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의 비명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들입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예민녀’가 되었지만 이제 그것조차 소용없음을 느낀다”, “제발 죽이지 마세요. 여자 때리지 마세요. 제발 하지 마 제발.” 일일유동인구가 20만 명에 달하는 강남역 10번 출구, 포스트잇 한 장에 다 담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빼곡히 적혔다. “내가 살해당했다면 네가 이 자리, 이곳에 와 주었겠지”, “다음에는 여자로 태어나지 말아요. 태어나도 대한민국의 여자로는 태어나지 말아요.” 이름 모를 이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 더미 앞에 누군가는 이렇게 썼다. “수천 송이 꽃을 놓는다 해도 네가 걸었을 앞날보다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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