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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1.09.30 09:26
  • 수정 2021.09.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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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10th l 랩스타 탄생의 산실이 된 미운오리①

사진제공=Mnet
사진제공=Mnet

힙합은 음원차트 순위 상위에 서고, 래퍼들은 인기 예능에 출연한다. 수많은 10대들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로 교실에서 랩을 쓰고, 이들 중 누군가는 사운드클라우드에 믹스테이프를 올리며 '쇼미더머니' 지원서를 쓴다. 내일의 랩스타를 꿈꾸며 말이다.

지난 10년의 한국 힙합을 결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Mnet '쇼미더머니'다. 2012년 태생한 '쇼미더머니'는 한국 힙합신을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이 쇼가 지닌 선정성을 차치하더라도 지금 힙합신이 누리고 있는 이 인기는 '쇼미더머니' 덕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심지어 '국내 최장수 오디션 프로그램' 타이틀까지 보유한 이 쇼는, 랩스타 탄생의 산실로서 수년째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힙합신과 '쇼미더머니'는 이제 하나의 카테고리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대다수의 래퍼들도 이에 대해 큰 이견이 없을 만큼 상생 중이다. 

태생 무렵엔 고초도 있었다. 마이너 장르이긴 했으나 당시 힙합 아티스트들은 아집이 강했다. 과거 힙합이 가난한 음악이라 불렸던 이유도, '영혼은 절대 싸구려로 팔지 않는다'는 래퍼 넉살의 랩 가사처럼 대중성을 거의 배제한 음악을 중시했던 분위기가 커서였다. 그래서 돈에 목적을 두는 노골적인 제목의 이 쇼를 두고 당시 다수의 래퍼들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시즌1의 지원자로 제안 받았던 모 래퍼도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일화를 들려주며, 당시 래퍼들 사이에 '쇼미더머니' 출연에 대해 "자존심을 파는 일"이라며 꺼려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시즌1 지원자는 거의 생짜들로 이뤄진 1,000여 명에 불과했고, 방송 이후에도 수많은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이러한 가시밭길를 뒤로 한 채 지금 대한민국에서 힙합은, 톱배우 전지현마저 "내 이름은 천송이 내 언니 만송이 내 동생 백송이"(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대사 中) 정도의 라임을 즐길 줄 아는 대중적인 것이 됐다. 시즌1 우승자 로꼬는 '음원깡패'가 됐고, 시즌9 화제의 참가자 원슈타인은 예능 유망주가 됐다. 비슷한 케이스의 창모나 사이먼 도미닉은 '쇼미더머니' 덕을 대놓고 본 건 아니지만,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이 쇼의 영향력에 어느 정도는 가세했다. 결국 신의 대다수가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동반자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사진제공=Mnet
사진제공=Mnet

흑인음악 플랫폼/미디어 '힙합엘이' 유지홍 에디터는 "'쇼미더머니3'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힙합 문화에 많은 사람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쇼미더머니'가 시사하는 바는 새로운 세대를 계속 유입하며 결과적으로 또 다른 발전의 가지를 이룩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사업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자립하면서 결론적으로 이 문화 안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시즌5 우승자 비와이가 데자부그룹을 설립해 쿤디판다 등 언더그라운드의 촉망받는 인재들을 육성했듯 말이다. 이러한 것들이 '쇼미더머니'가 한국 힙합신의 악이라고 비판하는 무리들에 대한 가장 큰 변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의 포맷이 자리잡기까지 초창기 '쇼미더머니'는 여러 시도를 거듭했다. 시즌1에선 기존 래퍼들과 그들이 뽑은 신예 래퍼들의 합동 무대로 쇼를 꾸몄고, 시즌2에선 가리온의 MC메타와 이현도로 나뉜 두 크루 간 대결을 선보였다. 이후 프로듀서를 첫 등장시킨 시즌3가 대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 포맷을 이어오고 있다. 기성 래퍼들의 활약이 컸던 초창기 두 시즌과 달리 시즌3부터 지원자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려간 것이 키포인트가 됐다. 허나 어디까지나 TV쇼인 이 프로그램은, 지원자 중심으로 방송을 풀어가면서 이 생소한 얼굴들에서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 일명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장치를 어김없이 꺼내놨다. 시즌4에서 블랙넛이 퍼포먼스 도중 돌연 바지를 벗어 모자이크 처리한 것을 화제 요인으로 삼고, 시즌3에서 고등학생이던 육지담의 실수를 "힙합 밀당녀"라는 놀림으로 박제해 웃음거리로 삼은 식이다. 이 외에도 욕설이나 비하, 혐오 등의 내용을 담은 참가자들의 가사로 '쇼미더머니'는 거의 매 시즌 논란을 거듭했다.

하지만 Mnet은 오히려 이 논란을 먹고 자랐다. 논란은 언제나 화제가 됐고, 이 화제는 프로그램 인기로 직결됐다. 결국 그 수많던 비판들을 무색한 것들로 만들어 버렸다. TV 쇼의 목적은 어쨌든 재미이고, 결여된 재미로 아무도 봐주지 않는 쇼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결국 한국 힙합신이 이만큼 대중화된 것도 엔터테이닝적인 친근함 접근 덕도 컸다. 혹 흥행의 수단이 꼭 이러한 자극과 논란이여야만 했냐고 반문한다면, 딱히 이를 대체할 방도가 없는 것도 마뜩잖은 현실이다. 더욱이 '쇼미더머니'는 이러한 논란을 잔가지로 삼아 이목을 집중시키곤, 결국 힙합신의 실력파 래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감탄스러운 무대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밝히곤 했다. 시즌5 우승자 비와이의 매혹적인 성공 서사와, 그를 보면서 꿈을 키운 Z세대 래퍼들을 보면 말이다.

사진출처=Mnet '쇼미더머니' 방송화면
사진출처=Mnet '쇼미더머니' 방송화면

시즌2 화제의 참가자에서 시즌5,8 프로듀서진으로 활약한 래퍼 매드클라운은 "'쇼미더머니'는 내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된 계기 중 하나"라며 "나 말고도 많은 래퍼들에게도 비슷한 의미일거라고 생각한다. 국내 힙합음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던 점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시즌9까지 이어져 오면서 꽤 잘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4,7,9의 프로듀서로 활약한 팔로알토도 "'쇼미더머니' 덕분에 래퍼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졌다. 래퍼들이 단기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창구"라고 했다. 

한국 힙합신 1세대의 상징이자 시즌10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도 "그동안 발견되지 못한 아티스트를 매 시즌 소개해주고 음악 활동의 기반을 마련해 준 부분에 있어서 매우 큰 역할을 해줬다. 전 세대 대중에게도 랩과 힙합이란 장르를 자연스럽게 알려준 게이트웨이였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쇼미더머니'는 래퍼들의 올림픽"이라며 짧고 굵게 평했다. 그의 말대로 '쇼미더머니'는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래퍼들에게 최대치의 재능을 이끌어 무대의 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과정에서 래퍼들은 성장하고, 탈락할지언정 이름을 남긴 채 또 다른 기회를 얻는다. '굿 라이프'로 음악방송 1위를 하고도 대기실이 없어 화장실 옆에 간이 대기실을 만들었던 타이거JK의 뼈아픈 과거와 달리, '쇼미더머니' 이후 래퍼들은 자리 넓은 대기실을 통째로 제공받는다.

그만큼 상징성 있고 영향력 있는 쇼가 된 이 프로그램은, 어느 덧 10년의 세월 간 보존됐다. 의도의 유무와 상관없이 '쇼미더머니'는 힙합을 메이저로 등판 시킨 주인공이고, 아직도 힘 꽤나 쓰는 주최자답게 보다 정돈된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도 있다. 죽부인을 들고 나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한 블랙넛의 행동을 이젠 재미로 웃어넘길 시청자는 없다. 힙합은 더이상 마이너의 영역에 속하지 않고,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 음악이 된 만큼 책임감도 주어졌다. 힙합과 상생 중인 '쇼미더머니' 역시 이 책임감을 함께 짊어져며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때다.

매드클라운은 "시청률을 떠나 포맷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한다.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이번 시즌10이 성공적으로 그 마무리를 멋지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그 마무리 뒤에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동시에 든다"고 말했다. 개코 역시 "매 시즌 논란도 많고 자극적인 편집의 방향성도 있지만 프로그램의 흥행과 재미를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힙합이란 장르가 치우쳐진 인상을 주지 않게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때이기도 하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무대와 음악이다. 아티스트들이 양질의 음악을 남길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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