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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쑥>, 부모성장만화


[소박스]<셋이서 쑥>│작가: 주호민│매주 월·목요일 올레마켓 웹툰 연재[/소박스]
‘결혼장려만화’라는 애칭으로 통칭되곤 하는, 젊은 부부의 생활을 소재로 하는 일련의 자전적 일상만화 연재물들이 히트를 치면서 수년이 흘렀다. 작가가 곧 캐릭터인 부류의 작품들이다 보니 어느덧 그중 일부는 자연스레 출산과 육아라는 소재로 확장되었고, 이러다가 ‘출산장려만화’의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닐까 나누던 농담이 이미 현실이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그런 내용의 작품에 관심이 솔깃한 이들은 <셋이서 쑥>을 하나의 모범으로 삼으면 괜찮겠다. 결혼장려만화가 기본적으로 연애담의 연장선에서 공감을 끌어내도 되는 것과 달리, 출산장려만화는 현실적 생활 난관 묘사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둘의 균형을 맞춰가며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훨씬 어렵다. 육아부담 학습만화가 되거나, 피상적인 자식 사랑 자랑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셋이서 쑥>이 그런 난관을 넘어서는 방법은 명쾌하다 못해 아예 제목에 들어 있다. 아이의 성장이라기보다, 어머니, 아버지, 자식 셋이 함께 커 가는 생활을 그려내는 것이다. 소재로서는 아이의 성장이지만, 더 큰 주제로서는 부모의 성장이다.

작가가 “모성애는 오랜 기간 고생하며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생기는데 그럼 부성애는 어디에서 오는가”라고 잠든 아기를 보면서 자문하는 대목이 있다. 그리고 “그… 그냥 생겨버렸!”이라고 자답한다. 자식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과시하는 얄팍한 달콤함과 다르면서, 그렇다고 키우면서 보니 자식이 예뻐 보인다는 현상 자체를 거스르지도 않는다. 그 두 가지의 틈새를 채워가는 것이 바로 배움과 성장이라는 과정이며, <셋이서 쑥>은 바로 그 부분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에 담긴 출산 준비와 과정, 탄생 후 겪는 일화들은 매우 세밀하다. 산후조리원 생활에는 모유를 나오게 하는 마사지 이야기까지 들어 있으며, 유모차를 사는 과정은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부터 결국 충분히 적합한 것을 사내지 못한 결과까지 세밀하게 묘사된다. 분유값이 비싸다는 흔하디흔한 푸념도, 여기서는 얼마나 많이 먹는 것인지 성인 체중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가격을 같은 양의 한우고기와 대비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아예 지식정보만화처럼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식의 설명 방식으로 다루는 것을 철저히 피하기 때문에, 모르던 지식과 요령들을 배워나가며 함께 성장하는 부모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무언가는 이렇다”가 아니라, “이런 일을 겪었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렇게 하라고 배우게 되어 해봤더니 이렇게 되더라. 그것참, 신기하다”라는 식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현실적 난관의 구체성을 뚜렷하게 챙기면서, 배워나가는 일화 속에서 유머 감각의 균형을 맞추어 맛깔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경험 자체를 주관적 감상으로 왜곡하지 않으며 최대한 덤덤하게 구체적으로 묘사해내는 솜씨는, 작가가 초기 히트작 <짬>에서 군대 사병 생활을 다루며 이미 선보였던 장점이다. 신생아가 움직이기 위해 붙여야 하는 수많은 각종 장비들에 대한 묘사는 그대로 현실적으로 들어가고, 생각해보니 마치 덴드로비움(<기동전사 건담 0083>에 등장하는, 인간형 로봇이 장착되는 우주전함형 거대병기) 같다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시각은 해설로 따로 이어질 따름이다. 덕분에 스토리텔링에서도, 그것을 돕는 특유의 긴장감 없는 그림체를 통해서도, 주인공인 작가도 독자도 출산과 육아라는 상황의 관찰자가 된다. 그 속에서 주인공인 작가는 관찰과 배움과 참여의 과정에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자식을 대하는 아버지로서, 부인의 육아동반자로서, 세상 수많은 부모들의 사정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사회인으로서 말이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마저도 다시금 관찰하는 독자 역시, 나름의 공감대와 만족감 속에서 조금은 생활을 바라보는 시각이 성장하지 않을까 한다. ‘쑥’은 아니라도, 조금씩은.

김낙호
만화를 계속 읽다가 어쩌다 보니, 제법 여러 가지를 진지하게 논했다.
별별 다양한 만화들이 지속되고, 다들 잘 골라 읽는 환경이 목표.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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