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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11년 동안 달려주느라 진짜 고생했어!

버라이어티’가 내놓은 마지막 배우 출신 예능인

2021.06.17
사진출처=방송캡처

지난 1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는 배우 이광수의 마지막 출연분이 공개됐다. 2010년 7월11일 ‘런닝맨’의 첫 방송부터 함께 했던 원년멤버 이광수가 거의 11년이 된 시점에서 작별을 고하게 된 것이다. 원인은 지난해 당한 교통사고로 인한 발목부상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미션을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야 하는 과정이 많은 ‘런닝맨’에서 발목이 완전하지 않은 이광수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는 멤버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눈물을 쏟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예능인으로 남겠다던 이광수의 의지와는 별개로 그가 ‘런닝맨’과 안녕을 고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예능의 역사로 봤을 때도 큰 한 페이지가 닫히게 됐다. 바로 2000년대 이후 큰 인기를 끌었던 ‘버라이어티’의 시대에서 ‘버라이어티형 배우 겸 예능인’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광수는 보통 배우로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예능에 도전했던 다른 배우들과 달리 예능에서의 활약이 거꾸로 연기자로서의 입지도 올려준 케이스였다. 2008년 광고모델로 연예활동을 시작한 후 2008년 10월 MBC 시트콤 ‘그 분이 오신다’에 출연했다. 이후 2009년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이 인기를 바탕으로 MBC 드라마 ‘동이’, SBS 예능 ‘강심장’에 이어 ‘런닝맨’에 합류하게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광수는 190㎝가 넘는 큰 키에 비쩍 마른 독특한 외모에 수염을 기르고 있는 특이한 느낌의 청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이킥’의 인연이 ‘동이’ ‘강심장’ ‘런닝맨’으로 이어지듯, 그는 PD 입장에서 봤을 때 예능으로 나서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가능성 있는 유망주였고 결국 ‘런닝맨’ 조효진PD에 의해 몇 년 가까이 다듬어지면서 지금의 그를 만든 ‘기린’ ‘배신자’ ‘광바타(미친 아바타)’ 등의 캐릭터가 나왔다.

사진출처=방송캡처

보통 배우들이 예능을 도전하게 되면 모두 부담을 받는다. 일단 ‘웃겨봐라’ 하고 판을 까는 분위기 자체가 부담스럽고, 스스로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등장하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면 나중에 영화든 드라마든 진지한 대사를 하려고 하면 보는 사람의 몰입을 방해한다. 당연히 예능인과 배우를 놓고 보면 많은 배우 출신들에게 배우로서의 길은 제1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광수는 마치 배우를 다시 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자신을 예능의 판에 내던졌다.

쉴 새 없이 나오는 모함과 권모술수 그리고 각종 배신과 사기 등은 어느새 ‘런닝맨’에서 이광수의 존재를 대체불가로 만들었다. 그가 ‘런닝맨’에서 인기가 오르고 실제 동남아 등 해외에서 ‘아시아프린스’라는 호칭을 얻기 시작하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제작자들은 그를 작은 배역에 머무르게 할 수 없었다. 실제 이광수는 예능에서의 이미지가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함께 올렸고 지금의 입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나이가 들고 30대 후반의 나이가 됐다. 또한 배우로서도 폭을 깊고 넓게 해야 했다. 물론 그는 ‘런닝맨’ 외의 예능 출연은 자제하면서 전업 예능인으로 살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tvN 드라마 ‘라이브’를 통해 정극 주연도 맡고, 영화 ‘싱크홀’ ‘해적’ 등의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심화해야 했다. 모든 배우 출신 예능인이 필수적으로 겪어야 하는 이미지 충돌과 관련한 고민이 주어졌다.

결국 그는 하차를 택했다. 분명 건강의 문제가 가장 컸지만 배우로서 나아가기 위해 예능의 이미지는 어느 순간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도 그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최근 예능에도 배우들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예능의 작법이 ‘버라이어티 형식’은 아니다. 관찰예능을 기본으로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진제공=SBS

실제 이서진이나 윤여정, 인교진이나 손현주 등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지만 지금의 예능 형식은 그들에게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오히려 연기 캐릭터에 가려진 인간다운 면모를 선보여 대중이 배우를 보는 더욱 풍부한 시선을 제공한다. 이광수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다.

허나 이광수는 멤버를 짜고 미션을 주고 쉴 새 없이 캐릭터가 부딪치는 정글과도 같은 버라이어티의 시대에 데뷔했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이제 버라이어티형 프로그램이 어딜 가도 찾기 쉽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런닝맨’ 역시도 이광수의 하차로 이제 배우 출신은 여성멤버 송지효와 전소민 밖에는 남지 않았다. ‘런닝맨’의 원년멤버였던 이광수는 우리의 TV 한때 대세였던 ‘버라이어티’가 내놓은 마지막 배우 출신 예능인이었던 셈이다.

이광수가 떠나면서 더 이상 우리는 예능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혼신을 다하고 사기꾼과 배신자를 기꺼이 캐릭터로 갖는 배우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광수의 모습을 더욱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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