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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떡밥’들로 만든 세계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붙인 별명 중 하나는 ‘혜자소년단’이다.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하지 않는 기간에도 다양한 자체제작 콘텐츠로 ‘혜자스러운’(인심이 좋다, 또는 가성비가 좋다를 의미하는 유행어)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유튜브 채널 ‘방탄TV’에는 그들의 활동 비하인드 영상 '방탄 밤’과 각종 활동 영상들이, 블로그에는 멤버 개개인의 일상에 대해 말하는 ‘로그’가 비정기적으로 올라온다. 네이버의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V앱에서는 방탄 소년단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방탄 가요]와 [달려라 방탄]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해외 공연도 볼 수 있다. 또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멤버들의 근황이 계속 올라온다. 원한다면,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그들의 공식적인 모든 활동과 비하인드 영상을 스마트폰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방탄 소년단이 MBC [가요대제전]에서 신화의 ‘퍼펙트 맨’을 선보인 뒤, ‘방탄 밤’에는 그들이 방송사 복도에서 ‘퍼펙트 맨’ 안무를 연습하는 모습이 담겼다. 기존 팬은 물론 [가요대제전]을 통해 방탄소년단을 알게 된 사람은 ‘방탄 밤’으로 그 관심을 이어갈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2013년 6월 데뷔한 이래, ‘방탄밤’은 현재 273개 제작됐다. 지금 팬이 됐다 하더라도 ‘방탄 밤’으로 그들의 모든 공식 활동에 대한 맥락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가볍게 웃고 볼 수 있는[방탄가요]와 [달려라방탄], 멤버들이 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로그’를 더하면 방탄 소년단의 팬들은 TV 리모컨을 한 번도 누르지 않아도 방탄 소년단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기존 TV 대신 유튜브, V앱, SNS 등을 통해 일반 대중부터 코어 팬층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앨범 [2 Cool 4 Skool]의 판매량은 현재까지 4만 8천장대(가온차트 기준)다. 10만장을 넘긴 것은 세번째 앨범 [Skool Luv Affair]에서였고, 그 다음 앨범 [Dark & WILD]의 판매량은 12만장대다.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둔 것도, 계속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다. 그런데 음반판매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만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낸 [화양연화 pt.1]에서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화양연화 pt.2]는 30만장을 넘겼다. 방탄소년단의 자체제작 콘텐츠가 중요한 것은 이 지점이다. 양적으로 풍부한 것은 물론, 팬의 요구에 맞춰 다층적으로 제작된 이 콘텐츠들은 한 번 들어온 팬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든다. 새로 팬이 되면 과거의 영상들을 통해 그들의 매력을 쉽게 알아갈 수 있고, V앱,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는 쉴 새 없이 새 콘텐츠가 떴다고 알려준다. 인터넷에는 그들의 자체 제작 영상들을 통해 점점 더 코어 팬이 됐다는 팬들의 증언이 종종 올라온다. 유튜브 영상 하나가 아이돌의 운명을 바꾸기란 어렵다. 하지만 3년동안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이, 동시에 정확하게 올라오면, 때로는 바뀔 수도 있다.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또는 버라이어티 쇼 출연만으로 단번에 인기를 얻기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에, 아이돌의 활동 플랫폼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활동기와 휴식기의 구분은 사실상 사라진다. 앨범 활동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내서 팬들을 붙잡아두고, 새로 유입된 팬들은 그동안 쌓인 콘텐츠를 통해 팀의 역사와 캐릭터, 매력을 학습하게 된다. 그렇게 쌓인 팀에 대한 지지는 다음 앨범의 초반 반응으로 나타나고, 아이돌은 이미 모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면서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기 위해 음원과 무대 발표 전까지 다양한 티저들을 뿌린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티저가 최소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스페셜 앨범 [Young Forever]를 발표하며 뮤직비디오 세 개를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티저 사진과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화양연화] 시리즈의 스토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팬들이 언제든지 다른 콘텐츠로 갈아탈 수 있는 시대에 아이돌은 끊임없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앨범과 앨범 사이, 또는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사이를 연결하는 맥락을 만들어 그들만의 방송사를 세워야 한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았던 시절보다 좀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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