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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가장한 잔혹 시리즈 '스위트 투스'

2021.06.17

사진제공=넷플릭스

지극히 개인적 취향으로 일종의 로드무비(또는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로드무비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여정’ 속에서 역경, 만남, 성장이라는 테마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에는 각종 장르가 시즈닝처럼 더 뿌려질 있는 여백이 있기에 더 그렇다. 재난, 액션, 로맨스 등 모든 장르의 덧붙임이 가능하다. 


조금 더 미시적으로 접근하면 ‘소년, 소녀 로드무비’ 장르를 더 좋아한다. 그 대표적 예가 로브 라이너 감독의 1986년작 '스탠 바이 미'다. 특별히 리버 피닉스나 제리 오코넬 등 청춘스타들의 리즈 시절이 담겨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이런 취향에 꼭 맞아 떨어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한 편이 등장했다.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이하 ‘스위트 투스'’)이 바로 그것. 그래픽 노블을 죄다 찾아보는 마니아는 아니기에 사실 이게 DC 버티고 코믹스 출간의 제프 러미어 원작이라는 사전 정보는 없었다. 단지 이야기 시놉시스 자체가 끌렸기 때문에 단박에 시즌 1을 섭렵했다.


이야기인 즉 이렇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한 지구 대붕괴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 와중 인간의 아이지만 반인반수의 형태인 하이브리드들이 태어난다. 주인공 소년 거스는 사슴 뿔을 가진 하이브리드다. 이들에 의한 마지막 인류라 불리는 군대의 학살과 포획이 지속되지만, 거스는 아버지의 보호 하에 10살이 될 때까지 안전한 숲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들의 거주지에 침입이 발생하고 아버지는 감염되어 사망한다. 이 때부터 거스의 바깥 세상으로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 얼마나 단순 명료한가. 그럼에도 뭔가 확 끌리는 묘함이 있지 않은가? 시리즈의 포스터만 봐도 딱 그렇다. 귀엽고 앳된 외모이지만 숫사슴의 뿔이 있는 소년과 마치 그의 보호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덩치 큰 한 남자가 길 위에 서 있는 이미지 말이다. 그래서 '스위트 투스'는 거스와 한 동행자의 장대한 로드무비 장르가 되고, 재난과 공포로 가득한 거친 세상은 그들이 헤쳐나가야 할 장벽이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스위트 투스'가 이 상황에서 더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설정이 꼭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 속에서는 질병 바이러스에 의한 ‘거리두기’ ‘항원 검사’ ‘마스크 착용’ 등과 같은 동시대적 설정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 그런 문구 또는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그래픽 노블이 엄청난 판타지에 기반한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현재의 팬데믹에 맞선 인류는 백신 개발에 힘을 뭉치고, 거리두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며, 개인의 피해가 심각함에도 팬데믹 종식을 위한 노력을 한 데 기울이고 있다. 시리즈 속 상황과는 정반대의 그림이다. '스위트 투스'는 새롭게 태어난, 어쩌면 더 진화된 인류로써의 아이들을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위한 수단으로 살육하고, 자신만을 위해 굉장히 이기적인 이미지로 인류를 그려낸다. 어떤 다름의 차이를 긍정적이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파괴하려는 적으로 간주하기에 그렇다.


각설하고 '스위트 투스'는 세계 각국에서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되고 선보이는 시리즈의 최근작들 중 오랜 만에 만나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팬데믹 상황 하의 많은 규제를 뚫고 제작되었다는 이 시리즈의 로케이션 대부분은 뉴질랜드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거스와 그의 동행자 제퍼드가 함께 하는 여정 속 풍광은 아름다워 매혹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가 그랬듯 아역 배우의 놀라운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슴뿔을 가진 소년 거스 역의 크리스찬 컨버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2009년 생으로 현재 11세의 소년인 그가 이 시리즈의 거듭되는 시즌 속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마치 '스탠 바이 미'의 리버 피닉스가 시대를 주름잡는 청춘 스타가 되었듯, 이 소년 역시 사슴 뿔을 떼내고 다른 작품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할 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로드무비 장르의 매력을 논할 때 사운드트랙의 중요성도 빠트릴 수 없다. 특히 삽입곡의 중요도 말이다. '스위트 투스'는 시리즈 에피소드 한 편 마다 꽤나 흥미로운 곡들이 삽입된다.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시즌 1 에피소드 1의 엔딩송은 아이슬란드 혼성 그룹 오브 몬스터즈 앤 멘의 ‘Dirty Paws’이 선택됐다. 필자의 경우는 이 노래 한 곡에 어울리는 장면으로 시리즈 전체를 다 보기로 결심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8개의 에피소드에 사용된 모든 곡들이 흥미롭다. 이번 시즌의 이야기는 지구 대붕괴가 오기 직전, 그러니까 거스의 나이로 봤을 때 10년 전과 현재 정도의 시공간을 함께 다룬다. 거스의 부모라 칭할 수 있는 세대의 이야기와 현재 거스의 시점이 공존하는 셈이다. 그런 탓에 현재의 곡과 과거의 곡들이 교차되어 사용된다. 블론디의 ‘Heart Of Glass’가 잠시 흐르는 에피소드 5의 도입부도 인상적이다. 미국 사이키델릭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1970년 앨범 속 트랙이 3개나 사용된 에피소드 7은 더 흥미롭다.


삽입곡으로 추정 해보면 '스위트 투스'는 꼭 현대를 현재 시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운드트랙은 물론 갑작스레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공간도 그렇고, 캐릭터들의 패션 스타일을 봐도 그렇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사실 이 시리즈의 시즌 1은 뭔가 장엄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하다 중도에 뚝 끊긴 상태로 막을 내린다. 피터 잭슨의 판타지 트릴로지 '반지의 제왕' 1편이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원정대의 이미지로 끝나듯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트 투스' 시즌 1은 한 번 보면 쭉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매력 덩어리다. 일단 캐릭터라이징이 꽤 흥미롭고, 그래픽 노블 원작의 분위기를 살려 매 화마다 상황을 설명하는 전지적 시점의 화자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건 순수 동화처럼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어둡고 묵직한 악의 등장으로 흥미진진하게 확장된다는 점이다. 아무튼 뭔가 먹다 만 식사의 미련처럼 첫 번째 시즌은 마무리되었다. 대략 1년 후면 이 시즌 2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그 때까지 또 다른 로드무비를 섭렵하고 있어야겠다. 거스의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궁금함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말이다.

 

이주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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