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상을 타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이는 없겠지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의 수상자가 되는 것은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값진 인정이다. 날 선 배우 숀 펜마저 방방 뜨게 하고, 19번이나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을 매번 긴장시킬 만큼. 남성 중심적이며, 인종차별적이라 비판받는 오스카를 빛나게 하는 것 역시 트로피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다.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의 벅찬 수상의 감동은 개인적인 기쁨으로 그치지 않았다. 여배우들은 여성 노동자의 임금 문제를 환기시켰고, 멕시코 출신 감독은 이민 정책

드디어 설날이다.5일간의 긴 연휴, 휴가를 더 낸다면 일주일을 통째로 쉴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오랜만에 집에서 뒹굴 거리는 것도 달콤할 터, 설 특집 영화들을 올해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가족과 함께[리얼 스틸] 2/8(월) PM 10:00 채널CGV [드래곤 길들이기 2] 2/9(화) PM 12:30 채널CGV 가족끼리 둘러앉아 떡국에 갖가지 명절 음식을 든든히 먹고 나면 자연스레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각종 설날 특집 프로그램들이 우리를 유혹하지만 구성원 모두의 취향을 만족

DVD와 블루레이, IPTV와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원하기만 한다면 영화를 찾아보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의 영화 채널이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면, 그건 아마도 좋아했던 영화를 새삼 발견하거나 미처 몰랐던 좋은 영화를 발굴할 기회의 창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월요일 밤마다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채널 CGV의 [더 굿 무비]가 200회를 맞이했다. 영화 채널의 임무에 가장 충실했던 지난 200번의 선택 중에서 엄선한 6개의 작품을 다시 편성했으니 영화 애호가라면 온종일 명작을 연이어 만나는 하루

여기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남자가 있다. 헐벗지 않아도, 달콤한 말을 속삭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그의 이름은 잭 블랙. 어마어마하게 수다스럽고, 엄청나게 ‘덕후’스럽지만 무엇을 하든 진심이 느껴지는 그는 언제나 넘치는 흥으로 보는 이를 부추긴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 하지 말라고, 인상 써봐야 되는 일 없다고. 잠시만 다 잊고 나와 함께 흥겹게 웃어보자고. 오늘은 매번 성공했던 그의 유혹을 따라가 본다.그러고 보니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는데 잭 블랙의 영화만 한 것도 없다. 여러분, 새해 흥 많이 받으세요!록

드디어 마지막 장에 도달한 달력 속에서 빨갛게 빛나는 25일을 바라보며 외롭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언제부터 크리스마스가 연인들의 날, 약속과 만남의 날이었던가. 비록 머리맡에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클로스를 더 이상 기대할 수는 없지만, 추억 속의 영화들을 연이어 방송해주는 TV와 함께라면 금요일부터 이어지는 황금 같은 연휴는 일 년 내내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물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기간이다. 이불 바깥은 춥고 위험하다는 겨울의 진리를 되새기며 귤과 핫초코를 충분히 준비하자. 크리스마스트리 위의 별만

꽃보다 ‘황시’(얼굴이 빨간 것을 홍시에 빗댄 황정민의 별명). 이 빨간 얼굴의 남자가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있던가. 팬티 바람으로 무릎 꿇을 때도([부당거래]), 칼을 맞고 피범벅이 됐을 때도([신세계]), 서울시장 후보가 되어 달걀을 맞을 때도([댄싱퀸]) 황정민에 대한 믿음은 언제나 보상을 받았다. 지금은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거머쥐며 도무지 질릴 틈을 주지 않는 황정민의 빛나는 순간들을 챙겨볼 때다. 의리 있는 조폭부터 비열한 형사, 소신 있는 정치인까지 보는 맛이 있는 황정민 종합

보이지 않는 뒤편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작가가 주인공인 소설, 화가를 그린 그림이 넘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세상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 시나리오를 다듬어 배우를 고르고, 현장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나도 영화감독이다 2]는 완성된 스크린 속에서나 만나던 배우들에게 그 뒷이야기를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페루를 배경으로 새롭게 영화와 마주하게 된 4명의 배우들을 소개한다.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얼굴을 되짚어보며 감독과 연출부로 변

‘찬 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호빵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지만 타인의 온기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럴 때 뜨거운 손바닥을 빌려줄 이가 없다면 손난로를 하나 주문하거나 집에서 영화나 보자. 추운 데 나가서 떨 필요 없이 나와 포근한 이불만 있다면 달콤한 멜로 영화로 다가오는 겨울도 녹일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눈물 닦고 리모컨을 들자. 그리고 나 대신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여덟 남녀들에게서 온기를 얻어보자.귀여워 귀여워 저스틴 롱 귀여워 [온리 포 유] 11/10(화) PM 10:00 채널CGV 연애할 때 종종 빠

의문의 사고로 고통 받는 소녀. 그녀를 구하기 위해 교단의 반대를 무릅쓴 신부와 그를 감시하면서도 도와야 하는 신학도. 충무로에서는 비교적 낯선 소재와 캐릭터만으로도 [검은 사제들]은 올가을 많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영화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을 기다려 온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사제복을 입고 라틴어 대사를 소화하는 강동원의 색다른 모습과 전매특허와 같은 거칠고 위협적인 태도를 단정한 수단 안에 가둔 김윤석의 새로운 태도,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만들어낼 야릇한 긴장감이다. 가장 고운 선으로 그려진 배

세치 혀를 잘못 놀리면 이렇게 된다. 그간 뛰어난 작가이자 성공적인 제작자, 매력 넘치는 스타로서 꽃길을 걸어온 맷 데이먼이 한순간에 ‘맷스플레인’(Mattsplain, 맨스플레인에 남자를 뜻하는 맨 대신 맷 데이먼의 맷을 넣어 비꼰 신조어)으로 전락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섞인 발언으로 비판 받은 그는 일찍이 커밍아웃한 인기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의 지원 사격에도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맷 데이먼의 출연작들은 이렇게 떠나보내기만은 아쉬운 경우가 많다. 액션 영화의 명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