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권유리 케미에 시청자 마음 ‘보쌈’ 당하다

재미있으면 시청자는 알아본다는 진리 재증명

2021.06.25
사진제공=MBN

합편성채널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연출 권석장)이 시청자의 마음까지 보쌈하는 데 성공했다. 이 드라마의 전국 시청률은 8.8%(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으며 해당 채널 역대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보쌈’의 성공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그동안 MBN이 드라마 분야에서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것과 달리 "재미있으면 본다"는 것을 입증했다. 아울러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극 장르의 부활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일우 밀고, 권유리 끌다

‘보쌈’의 일등공신은 단연 주연을 맡고 있는 배우 정일우와 권유리다. ‘로맨스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두 사람의 안정적 사극 연기와 더불어 시의적절하게 로맨스가 붙어줘야 성공 수순을 밟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 두 가지 미션을 모두 효과적으로 수행해냈다.

정일우는 ‘사극 불패 신화’를 이었다. 그는 또래 배우 중 유독 사극 출연 경험이 많다. 40%가 넘는 시청률을 거뒀던 ‘해를 품은 달’을 비롯해 ‘돌아온 일지매’, ‘야경꾼일지’를 거쳤다. 두 작품 모두 두자릿수 시청률을 거뒀다. 또한 군복무를 마친 그의 복귀작 역시 사극이었다. ‘해치’에서는 그동안 사극으로 자주 다루지 않았던 영조의 젊은 시절을 안정적으로 연기해 호평받았다.

‘보쌈’ 속 정일우의 사극 연기는 기존 캐릭터와는 또 결이 달랐다. 일단 신분이 가장 낮다. ‘보쌈’의 바우는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한 채 보쌈으로 삶을 연명하는 하층민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정일우는 2시간이 넘는 분장을 마다하지 않았고, 세상을 달관한 듯 거친 바우의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냈다.

사진제공=MBN

그의 상대역인 권유리의 존재감은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미 다른 작품에서 연기에 도전한 적은 있지만 사극 연기는 생소하다. ‘소녀시대 출신’이라는 묵직한 수식어는 ‘배우 권유리’를 알리는 데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보쌈’은 그에게 버거운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였다. 권유리는 ‘보쌈’에서 화인옹주 수경 역을 맡아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옹주다운 기품 있는 기운을 뽐내다가 바우에게 보쌈 당한 후에는 ‘밥값’을 하기 위해 주막에서 일하는 억척스러운 모습도 무리없이 소화했다. 옹주답게 올곧은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낮은 자세로 백성을 아끼고, 훌쩍 담을 뛰어넘는 액션 연기도 막힘이 없었다. 

무엇보다 정일우와 권유리의 화학 작용이 ‘보쌈’의 시청률 폭발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신분의 차이와 숨겨진 사연 등 두 사람 사이에는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이 있기에 더욱 절절하다. 여기에 권유리는 대엽(신현수)과의 인연까지 겹쳤다. 

한 방송 관계자는 "모든 장르를 막론하고, 남녀 주인공 간의 애틋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주요 관전포인트가 된다. ‘두 사람이 얼마나 어울리냐’가 관건"이라며 "‘보쌈’의 정일우와 권유리는 애틋한 감정을 자유롭게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집나간 사극, 돌아올까?

‘보쌈’의 호평은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이 드라마는 최근 미주,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에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 플랫폼 ‘비키(viki)’ 미국 시장 콘텐츠 랭킹 톱10에 포함됐다. 또한 서비스 이용자 평가에서도 10점 만점에 9.4점을 기록했다. 이처럼 해외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지난 1회 방송 기준으로 폴란드어, 그리스어, 아랍어 등 11개 언어로 자체 자막이 생성돼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대만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위엔촨(원전전신) FET’가 운영하는 OTT 플랫폼 ‘프라이데이(friDay)’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여기서도 시청자 평점 4.8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대만을 비롯해 중국어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스타인 정일우와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을 가진 권유리의 지명도도 글로벌 팬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됐다.

사진제공=MBN

‘보쌈’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과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사극 제작이 뜸했는데 ‘보쌈’을 통해 사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KBS는 최근 하반기에 대하사극‘태종 이방원’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방송된 ‘장영실’ 이후 5년 만이다. 

사극 제작은 왜 줄어들었을까? 일단 제작비가 높다. 고증을 위해 대규모 세트를 지어야 하고 출연진의 의상 준비 등에도 현대극보다 월등히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촬영 기간도 길다. 게다가 주52시간 시행 이후 제작진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가용한 촬영 시간은 줄어들면서 방송사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사극 제작을 꺼리게 됐다.

여기에 PPL(간접광고) 유치가 어렵다. 통상적인 현대극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포함되는 PPL은 휴대폰, 자동차, 커피, 화장품 등이다. 하지만 사극에는 무엇 하나 넣기 어렵다. 과거 한 사극에서는 가공육 브랜드 ‘O우촌’이 저잣거리에 PPL로 등장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선 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사극 제작 의지를 더욱 위축시켰다. 역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자칫 논란이 불거지면 상상도 못할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하지만 ‘보쌈’의 성공은 이런 우려들을 적잖이 불식시키는 기회가 됐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대표는 "작품 다양성 측면에서도 사극은 꼭 필요한 장르인데 최근 지나칠 정도로 사극 제작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했다"며 "‘보쌈’의 성공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사극 제작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기업들의 제작 협찬 및 투자에도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록

SPECIAL

image 슬기로운 의사생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