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부른 스토리텔링 예능 전성시대

2021.05.18

사진출처=MBC '선을 넘는 녀석들-마스터X' 방송 캡처

방극장에 스토리텔링 예능의 전성시대가 왔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스토리텔링 예능이 올해 들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스포츠 예능의 뒤를 이어 올해는 스토리텔링 예능의 해가 될 듯싶을 정도다. 스토리텔링 예능은 도입부에서 전개돼 절정을 거쳐 마무리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끌리고 즐기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반해 재미를 창출하는 예능이다.


과거 교양 예능의 한 갈래로 인포테인먼트라고 불리던 지식 예능들까지 최근에는 이야기를 적극 활용하면서 스토리텔링 예능에 합류하고 있다. 이전 지식 예능이 정보를 단편적으로 전달했다면 최근에는 그 속에 담긴 극적인 이야기를 부각시켜 스토리탤링의 힘에 의존해 방송을 풀어가고 있다.


스토리텔링 예능은 잡담형 포맷을 주로 취한다. 술자리 대화 같은 편한 분위기로 출연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지만 실제 들려주는 대상은 시청자가 되는 형식이다. 스토리텔러의 이야기 구술에 다른 출연자들이 되묻거나 호응하는 추임새를 넣는 과정이 스토리의 긴장 고조와 함께 맞물리면서 시청자의 몰입도는 높아진다.


현재 스토리텔링 예능으로는 ‘알쓸신잡’의 범죄판 버전인 tvN ‘알쓸범잡’을 비롯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시즌2(이하 ‘꼬꼬무2’)와 ‘당신이 혹하는 사이’(이하 ‘당혹사’) MBC ‘심야괴담회’ 등이 현재 동시 방송 중이다.


JTBC 그림도둑들', 사진제공=JTBC


여기에 최근 방송을 재개한 MBC ‘선을 넘는 녀석들:마스터-X’(이하 ‘선녀들’)와 다음 달 1일 다시 돌아오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 등 역사 관련 스토리텔링 예능들도 합류하고 있다. 새로 시작된 JTBC 미술 교양 예능 ‘그림도둑들’과 인터뷰 대상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핵심이 되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록’같은 프로그램도 넓게는 스토리텔링 예능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중 ‘꼬꼬무2’와 ‘당혹사’ ‘심야괴담회’ 등은 좀 더 순수하게 스토리텔링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반면 ‘알쓸범잡’ ‘선녀들’ ‘벌거벗은 세계사’ ‘그림도둑들’ 등은 정보를 단순 전달하는 지식 예능과 스토리텔링이 섞여 있다.


스토리텔링 예능은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건드리는 사건이나 지식에 대한 소개가 있어야 된다. 혹은 미지에 대한 흥미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미스터리로 어필하기도 한다. 전자와 후자가 뒤섞인 스토리텔링 예능도 종종 등장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이 ‘알쓸범잡’ ‘꼬꼬무2’ ‘선녀들’ ‘벌거벗은 세계사’ ‘그림도둑들’ 등이라면 후자는 ‘당혹사’와 ‘심야괴담회’가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들은 사건이나 지식이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여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알쓸범잡’이나 ‘꼬꼬무2’ 등을 보면 억울한 입장의 피해자에 주로 감정 이입을 하며 볼 수 있는 사건들이 소재로 많이 채택된다. ‘선녀들’ 같은 역사 기반 스토리텔링 예능도 자랑스런 과거사도 있기는 하지만 반복하고 싶지 않은 안타까운 역사들을 주로 다룬다.


스토리텔링 예능과 지식 예능의 차별점은 여기서 나온다. 과거 지식 예능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 전달이 주를 이뤘다면 스토리텔링 예능은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관련 인물이나 사건과의 교감이나, 미지에 대한 스릴같은 감정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


'알쓸범잡', 사진출처=tvN

스토리텔링 예능이 지난해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적인 모임에 대해 인원, 시간상의 제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입담 좋은 동석자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모여 듣고 반응하던 즐거움을 대중들은 예능을 통해 해소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처럼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있던 스토리텔링 예능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주로 무명연기자들의 재연에 의존해 스토리를 전달했다면 최근의 유행은 출연자의 구술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최근의 스토리텔링 예능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와의 연관성을 찾게 만든다.


스토리텔링 포맷이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예능인 것도 최근 유행에 한몫인 듯싶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비롯해 대개의 방송사들이 광고 수익을 유튜브 등 SNS로 빼앗기면서 엄청난 적자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의 자리를 예능이 대대적으로 대체하는 등 방송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상 등 자료 화면을 많이 활용할 수 있고 출연료 외에는 큰 비용이 들게 별로 없는 스토리텔링 예능이 예능 중에서도 좀 더 선호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스토리텔링 예능의 유행은 유튜브 시대의 도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유튜브 콘텐츠의 기본 포맷이 출연자의 구술에 자료 이미지나 화면이 삽입되는 형태인데 이에 익숙해진 유튜브 시대의 시청자들이 이와 유사한 스토리텔링 예능을 TV에서도 선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토리텔링 예능은 코로나 시대가 종식되더라도 대세 예능의 한 장르로 방송 전파를 계속 활발하게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차피 파편화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대화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를 대리만족시켜줄 콘텐츠로 기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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