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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성시경의 까칠함


성시경은 부드럽지 않은 남자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성시경의 파트너가 된 정형돈은 그를 만나기도 전부터 “혼낼 것 같다”며 부담감을 토로했고,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그와 짝을 이루었던 김성령은 영어 선생님을 맡은 성시경의 교수법에 대해 “까칠하다”고 단숨에 요약했다. 그러나 최근의 성시경은 엄격하다거나 까칠하다는 표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태도를 보여준다. 올리브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이하 [오늘 뭐 먹지?])에서 그는 카메라 바깥에 있던 여성 스태프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체격을 기준으로 여성들의 대립 구도를 만들었고, JTBC [마녀사냥]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서인영을 “된장녀”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그의 지지 세력을 자처하던 젊은 여성들이 그의 발언에 불편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어서 성차별을 조장하고 여성을 향한 혐오를 표출하는 것이냐는 의문에 대해 예민한 반응이라는 비판 역시 등장한 상황이다.

두 개의 장면을 놓고 개인의 진심을 판단하는 것은 물론,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방송 전체를 살펴본다면 지금의 성시경을 옹호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오늘 뭐 먹지?]에서 성시경은 게스트인 소녀시대 수영에게 맥락 없이 마른 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그녀의 반응에 대해 다른 체형을 가진 여성 스태프를 지적하며 “여자분 나오면 되게 싫어하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두 사람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성시경이지만 방송은 자연스럽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전형적인 구도를 취하며 당황하는 스태프의 머리 위로 연기를 뿜는 CG를 삽입하기도 했다. 결국 해프닝은 아무 잘못 없는 수영이 사과를 하고, 역시 가만히 있던 스태프가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마무리됐다. 존재하지 않던 갈등이 발생하고 두 여성이 감정을 양보하는 동안 상황의 시발점인 성시경이 한 일은 재미없는 농담을 시도한 것이 전부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에서 성시경은 자신의 농담에 수영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애들이 머리가 너무 컸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요리 순서를 컨트롤하려는 수영에게 “짜식이 너무 하는데”, “이쪽은 성공한 사람이 선배니까”라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방송 초반, 성시경은 수영에게 재료 손질법을 알려주는 신동엽에 대해 “내가 더 위라는” 위치를 “암묵적으로” 드러낸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관계의 위치에 집착하는 것은 본인이었다. 자막이 ‘티격태격’으로 포장한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성시경이 능숙하게 요리를 하는 수영을 “시집가도 되겠다”는 말로 칭찬하며 화해의 무드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1년 가까이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인물의 발언으로는 아무래도 의아한 결론이다.


더 어린 여성, 그래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처한 인물을 손쉽게 놀림과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성시경의 화법은 [마녀사냥]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났다. 얼굴을 반쯤 가린 사진을 공개한 일반인 여성 게스트를 향해 그는 “못생겼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변 패널들이 듣고 있을 것이라고 제지하자 오히려 “들으라고 한 얘기”라고 답했다. 이어 해당 게스트와 서인영의 대화를 중단시키면서까지 서인영을 “된장녀”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남성으로부터 ‘된장녀일 것 같다. 된장녀 중에 예쁜 애들 많더라’는 메시지를 받은 출연자가 패널들이 ‘예쁘다’는 표현에만 집중하는 것에 답답해하며 화두를 꺼낸 상황임을 생각하면 성시경의 발언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인영은 분명히 반발하며 자신을 ‘신상녀’라 정정했지만, 이후에도 성시경은 서인영을 자극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된장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방송을 통해 성시경은 여러 차례에 걸쳐 매너 없는 사람들을 비난해왔다. 의도가 악의적인 사람을 무시하거나 불쾌감을 억누르지 말라는 의미에서 ‘쿨 몽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은 상대방에게 무례한 이야기를 하고, 말실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어긋난 태도를 고집스럽게 고수하려 한다. 

[오늘 뭐 먹지?]의 제작진은 성시경이 여성 스태프와 친한 사이이며, 현장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 비하의 의도가 없었음을 해명했다. 서인영은 바로 다음 주에 [마녀사냥]에 다시 출연하며 성시경과의 사이가 여전히 돈독함을 증명했다. 친한 사이라는 전제가 일방의 무례함을 무마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이 허술한 변명 안에서 성시경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방송 안에서 성시경이 ‘까칠하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의 대부분은 그가 자신을 향한 공격이나 반박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진실 여부와 별개로, 성시경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끝까지 관철시키는 인물이었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보와 논리는 그를 지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이미 오래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겸손 안 하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질 때부터 성시경은 분위기와 체면을 위해 침묵하는 인물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캐릭터였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들이 비판을 제기하자 그는 입을 닫고 뒤로 숨었다. 토론과 토크에 주력하는 방송인으로서 성시경의 입지에 대해 의문이 발생하는 건 바로 이 지점부터다.

그저 가수일 때, 성시경이 어떤 사람인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훌륭한 목소리와 좋은 노래를 고르는 감식안이 있었고 그에 대한 최종 평가는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반기에 이미 Mnet [슈퍼스타 K 7]과 올리브 [올리브쇼]의 고정 출연이 예정되어 있는 그를 더 이상 가수라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예능인이라면 공격을 한 만큼 당하기도 해야 한다는 예능의 문법을 익혀야 할 것이고, 그와 다른 노선의 방송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성시경은 거칠고, 위험하며, 비겁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미 지난 몇 달간 그런 사람이 방송에 차고 넘친다는 것을 세상은 지겹게 경험해왔다. 게다가 지겹도록 불편한 것을 쿨하게 그저 참아 넘기면 안 된다고 배우기까지 했다. 그 누구도 아닌 성시경으로부터 말이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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