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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엔터테인먼트가 일하는 방식

지난 며칠 사이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13일, 소속 가수 현아와 이던의 ‘퇴출’을 발표한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몇 시간 만에 신대남 대표를 통해 “퇴출은 확정되지 않은 일”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반면 관계자의 입을 통해 “퇴출은 확정, 번복은 없다”는 기사도 나갔다. 회사가 갈팡질팡하는 동안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은 13일에 6.5%, 14일에는 4.5% 떨어졌다.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입장 변화가 주가 하락 때문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교제를 주가를 흔드는 이슈로 만든 것 자체가 지금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다.
현아와 이던의 교제 사실이 밝혀진 직후,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이 포함된 유닛 트리플H의 스케줄을 강행했다. 하지만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다시 곧바로 팬 사인회 등 트리플H의 준비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얼마 뒤에는 이던의 펜타곤 탈퇴를 결정했고, 결국 퇴출까지 결정했다. 그때마다 현아와 이던 두 사람의 교제, 더불어 펜타곤과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걸그룹 (여자)아이들이 관련된 교제설 등이 반복적으로 거론됐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거취를 확정하지 못했고, 이슈는 확대됐으며, (여자)아이들과 펜타곤은 이런 부담을 안은 채 컴백해야 했다. 그리고 주가는 폭락했다. 누군가 회사를 망치려고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결정은 점점 상황을 악화시켰다.
트리플H의 활동 중단과 현아와 이던의 퇴출까지, 이 회사는 두 사람의 활동을 막는 수위를 점점 높였다. 다분히 펜타곤의 팬덤을 의식한 조치다. 이던과 현아의 퇴출에 대해 펜타곤의 팬카페와 가입이 비교적 까다로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팬들의 우호적인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트리플H의 활동 중단 역시 KBS ‘뮤직뱅크’ 출연 뒤 펜타곤 팬덤의 여론이 악화된 직후에 결정됐다. 그러나 펜타곤은 아직 매출이 보장된 인기 그룹이 아니다. 이던을 비롯한 멤버들의 교제설 등으로 팬덤이 이탈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발표한 앨범 ‘Thumbs Up!’의 첫 주 앨범 판매량은 1만 장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음원 역시 지난 앨범을 통해 발표한 ‘빛나리’가 역주행으로 화제가 된 것을 제외하면 이번 곡 ‘청개구리’를 포함,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아는 걸그룹 포미닛으로 활동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스타다.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던 보이그룹 비스트도 한 명을 제외하고모두 함께 나갔다. 현아의 퇴출은 아직 빛나는 미래도 보장받지 못한 회사가 현재를 책임질 스타를 내보내는 것과 같다. 보이그룹의 팬덤이 극단적으로 방탄소년단처럼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펜타곤이 전 세계 투어를 돌 만큼 인기 있는 팀이 되리라는 신호는 아직 어디서도 잡히지 않았다. 주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결국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다시 퇴출을 번복했다. 한 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이리저리 간만 보다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펜타곤 팬덤은 ‘뮤직뱅크’에서 이던이 보여준 행동에 분노했다. 현아가 무대를 마친 직후 웃는 것에 이던이 어깨를 감싼 것 등이 이유였다. 정황상 무대에서 넘어진 현아가 실수 때문에 민망해서 웃었고, 이를 이던이 위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팬덤은 무대 위에서 사귀는 티를 낸다며 비난했다. 당연히 옳은 일이 아니다. 다만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 멤버의 연애, 특히 공개 연애에 민감해하는 것을 회사가 무시할 수도 없다. 큐브 엔터테인먼트가 처음부터 트리플H의 활동 중단을 선택했다면,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다. 활동 중단이나 퇴출 역시 처음부터 입장을 명확히 했다면 이슈가 재생산되는 일은 없었다.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대중, 팬덤, 주주 등 다양한 갈래의 여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팬덤이 중요해하는 것과 현아가 지난 시간 동안 대중에게 쌓아온 것 모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사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당사자들과의 조율은 오히려 놓쳤다. 애초에 현아와 이던의 교제는 두 사람이 직접 인정하며 공개됐다. 가수가 단독으로 이런 사실을 밝히는 것은 회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큐브 엔터테인먼트가 두 사람의 퇴출에 대해 “신뢰”를 언급한 까닭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그 전에 소속 가수를 관리하며 미디어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든 두 사람과 앞으로의 일에 협력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과 대화가 가능했다면, 현아와 이던에 대한 입장은 펜타곤과 (여자)아이들이 이번 활동으로 본 궤도에 오른 뒤 발표될 수도 있었다.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쓰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욱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일을 해내는 것을 다른 말로 회사의 능력이라고 한다.

리스크 대응을 잘 못 해서 회사에 큰 피해를 초래하고, 회사 경영진의 인성마저 의심케 하는 일들도 종종 일어난다. SNS상에서 연예인에 대한 칭찬과 비난, 화제와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즘,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더 이상 콘텐츠만을 생산하는 분야가 아니다. 정확히는 옛날에도 그랬다. 스캔들에 따라 슈퍼스타가 한순간에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다만 요즘은 그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식을 사고 판다. 그만큼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경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보다 극단적으로는, 그 대응 능력이 그 회사의 모든 수준을 알 수 있는 단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버텨야 하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회사의 창립과 함께한 스타를 잘 대하고, 최소한 아름다운 이별로 포장할 능력이라도 가져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그것은 경영자의 품성뿐만 아니라, 그 회사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전하는 신호다. 안타깝게도,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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