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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호연이 런웨이를 벗어나자 벌어진 일

정호연, 사진제공=넷플릭스
정호연, 사진제공=넷플릭스

김고은, 김태리, 김다미, 전종서. 이 배우들의 공통점은 데뷔작으로 소위 '빵 떴다'는 점이다. 이들을 두고 '신데렐라'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개는 조ㆍ단연으로 시작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넓혀가지만, 네 사람처럼 첫 작품부터 주연을 꿰차 단숨에 주목받았다. 이 배우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첫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소유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정호연이다. 

정호연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배우로서 대중에게 첫 눈도장을 찍었다. 현재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를 기록할 만큼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품과 관련한 각종 패러디는 물론 드라마에서 등장한 게임들이 전 세계에서 유행이 된 상황. 작품에 대한 관심은 출연 배우들에게도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주연으로 활약한 정호연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도 뜨겁다. '오징어 게임' 공개 후 SNS 팔로우수가 40만 명에서 무려 1000만 명을 넘긴 상황. 정호연의 소속사에는 각종 섭외 전화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정호연은 새터민 출신으로 북한에 있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새벽을 연기했다. 어린나이에 부모없이 낯선 타지에서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을 돌보며 산전수전 다 겪은 새벽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며 매서운 눈빛을 보이지만, 말과는 달리 츤데레 면모로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그는 참가자의 죽음 앞에 애달픈 눈물을 흘리고,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까지 자신이 아닌 가족의 안위를 걱정한다.  유독 새벽의 최후에 눈물을 쏟았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다.

이러한 몰입은 그만큼 정호연이 새벽의 서사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잘 연기한 덕이다. 실제로 정호연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연기 호평이 쏟아지면서 그는 단숨에 신데렐라 '황금마차'에 올라탔다. 런웨이를 거닐던 톱모델의 화려한 과거를 뒤로한 채 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서 또 다른 출발점에 섰다.

정호연, 사진제공=넷플릭스
정호연,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인데 실감하시나요? 

"사실 감사해요. 실감은 사실 잘 안났어요. 인터넷 상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건 알았지만 흐름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체감이 안 됐는데 이제야 조금씩 '잘 되고 있구나'를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네요."

'오징어 게임'이 배우 데뷔작인데 출연 과정이 궁금해요.

"뉴욕에서 패션 위크를 하던 중에 연락이 왔어요. 당시 현 소속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당황했죠. 그때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새벽이를 들여다봐야겠다는 방법뿐이 없었어요.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캐릭터를 연구했어요. 사실 제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영상 오디션을 본 후 실물 오디션을 보자고 연락을 받았을 때 패션 위크 일정을 다 취소하고 바로 한국에 들어왔어요." 

새벽이 극중 주요 역할인 만큼 최종 합격 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부담감이 컸어요. 사실 이번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연기라는 것에 완벽하게 몰입을 했어요.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에 오디션이 끝나고도 캐스팅 여부를 떠나서 행복했어요. 그런데 제가 됐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공포감도 들었고 부담감이 들더라고요. 이후 사투리나 무술 연습을 하고, 감독님과 배우들 미팅 및 리딩을 하면서 날이 갈수록 부담감이 커졌죠.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고 선배님들과 감독님께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점차 부담감을 벗었어요."

새벽은 표정 변화가 별로 크지 않아서 디테일로 완성해야하는 인물이예요. 연기하기가 힘들진 않았나요?

"새벽은 리액션이 많이 없는 아이예요. 초반에 리액션은 없지만 존재감 있게 자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었죠.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까 새벽이가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계속 이해를 부연하고 몰입하기 위해 애썼는데 그 시간이 점점 짧아졌어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많은 배우들이 인터뷰를 할 때 '이 캐릭터로 살게 돼서 좋았다'고 하는 말을 이제 조금은 이해하게 됐어요."

눈빛이 좋았다는 평이 유독 많아요.

"눈빛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황동혁 감독님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에피소드에서 제가 천장을 쳐다보는 신에 대해 눈빛이 좋다고 칭찬해 주셨죠. 저만이 할 수 있는 감정과 눈빛이 있다고 말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1000만 명을 넘었어요. 그만큼 새벽이라는 캐릭터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유를 짚어본다면요?

"사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아무래도 남을 위한다는 게 새벽의 가장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그간 개인의 이익을 추구했던 사람이예요. 그런데 새벽이는 게임에 뛰어든 목적도 가족을 위해서였잖아요. 그래서 새벽이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변화했어요. 개인적 이익도 좋지만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도 좋지 않을까로 생각이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보며 자신이 저렇게 연기했었나 싶어 웃으면서 봤다고 했어요. 본인 연기를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조마조마하면서 봤어요. '아 제발 잘해내라' 이렇게 외치면서요. 사실 처음 '오징어 게임'을 봤을 때 부끄럽더라고요. 제 연기를 제가 본다는 게 굉장히 쑥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죠."

본인 연기 중 가장 만족한 장면이 있다면요?

"저는 부족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지영(이유미)과의 신이예요. 그 장면에서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유미하고의 호흡이 정말 좋았고, 또 그 호흡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개인적으로 만족이라는 말을 꺼내기에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처음이라 촬영 현장이 낯설고도 신기했을 것 같아요. 

"일단 신기했던 건 세트의 규모였어요. 화보 촬영을 할 때보다 크더라고요. 그리고 현장 스태프들이 제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또 놀랐죠. 작품 하나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애써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드라마나 영화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에너지로 완성된다는 걸 깨달았죠. 그렇기에 더 어렵기도 했고 값지다고도 느꼈어요."

모델로서는 톱의 위치였는데 연기에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모델 커리어적으로 좋은 날도 있었지만 안 좋은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그럼 나는 또 무엇을 해야하지?'라는 고민을 했죠. 이런 고민을 구체적으로 품게 된 건 해외에 나가게 됐을 때였죠. 루이비통 익스클루시브 모델(쇼에서 한 도시의 한 브랜드 쇼에만 독점으로 서는 모델)도 하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경험했다가 그것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경험을 했어요. 커리어가 떨어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보니 영화나 책을 많이 보게 됐고, 그 안의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때 한국에 와서 연기 연습을 받았어요. 이후 한국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이 끝나고 연기 전문 매니지먼트인 사람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게 됐죠."

끝으로 정호연에게 '오징어 게임'이란?

"뜨거웠던 여름 밤의 꿈. 주로 여름에 촬영을 많이 했거든요. 여름에 촬영을 시작해서 겨울 무렵에 끝났어요. 초반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에피소드를 촬영했는데 몸 쓰는 부분이 많아서 정말 뜨겁게 여름을 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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