 순간마다 “돈t 띵k 삘(don’t think feel!)”이라며 자신의 인생 모토를 외치는 모습만으로도 설명됐다.(본토 발음인 듯, 콩글리시인 듯 브루스 리의 명대사를 외치던 드라마 속 안효섭의 강렬함은, 뒤늦게 그가 캐나다에서 왔다는 걸 알고도 의심케 했을 정도다.)

한동안 언제 어디서 안효섭의 얼굴만 마주해도 입매 시원한 유찬 표 건치 미소와 “돈t 띵k 삘”이 자동 재생처럼 들렸다. 아름다움과 강인함, 그리고 유함의 경계가 모호한 비주얼. 여기에 모델 출신이라 생각할 만큼 훤칠한 키와 옷 태까지 갖춘 그이기에 그가 선택할 배우로서의 지름길(또는 안정적인 선택)은 분명해 보였다. 때문에 안효섭이 ‘어비스’를 선택했을 때, 다시 ‘낭만닥터 김사부2’로 한석규 손을 잡고 돌아왔을 때 참 의외의 선택으로 느껴졌다.

이는 현재 방송 중인 SBS ‘홍천기’를 선택한 것마저 그랬다. 1인 3역과 사극과 판타지, 절대 쉽지 않을 단어들이 나열된 작품에 굳이 발을 들여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는 게 놀라웠다. 또한 출연 결정부터 첫 방송까지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꿋꿋이 기다린 것도 의외였다. 배우로서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타이밍에 긴 기다림을 선택했다는 건 어쩌면 무모하게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안효섭은 ‘홍천기’를 통해 자신의 도전과 선택이 옳았음을 연기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작품 활동 중 처음으로 ‘비현실적 비주얼’을 마음껏 누리는 시각적 재미마저 주고 있으니, 시청자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하는 것, 세상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무언가를 이어가는 것. 모든 건 안효섭 표 착실함(혹은 뚝심)에 기인한다.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온 그는(그렇다고 생각보다 많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 새 작품을 만나고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 등 대중들에 노출되지 않는 간극을 착실하게 메웠고, 이는 매 작품마다 ‘뚜렷한 성장’으로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조연부터 주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고, 길지 않은 시간 사이 ‘다음을 궁금케 하는 배우’로 자리했다.

선택받던 자리에서 이제는 선택할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이뤄낸 안효섭이 여전히 도전을 거듭하는 건, 대중에게 작품으로 밀당 할 수 있는 건 결국 착실함으로 이뤄낸 지금의 결과에 있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대중에 물음표를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이 물음표가 ‘긍정적 물음표’로 작용한다는 것 역시 ‘타고난 밀당’ 능력의 결과물이었다. 

 

저작권자 © 아이즈(iz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