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데이트

'미드나이트', 무릎의 안녕이 걱정되는 도주 스릴러

2021.06.23
사진제공=티빙

청각 장애를 가진 경미(진기주)는 귀가하던 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소정(김혜윤)을 목격하고, 그를 도와주다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새로운 타깃이 된다. 살고 싶다는 의지로 미친 듯이 도망치지만, 마찬가지로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길해연)까지 사건에 끌어들이게 된다. 살인을 향한 도식의 광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살인마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소정은 그저 멀리 도망치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쓰다듬게 된다. 30일 극장과 OTT 서비스 티빙을 통해 동시 개봉하는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 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는 배우 역시 “연골을 갈아 넣어 만들었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전할 정도. 범죄 스릴러를 내세운 이 영화는 그만큼 러닝타임 내내 절박하게 달린다. 마치 나홍진 감독의 출세작 ’추격자‘에서 느꼈던 날 것의 뜀박질을 연상케 한다. 다만 조금 다른 건 살인마를 잡기 위해 피치를 올리는 짜릿함이 아니다. 살기 위해 도망치는 피해자의 몸부림이다. 허나 비명조차 지를 수 없기에 너무나 조용하다. 그저 내달리는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낡은 도시의 하룻밤을 가득 채운다. 

영화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쉬게 된다. 영화의 재미를 논할 때 ‘몰입’이라는 요소를 따진다면 ‘미드나이트’는 분명 좋은 영화다. 하지만 몰입이 상당한 만큼 답답한 심정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고구마를 연달아 수십 개를 먹은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극장 곳곳에서 푹푹거리는 한숨 소리가 들리는 건 경미의 절박한 상황에 공감하는 진짜 신체 반응이다. 체증을 해갈해 줄 사이다는 없다. 그만큼 영화는 관객들이 숨 쉴 구멍 하나 만들어 놓지 않고, 주인공과 관객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사진제공=티빙

‘미드나이트’는 서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청각 장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범인과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경미와 엄마는 수어를 통해 자신들만의 의사를 표현한다. 또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설정 아래 도식의 범죄는 더욱 활개를 친다. 나아가 손쉽게 목숨을 구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장애에 대한 편견이 발목을 붙잡는다. 

분명 장애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여러모로 위험하다. 하지만 ‘미드나이트’는 장애라는 요소를 기능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출적으로 더 효과적인 긴장을 부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제한 흔적이 여럿 보인다. 더불어 경미는 그저 살기 위해 달릴 따름이다. 살고자 하는 행위는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평등한 본능. 도식의 차디찬 칼날 앞에 더 안타깝고, 더 불쌍한 이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의 무능력이 서사의 키포인트가 되는 것이 아쉽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 ‘발신제한’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경찰을 만나 진즉 종결됐어야 하는 사건들이 미흡한 대처로 말미암아 갈등이 심화되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경찰의 헛발질이란 범죄 스릴러에서 자주 사용됐던 클리셰이지만, 서사를 구성하는 입장에서 편한 선택을 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다만 이야기란 무릇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경찰에 대한 인식 변화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부패 경찰보다는 무능력한 경찰이 등장하는 게 더 와닿는 나라가 됐다. 

영화는 분명 극적 긴장감을 위해 배우들의 연골과 함께 연기를 갈아 넣었다. 이름값이 엄청난  톱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은 아니지만 기대주라 불리며 그간 여러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좋은 인상과 연기로 이름을 새겨 넣었던 배우들을 배치했다. 

사진제공=티빙

진기주는 ‘미드나이트’를 통해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끌어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걸 입증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대사를 수어(수화)로 표현해야 했으니, 그걸 다 외우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터. 육성 연기를 펼칠 수 없는 제한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연기로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또한 진기주가 영화에서 보여준 육체적 고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인상적인 건 창문을 통한 탈출신이다. 공중에서 매달린 모습은 보는 이의 모공과 모발에 소름을 선사한다.  

위하준은 ‘미드나이트’의 속도를 조절하는 액셀레이터다. 광기의 추격으로 긴장의 끈을 조이고, 위기의 상황에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순간을 모면하며 구타를 유발한다. 이에 한방을 날려주는 것이 박훈이 연기한 소정의 오빠 종탁이다. 도식의 광기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그가 등장할 때마다 마냥 반갑다. 드라마에서 ‘알함브라의 궁전’에서 말 한마디를 못한 채 칼만 휘둘렀던 그이기에 종식의 호쾌한 욕지거리와 알찬 주먹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미드나이트’는 작품 외에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영화다. 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OTT 시장에 국내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는 티빙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서복’에 이은 두 번째 오리지널 영화. 이미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OTT 시장에 자신들의 경쟁력을 어필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드나이트’는 분명 자신만의 장점을 갖춘 작품이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도 관객의 입장에서 호불호가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 특히 ‘미드나이트’ 같은 범죄 스릴러는 장르를 타는 경우가 더욱 많다. 하여 극장과 OTT 서비스 동시 개봉으로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스릴과 극한의 긴장을 함께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극장을,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OTT 채널을 이용하면 된다. 영화 배급과 극장, 그리고 OTT까지 모두 가능한 CJ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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