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탕준상, 깊게 뿌리내린 나무 한그루

2021.06.02

탕준상,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탕준상은 데뷔 12년차이지만 아직 열 아홉살의 미성년자다.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그는 다양한 등지로 연기 영역을 넓혔고, 올에 이르러 제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지난해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순수함이 깃든 신입 북한 병사로 이목을 끌더니, 넷플릭스 시리즈 '무브 투 헤븐' 주인공 한그루 역까지 꿰차며 가능성 짙은 주연으로 단숨에 발아했다. 


'무브 투 헤븐'을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에 유품관리사라는 생소한 설정을 무리없이 소화한 탕준상은 끊없는 호평 아래 '연기력 좋은 배우'로 급부상했다.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주인공으로 발돋움할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시청자들로부터 탕준상이 아닌 다른 그루는 떠올릴 수 없는 만큼 캐릭터와 일체화 됐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결코 쉽지 않았을 첫 주연의 무게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어려운 설정까지 덧대졌지만 탕준상은 기특하게도 잘 헤쳐나갔다.


"저 역시 그루라는 캐릭터가 어렵게 느껴져서 연기하기가 힘들었지만 결국엔 촬영을 다 끝냈어요. 그리고 결과물이 공개된 후 많은 분들이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까지 해주시니 더욱 감사했어요. 하지만 미성년자라 저는 아직 보진 못했어요. 2022년 1월 1일에 친구들과 '무브 투 헤븐'을 정주행 하기로 약속했어요. 지금 '라켓소년단' 촬영 중인데 현장 스태프분들이 작품 잘 봤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탕준상, 사진제공=넷플릭스

주위 반응을 실감한다는 탕준상의 말처럼 '무브 투 헤븐'은 작품뿐 아니라 그루라는 캐릭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편견이 더해진 장애 설정에 조금이나마 불편한 견해를 거둘 수 있도록 한 탕준상의 깊이 있는 연기력 덕분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은 그루에 대한 탕준상의 접근은 그리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았다. 그저 느낀 대로 표현하고, 이해한대로 표출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유품정리사를 어떻게 진실되게 표현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죠. 그래서 현장에서 헤드셋을 끼고 순간에 집중하는 식으로 촬영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본격적인 촬영 전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면서 참고하기도 했어요. 외화 위주로요. 국내 작품을 보면 따라만 하다가 저만의 방식을 못 찾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외화를 참고하되 저만의 방식으로 그루를 표현했어요. 사실 그루는 누구보다 소통과 공감을 잘하는 친구거든요. 그루의 행동들이 다름이 아닌 이해할 수 있고 마음적으로 와닿을 수 있게 비춰졌으면 했죠. 예쁘고 순수하고 착하게요."


특히 그루의 대사는 버거우리 만큼 양도 많고 말의 속도도 빨랐다. 뱉어지는 말들 역시 흔히 쓰이는 낱말이 아닌 새로운 용어로 가득해 지켜보는 이마저 진을 빠지게 했다. 이는 그루의 물고기 사랑 때문인데, 생소한 물고기 이름과 성질까지 보태져 열거된 대사들은 여러 번의 NG마저도 용납할 법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탕준상은 그 모든 긴 대사들을 NG 하나 없이 원테이크로 소화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닐까 싶었지만, 노력을 통한 결과임을 듣고 그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브 투 헤븐'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대사에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아서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단어들을 하나씩 검색해봤죠. 예로 거울가오리를 검색하면 관련한 정보들이 뜨는데 그루는 이러한 정보를 다 암기를 하는 인물이예요. 대사 분량을 보고 다 외울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연기로 접근하니까 해내지더라고요. 솔직히 하루 만에 외우는 건 힘들었고 며칠을 반복해서 외우면 현장에서 기억이 잘 났어요. 원테이크로 갔던 긴 장면도 하루 만에 대사를 외웠던 건 아니고 2~3일을 반복해서 대사를 외웠어요."


탕준상은 그루를 연기하며 시야를 넓히는 계기를 맞기도 했다. 작품의 깊은 메시지가 연기하는 당사자에게도 공감의 손길을 뻗은 것이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눈물을 쏟았다는 그는 소외받는 인물을 직접 연기하면서 주변인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배려를 배웠다. 그는 "방송에 나오진 않았지만 그루의 대사 중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만 한명만 있어도 외롭진 않다고 하셨습니다 아빠가'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그 대사를 기억하는 이유가 웬지 모르게 공감이 가더라고요. 덕분에 주위를 더 둘러보고 관심을 갖고 챙기게 됐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았다.


극중 그루의 삼촌 상구로 함께 호흡한 이제훈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두 사람은 촬영 전부터 친목 도모를 위해 콘서트까지 동행했을 만큼 '찐케미'를 내기 위해 노력을 거듭했다. 덕분에 작품 속 그루와 상구의 깊어지는 사이처럼 실제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로 훈훈하게 현장을 꾸려갔다. 특히 같은 고민을 공유하며 이제훈에게 많이 의지했다는 탕준상은 고맙다는 애정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무브 투 헤븐'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해서 영광임과 동시에 부담이기도 했죠. 형에게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언을 구했어요. 정말 잘 들어주시고 조언을 해주셔서 촬영하면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고 기대면서 갈 수 있었어요. 연기적으로도 형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만 봐도 큰 가르침이 있었죠. 그것도 그렇고 연기적으로 궁금한 걸 물어보면 형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러 제안을 해주기도 했어요. 같이 연구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게 정말 재밌었죠." 


배우로서 주연을 맡는다는 건 그의 말대로 영광임과 동시에 부담이다. 더욱이 그것이 처음이라면 무게는 더하다. 연기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닌, 주연의 포용력에 따라 현장 시너지가 달라지기 때문. 탕준상도 '무브 투 헤븐'을 통해 이러한 주연의 태도를 몸소 배우며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주연으로서 제것만 잘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제훈이 형을 보면서 또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현장에 제일 많이 가는 사람으로서 현장 분위기 또한 주연배우들로 인해 조성이 되더라고요.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닌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주연의 역할이 크다는 걸 배우게 됐어요. 또 아직 절 모르는 분들이 더 많고 배우라는 직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잡았어요. 죽을 때까지 배우만 하고 싶기 때문이죠. '현재에 충실해서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저만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탕준상은 현재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극본 정보훈, 연출 조영광)으로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무브 투 헤븐'의 흥행은 탕준상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며 방송 첫주부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특히나 맡는 배역마다 나이톤을 달리했던 탕준상이 학생이라는 설정 아래 제 나이에 딱 맞는 옷을 었다는 사실만으로 몰입감 넘치게 시청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여러 모로 잘 발아한 이 배우의 지금 훈훈한 미래로 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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