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데이트

‘콰이어트 플레이스 2’ , 조용하지만 강렬한

2021.06.10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언성 히어로(Unsung Hero)'.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이타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팀에 활력을 더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화려한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소리 없이 자신의 가치를 발하던 박지성을 한마디로 나타냈던 ‘언성 히어로’라는 수식어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딱 맞게 이어진다. 지금은 과거의 유산이 된 어느 자동차의 유명 카피 라이트처럼 “소리 없이 강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두 번째 작품이 극장가를 찾는다.

전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설정 아래 북미 개봉 첫 주 만에 5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저렴한 제작비로 흥행에만 성공한다면 초대박을 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긁지 않은 복권 같은 북미 공포 영화 시장에서 글로벌 수익 3억4000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제작비 대비 20배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영화 제작에 있어 숫자놀음이 최우선임을 가늠해볼 때 멱살 잡고 속편으로 끌고 가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렇게 기획, 연출, 각본, 연기까지 1인 4역을 도맡았던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2’로 다시 돌아왔다. 허나 모든 속편엔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부담이 따르기 마련. 내실보다는 전편의 흥행으로 두둑해진 지갑을 내세워 보다 화려하고 화끈한 스케일로 보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한된 공간 안에 갇혀 움직임은 물론 작은 숨소리마저 최소화했던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하여 감독은 오프닝에 신의 한 수를 뒀다. 시곗바늘을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으로 되감아 ‘리’(존 크래신스키)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담았다. 리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이했던 가족들과 관객들에겐 하나의 선물과도 같은 장면이다. 그리고 괴생명체의 침공, 아수라장 속에서 괴물들을 피해 도망치는 자동차를 통해 원신 원컷의 롱테이크로 혼돈과 충격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모든 동선을 맞추는데 소요된 시간이 무려 2주. 감독이 전한 “아내(에밀리 블런트)에게 이런 무서운 상황을 겪게 하다니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걱정된다”라는 농담은 오프닝신이 가진 스릴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에보트 가족의 생존기다. 작은 소리에도 목숨이 위협받는 세상에서 아이를 가지고, 출산까지 감행하며 아이를 키워냈던 가족애의 끝판 대장들이다. 하지만 가족의 중심을 지키던 리는 1편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하여 2편엔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가 나선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서며 세계관을 확장한다. 그리고 남겨진 두 아이들, 그중에서도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성장’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관객을 이끈다.

의외인 건 에밀리 블런트의 비중이 기대보다 적다는 것.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하나 영화는 레건과 새로이 합류한 에보트 가족의 옛 친구 ‘에멧’(킬리언 머피)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아내 에밀리 블런트의 분량을 배분하는데 있어 냉정함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더 이상 아버지가 지켜주던 아이에서, 가족을 그리고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언성 히어로 레건과 가족을 잃은 고통 속에서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는 에멧의 성장을 보여주는 좋은 포석이 됐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연기적인 중심이 되는 건 킬리언 머피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와 ‘인셉션’ ‘덩케르크’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페르소나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 배우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넘침이 없는 정적인 연기로 가득 채운다. 그의 동공이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의 너울은 고통의 시간을 가족애로 이겨냈던 에보트 가족의 반대 지점, 홀로 살아남아 고독 속에 삶을 연명해왔던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설정만으로도 독창성을 갖춘 작품이다. ‘소리 내면 죽는다’는 아이러니는 곧 장르의 모호성으로 대변된다. 재빠르고 포악한 괴생명체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것이 아닌, 움직이지 않고 침묵하는 방법뿐이라는 색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분명 기존의 공포 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지점, 하여 무서운 영화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에게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귀신 같은 영적인 존재가 아닌 괴생명체의 위협이라는 것 역시 호러에 약한 관객에겐 좋은 소식이다. 또한 공포 영화라고 정의하기엔 가족 드라마의 요소가 짙다. 여러모로 다양한 관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춘 셈이다. 

무엇보다 공포 영화들이 서사에 약점을 보인다는 것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지구 종말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매조짓지 않았던 여타 작품과는 다르다. 더불어 조용한 영화이지만 소리가 중요하다. 소리의 영역이 진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영화다. 하여 대단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영화가 아니지만 극장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조용해야 하며, 스피커 퀄리티는 몹시도 중요하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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